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석 원장

수의학박사
박순석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SBS TV 동물농장 자문위원
대한수의사회 반려동물자가진료철폐 특별위원장
서울시동물복지위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대형 동물병원이 증가하는 이유는? 
도심지 대로변 요지 마다 대형 동물병원들이 자리하고 있다.
불과 몇년 사이, 사람의 아동병원 또는 소아과 종합병원 수준의 첨단 의료장비와 세련된 인테리어를 구축한 대형 동물병원이 등장하고 있다. 수십명의 의료진을 갖추고 운영할려면 만만찮은 유지비가 소요될텐데 과연 수익이 날까? 의외로 성업 중이다. 수요가 있다는 얘기다. 대형 동물병원을 찾는 반려인들이 많아진 이유는 비용이 부담되더라도 더 잘 치료 받을 수 있는 동물병원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수의사의 입장에서도 진료비를 흥정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생명을 살리는데 집중할 수 있는 진료 시스템에서 근무하기를 선호한다. 첨단 의료장비, 무균 수술실, 집중산소 ICU입원실, 24시간 중환자 돌봄 시스템을 갖추고,  세련된 인테리어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물병원들 간의 경쟁도 대로변 요지마다 대형 동물병원이 자리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양질의 진료 환경을 갖추고 의료 서비스를 고급화 시킬 수록 그에 상응하여 동물진료비는 상승할 수 밖에 없다.

# 우리나라 동물진료비는 얼마나 더 비쌀까?
우리나라 반려동물 진료비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도 낮은 편에 해당한다.  심지어 국민소득인 물가 수준을 상대적으로 비교하면 상당수 동남아 국가들 보다도 동물진료비가 저렴하다.
반면에 수의사의 의료 수준과 반려동물병원의 첨단 의료장비의 보급률이 세계 탑 수준에 이른다. 해외 교민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 반려동물병원의 동물진료는 양질의 동물진료에 비해 진료비는 저렴하다고 평가받는다.  

# 동물진료비는 왜 비쌀까?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동물의 상태는 가볍지 않고 심각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물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약점을 숨기는 본능이 있다. 어디가 아프다고 드러내기 보다는 조용히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다.
반려인은 동물이 침울하거나 불편해 보이더라도 하루 이상 지켜본다. 곧 잘 회복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괜히 별일 아닌 걸로 동물병원가서 스트레스나 받게 할까  걱정하는 마음도 한몫 한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동물병원을 내원하는 동물의 상태는 의외로 심각하거나 만성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의사는 말 못하는 동물을 치료한다.
먼저 보호자와의 상담을 통해 동물이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 심지어는 보호자가 알아채지 못하는 상황들도 에측하며 관련성 있는 질병들을 추측한다. 다음으로 동물을 진찰하며 의심되는 질병들을 더 축약시켜 나간다. 감별진단 과정이라고 한다. 보다 더 명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분변검사, 키트검사, 혈액검사, X-ray검사, 초음파 검사 들이 필요하게 된다.
진료 시간은 길어지고, 신중한 감별진단이 필요하고, 그에 적합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다보니 양질의 동물진료는 그에 상응하여 진료비가 상승하기 마련이다. 

# 동물진료비와 사람의료비, 어느 쪽이 비쌀까?
우리나라 국민들은 본인이 지불하는 본인부담금을 진료비라고 인식한다. 심지어 저소득층이나 사회적 약자는 본인부담금을 면제받기도 한다. 자신의 의료진료비는 불과 몇 천원 인데 동물진료비는 최소한 몇 만원이라고 불만스러워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급여의 6.86%(2021년 기준)를 국민건강보험료로 매달 납부한다. 우리나라 직장가입자의 국민건강보험료는 납부액은 월 평균 12만원이다. 일년에 150만원 정도를 보험료로 납부하고 실제 의료비의 20% 정도를 본인부담금으로 지불하는 구조이다. 전 국민들이 보험료를 납부해 주는 덕에 보험 재원이 마련되고 사회적 약자에게는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사회보험제도이다. 

# 반려동물의료보험을 살펴보자.
현재 3곳의 보험사에서 운용하고 있다. 보험료는 평균 일년에 50~60만원 정도이다. 반려동물의료보험에 가입한 경우 동물진료비를 반려인이 먼저 납부하고 80% 정도의 금액을 보험사로 부터 돌려받는다. 동물진료비의 20%가 보호자 부담금인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반려동물의료보험 가입자(2020년 말 기준)는 우리나라 전체 반려동물의 0.4%에 불과했다. (출처, 시대전환 조정훈의원실 주최. 공익반려동물의료보험토론회 손해보험협회)
사람이 병원에 가서 지불하는 본인부담금을 동물진료비와 금액으로 만 비교하다 보니 동물진료비는 사람진료비보다 월등히 비싸다는 오해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동물진료비에 부가세가 10%?
동물진료비를 사람의료비와 비교하며 동물진료비를 낮추려는 정부의 태도가 이율배반적이다. 
반려인이 지불하는 반려동물진료비에 더하여 10% 부가가치세를 국가가 거둬들이고 있다. 동물의 생명을 치료하는 행위를 동물 소유자의 일상적인 소비 행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료비는 면세이며 심지어 가축진료비도 면세이다. 
유독 반려동물 진료비에만 부가세를 부과하는 이유는 반려동물 진료행위를 생명을 구하는  의료행위로 이해하지 않고, 물건을 수선하거나 꾸미는 행위 정도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부가세만 철폐 되어도 반려인은 10%의 동물진료비를 경감받을 수 있다.

# 동물진료비 부담이 유기동물을 증가시킨다?
동물진료비가 부담되어 유기견이 늘어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동물병원을 내원하는 동물환자들 중 진료비 부담이 많은 질병들은 심장병, 종양, 만성질환, 수술 환자들이 이에 해당된다. 주로 6~8세 이상의 연령대 부터 두드러지는 질병들이다.  반면에 유기동물 보호센터에 입소하는 동물들을 살펴보면 5세령 미만 연령대의 개와 고양이가 대부분이다. 기본적인 예방접종과 예방약 투약만 하더라도 건강하게 잘 지낼수 연령대의 개와 고양이가 버려지고 있다. 그 이유는 입양을 쉽게 결정하고 책임감이 결여된 사람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몇 만원 정도의 예방접종비도 동물을 유기하는 핑계로 작용한다.
정작 노령동물이나 만성질환으로 동물을 보살피는 대다수 반려인들은 동물진료비를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더 나은 치료를 위해 애쓰고 있다. 동물진료비가 부담되어 동물을 버린다는 식의 주장은 절대 다수의 반려인들을 폄하하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 반려동물의료보험도 국가가 운용하면 안될까?
2020년 말 기준으로 국내 손해보험사의 반려동물의료보험 계약 건은 3만3천621건으로 집계됐다. 국내 반려동물 수가 860만 마리임을 가정하면 보험가입률은 0.4%에 불과했다. (출처, 시대전환 조정훈의원실 주최. 공익반려동물의료보험토론회 손해보험협회)
반려동물의료보험 가입이 저조한 이유는 보험 혜택이 적기 때문이다. 불의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질병을 보장하는 손해보험이다 보니 질병 예방이나 나이가 들어 발생하는 다양한 질병들을 보장받으려면 보험료 상승이 수반되는 특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험은 가입자가 많을 수록 보험료 부담이 줄고 그 혜택은 넓어진다. 
동물등록 의무화와 병행하여 반려동물의료보험 가입도 의무화시킬 필요가 있다. 반려 동물을 입양한다면 그 동물의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경제적 여력은 필수다. 반려동물의료보험 가입도 의무화되면 모든 반려인들이 가입하는 만큼 납부할 보험료는 확연히 줄어들고 보장받는 질병영역도 확대될 수 있다.  질병 예방을 위한 진료과목에 대해서는 본인부담금을 줄여주고, 방만한 보험료 지출을 막기 위해서 과도한 생명 연장이나 보호자의 애착으로 인해 반복되는 진료항목에 대해서는 본인분담금을 높게 책정하는 기준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미 다수의 정치인들이 반려동물의료보험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 중이며, 국민적인 공감도 무르익은 상황이다. 대한수의사회가 진행중인 반려동물 진료표준화 사업과 연계하여 반려인, 수의사회, 정부가 합심하여 동물의료복지의 초석이 마련되기를 개인적으로 소망해 본다.

# 동물 진료비를 줄이는 확실한 방법?
동물진료비를 아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질병예방 관리다. 
양치 습관이 중요하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치아가 건강한 동물이 장수하고 건강하다.
예방접종은 필수이며, 한달 간격으로 심장사상충 예방이 필요하다.
외출 시 야생진드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중성화수술은 수컷은 생후 5개월 전후, 암컷은 생후 7개월 전후에 시켜주어야 한다. 반려동물이 나이 들어서도 건강하게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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