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북쪽 15KM, 동화와 같은 네덜란드의 전형적인 풍경을 간직한 풍차 마을은 네덜란드 방문자의 필수 코스!

 

유럽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는 저녁 7시가 넘어 출발한다. 출장에서 오는 피로와 어젯밤 야간 산책으로 피곤 했던지 예상보다 늦잠을 잤다. 네덜란드에 왔으면 진짜 풍차는 한번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방법까지 계획을 해둘 만큼 여유가 있지는 않다. 

꽉 짜여진 일정을 선호하지 않는 필자의 여행 스타일도 있지만, 바쁜 일정의 출장을 계획하며 어디를 어떻게 둘러보고 귀국하자는 사치스러운 생각보다는 출장 일정 중에 조금씩 생기는 여유 시간을 잘 활용해서 주변을 둘러보고 견문을 넓히자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둘러보며 업무와 관련된 매장이나 광고판 등이 있으면 방문해 보고 사진으로 남겨 업무상 필요할 때 활용을 하기도 한다.

호텔에서 제공해주는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호텔 프론트로 가서 체크 아웃을 하고는 짐보관을 부탁하며 풍차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으며, 버스를 이용하면 쉽게 다녀올 수 있다고 한다. 

그리 긴 시간을 머물 필요는 없기 때문에 오후에 시간이 되면 빈센트 반고흐 박물관 정도 방문해 볼 것을 추천 해준다. 여행을 목적으로 온 곳이 아니기 때문에 여행자용 패스보다는 필요한 곳만 현지인처럼 다녀오기로 한다.

제법 쌀쌀한 아침 공기를 맡으며 안내를 받은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친절해 보이는 버스 운전기사 분께 몇 번이고 목적지를 확인한 끝에 드디어 도착한 잔제스칸스(Zaanse Schans).

 

바람과 물 에너지가 풍부한 네덜란드에서는 풍차와 수차를 이용한 제분업이 발전했고, 이를 유지 관리하는 기술 또한 발전해 있다. 19세기 후반에는 11,000개가 넘는 풍차와 수차가 있었으며, 이곳 풍차 마을도 과거 700개가 넘는 풍차가 있었다고 한다. 
 
그럼 왜 이렇게 많은 숫자의 풍차가 있었을까? 네덜란드는 국토의 대부분이 해수면보다 낮아서 홍수와 해일의 피해가 컸다고 한다. 그래서 네덜란드 정부가 델타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댐과 방조제를 건설하면서 지금은 물로 인한 피해를 극복하게 되었다고 한다. 
 
암스테르담, 로테르담과 같이 네덜란드의 주요 도시 이름이 댐이라는 의미를 가진 ‘담’으로 끝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부터 바다 보다 낮은 국토를 관리하려면 수면의 높이를 일정하게 유지하여야 하고 이를 위하여 지속적으로 물을 퍼내야 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 풍차다. 

13세기에 처음 만들어진 풍차는 주로 방아를 찧는 일에 사용하였으며, 후에 밀가루 생산, 종이 생산, 기름을 짜고 나무를 자르는 것까지 그 용도가 확대되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차마을, 17세기 목조 가옥과 함께 동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을 준다. 다만 현재 남은 풍차가 몇 되지 않아서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각 풍차의 내부를 둘러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커피 한잔 마시며 정말 이국적인 풍차 마을의 경치를 감상하고는 풍차 내부로 들어가 그 구조와 풍차에 관한 역사 등에 대하여 공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과거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던 풍차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그 용도가 쇠퇴하고, 지금은 그 활용도가 본래의 설계 목적 보다는 관광객을 위한 관람 및 풍차에 대한 역사와 구조를 설명하는 쪽으로 맞춰져 있다.

풍차마을을 둘러보면 ‘내가 정말 네덜란드에 와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 만큼 네덜란드에서 풍차가 가지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풍차 마을에서 눈에 들어 오는 전통양식의 건물이 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향하는 곳으로 따라가 보니, 치즈를 가공 및 판매하는 곳과 네덜란드 나막신 생산 공장이 있다. 

 

공항에서 보았던 큰 노란색의 둥근 모양 치즈 앞에 “Say Cheese”라고 표시되어 있던 광고판이 떠오른다. 똑같이 생겼다. 네덜란드 공항에 대규모 치즈 전시 판매장이 있고, 이 곳 풍차마을에도 치즈 관련 매장이 크게 되어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외국 출장을 많이 다니면 자연스레 현지 동료들과 어울리게 되고, 그들의 식습관에 맞춰 식사를 하게 되는데, 유럽은 피자와 파스타 그리고 맥주와 와인이다. 와인을 먹을 때 주로 먹게 되는 치즈! 우리가 흔히들 알고 있는 고다 치즈가 네덜란드 전통 치즈이다. 

암스테르담의 북쪽에 위치한 알크마르(Alk maar) 시장은 네덜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치즈 시장인데, 1622년 열리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매주 전통방식의 치즈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한다. 

 

알크마르에는 치즈 박물관도 위치해 있으며,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고다 치즈와 에담 치즈 두 가지가 주로 거래된다고 한다. 

고다 지방에서 생산되는 고다치즈와 에담항구에서 만들어지는 에담 치즈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치즈로 전체 생산량의 70% 이상을 해외로 수출할 정도로 네덜란드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네덜란드 치즈는 그 뛰어난 맛과 향으로 과거로부터 상당한 유명세를 가지고 있었으며, 지리적 위치와 발전된 운송수단을 이용하여 17세기에는 동인도 회사를 통해 남미까지 수출을 했을 정도로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네덜란드는 치즈 제조 공법을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는데, 일부 내수용 전통 제조 방법을 제외한 모든 네덜란드 치즈제조용 우유는 저온살균과정, 즉 우리가 잘 아는 파스퇴르 공정(pasteurization)을 거치게 되어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정제된 유산균을 얻기 때문에 네덜란드 치즈는 일정한 품질의 위생과 맛을 유지한다. 네덜란드 치즈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하며 정식명칭이 Noord-Hollandse Gouda인 고다치즈는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6세기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고다 치즈는 숙성과정을 거치면서 특유의 맛과 향이 살아나기 때문에 몇 달부터 길게는 1년 이상을 숙성하기도 하며, 표면은 노란색 또는 빨간색 왁스로 싸여 있다. 공항이나 시내 상점에 마치 성과 같이 쌓여있는 노란색 큰 치즈 들의 비밀이 이렇게 풀린다.

 

기념품 몇 개를 구매하고 치즈 매장을 나와 바로 옆건물에 위치한 네덜란드식 나막신(Wooden Shoes) 공장에 들러본다.  

클롬펀이라 불리는 전통 나막신은 습기를 방지하고 발을 따뜻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600여년 전부터 신어 왔던 것으로 기본 목적은 우리나라 나막신과 비슷하며 지금도 농사일을 할 때는 클롬펀을 신는다고 한다. 

관광지 여러 곳에서 클롬펀을 깍는 시연을 보여 주기도하고 공항 면세점 뿐만 아니라 주요 관광지에서 기념품 목적으로 판매를 한다.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을 입힌 클롬펀은 좋은 기념품으로 필자도 색상별 미니어춰 몇 개를 구매하여 장식장에 넣어 두었다.

오전 시간을 서둘러 잔제스칸스의 동화 같은 풍경, 치즈 공장 겸 판매장 그리고 박물관과도 같은클롬펀 체험장을 둘러 보았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서 세가지 서로 다른 네덜란드의 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는 좋은 장소로 잔제스칸스는 암스테르담을 방문하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방문해 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며, 짧은 시간의 머무름이지만 네덜란드 문화에 대한 많은 부분을 체험하고 돌아볼 수 있었던 좋은 기억의 장소에 대하여 정리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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