전시회 참가를 위해 방문한 쾰른, 주말 오후를 이용하여 본(Bonn)에 위치한 베토벤 생가를 찾아 역사상 최고 음악가의 자취를 돌아보는 짬 여행을 만들어 보자.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유적 중 하나인 베토벤 생가가 위치한 본(BONN)은 또 다른 느낌으로 잘 보존된 건축물들이 매력적이다.

 

▲ 베토벤 생가 @김진규 컬럼니스트
▲ 베토벤 생가 @김진규 컬럼니스트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생가에서 사온 그의 작품들을 모아둔 CD를 Player에 넣고, 5.1채널 앰프에 전원을 넣는다. 주말 아침을 열기에 좀 무거운 느낌이 있지만 갓 내린 커피 한잔과 세월이 제법 뭍은 스피커들과 잘 어우러져 그의 삶을 돌아 보기에 최적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쾰른 전시회중 주말 오후에 잠시 시간을 낼 수 있었다. 호텔에서 편한 옷으로 갈아 입고, 카메라를 챙겨 기차역으로 향한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역사 유적 중 하나인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생가를 둘러보기 위해서이다. 그의 생가가 위치한 곳은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위치한 본(BONN)으로 쾰른으로부터 남동쪽으로 24KM 떨어진 곳이니, 기차를 이용하면 멀지 않은 거리이다. 그의 생가는 구 시청사가 있는 마르크트 광장에서 그리 멀지 않다. 본 거리(Bonngasse)를 걸어 그의 생가로 가보자. 수수한 형태의 건물로 들어서니 그가 어릴 적 쳤던 오르간과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피아노 그리고 각종 악보들이 전시되어 있고, 한쪽 건물은 연주회용 작은 홀로 구성되어 있다. 그가 요셉 하이든으로부터 사사를 받기 위하여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 본(BONN)에서 살았는데, 본(BONN) 시민들의 그에 대한 애정은 특별하다.

본(BONN)의 가장 중심가인 중앙 우체국 앞, 민스터플라츠 광장(Münsterplatz)에 도시의 상징과도 같이 베토벤의 동상을 세우고, 라인 강가에 베토벤 할레(Beethoven Halle)라는 이름의 콘서트 홀까지 만들어 두었다. 필자도 생가로 가는 길에 그의 동상이 있는 광장에 잠시 앉아 점심겸 간단한 식사에 BONN 맥주를 한잔 곁들였다. 독일은 우리나라 막걸리와도 같이 지역별로 맥주 맛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그 특유의 맛을 알아가기 위하여 가는 곳마다 현재 맥주를 맛보곤 한다.

베토벤의 아버지는 궁중 테너였던 요한 판 베토벤으로 1767년 이 곳으로 이사를 왔고, 1770년 12월에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 태어났다. 집의 1층에는 부엌과 다용도실이 있었고 위층에는 세 개의 방이 있었다고 한다. 1893년 베토벤 하우스 협회가 대규모 개조 공사를 하고, 베토벤의 일생과 작품을 기념하는 최대 규모의 기념관으로 재개장을 하였으며, 그의 원고, 문서, 일기 등 개인적인 수집품을 비롯한 그가 그린 초상화, 악기 등 그가 사용하던 물건들을 세계 최대 규모로 보관 하고 있다.

이 곳 BEETHOVEN-HAUS BONN은 입장료 6유로를 내면 티켓을 주는데, 티켓 뒷면을 보면 베토벤 하우스 소사이어티 멤버가 되어 베토벤의 작품들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는 문구가 있다. ‘Become a Member of the Beethoven House Society! Join a community of almost 1000 people around the world who support the Beethoven House in many ways. Take part in our work and help us to keep Beethoven’s work alive’.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www.beethoven-hausde 또는 +49 228 98175-0으로 전화하면 된다.

입구에서 안내 책자를 찾다가 발견한 한국어 해설서! 국격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한국인들의 베토벤 음악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어떻든 뿌듯한 기분으로 그의 생가를 천천히 구경한다.

한글 해설서가 있어 한층 이해가 쉽다. 고전과 디지털로 구성된 그의 생가 투어는 건물 뒤편 정원 왼쪽에 있는 노란색 건물인 생가 박물관과 바로 옆에 있는 흰색건물의 베토벤 하우스 디지털박물관(베토벤 멀티미디어)로 이루어져 있다.
12호실로 구성된 박물관을 한참의 시간을 들여 둘러보고 건물 내에 위치한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는 가게에 들러 그의 명곡들을 모아 담은 CD 세트와 기념 유리잔 등을 구매하고는 건물을 나섰다.

당시 구매해온 베토벤 CD 세트와 기념 잔은 주말아침이면 지금도 가끔 사용을 한다. 여유가 있는 주말 아침이면 기념 유리잔에 커피를 따르고 CD를 통해 흘러나오는 그의 음악을 즐긴다. 물론 그의 집을 방문했던 기억 그리고 20대 후반 젊은 나이에 청각 장애가 시작된 비운의 음악가 그러나 청각 장애에도 불구하고 불멸의 작품을 남기는 음악 활동을 이어간 집념의 음악가에 대한 경의를 표하면서.
 

그의 집을 나와 거리를 따라 걷다 보니 길가를 따라 있는 식당 야외에 앉아 맥주를 즐기는 현지인들의 여유를 보고, 자유롭게 기타를 연주하는 길거리 악사를 만났다. 사진을 몇 장 찍으니, 자신을 잘 찍어 달라고 나중에 유명해지면 만나기 힘들 것이라는 농담을 던지며 포즈를 취해 주기도 한다.
독립 이전 서독의 수도였고, 현재도 많은 정부부처가 남아 있어 비공식적으로 제2의 수도라고 불리는 BONN에는 Beethoven Haus외에도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의 하나인 민스터(BONN MISTER) 대성당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잠시 들러서 내부를 둘러보고 몇 장의 사진을 남긴다.
쾰른 대성당에 비하면 그 규모면에서 비교하기 힘들지만, 나름의 아름다움을 잘 갖추고 있으며, 작가에게는 특히 흑백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이었다.

서독 초대 총리인 콘라트 아데나우어의 이름을 딴 쾰른-본공항은 24시간 풀 가동이 되고 있는데, 특히 화물 수송 면에서 유명하고 페덱스 익스프레스, UPS등이 이곳에 연고를 두고 있다. 잘 보존된 전통 건물들을 구경하며 작가에게는 낯선 본(BONN)의 거리를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 다가온다.

현지에서 나름 괜찮은 식당을 찾아서 전통 음식 메뉴와 맥주를 주문하고 그의 삶에 대하여 잠시 생각해 본다. 음악가에게 귀가 들리지 않는 장애가 생긴다면 일반적으로 작품 활동을 포기하고 방황을 할 확률이 높다. 그 역시도 젊은 나이에 발생한 치명적인 장애는 유서를 적고 죽음을 생각하게 할 만큼 가혹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이겨내는 용기를 가졌고, “나는 음악가다. 들리지 않아도 충분히 음악활동을 할 수 있어.”라는 꿈과 의지로 작품 활동을 이어갔으며, 그 결과 수많은 명작들을 작곡해 냈다. 이런 일화가 있다. 그가 작곡한 곡을 연주하는 날에 감동을 받은 사람들이 엄청난 박수를 보냈으나 정작 본인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그대로 서 있었는데, 한 연주자가 그를 사람들 방향으로 돌려 세우고 나서야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를 느끼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전세계인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엘리제를 위하여, 운명, 교양곡 제1번~9번 등 수많은 작품을 남기고, 56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그의 짧은 삶은 지금도 본(BONN) 시민들과 전세계 모든 이들의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렀을 때는 이미 몇 잔의 맥주를 더 마신 듯하다.

이미 어두워진 거리를 걸으면서 그의 삶의 행적을 좀 더 느껴 본 후에 다시 기차를 타고 숙소로 향한다. 출국을 하기 전에 시간이 허락한다면 쾰른을 돌아보는 시티투어에 도전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같다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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