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석 원장

수의학박사
SBS TV 동물농장 자문위원
대한수의사회 반려동물자가진료철폐 특별위원장
서울시동물복지위원

뉴잉글랜드 의학저널(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은 반려견이 죽은 후 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여성(61세)에게서 ‘타코츠보 증후군’(takotsubo syndrom)이 발견되었다고 보고했다.   타코츠보 증후군은 연인과의 이별이나 가족의 죽음 등 정신적인 충격을 크게 받은 여성들에게 다발하는 심인성 심장질환의 일종이다. 다행히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감소되면 개선되는 편이지만, 심할 경우 심장마비가 발생하여 사망하기도 한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여성의 신체 반응이 연인과의 이별이나 가족의 죽음 못지 않게 엄청난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의학적으로 입증한 사례이다.

▲ ‘타코츠보 증후군’(takotsubo syndrom)은 연인과의 이별이나 가족의 죽음 등을 겪으며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한 여성들에게 다발하는 심인성 심장질환이다. 다행히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해소되면 개선되는 편이지만, 심할 경우 심장마비가 발생하여 사망할 수도 있다. (우측 그림) 좌심실이 항아리 모양으로 변형되어 심박출량의 감소와 심장 통증을 유발하는 타코츠보 증후군의 해부학적 소견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지출처: www.thebermudian.com)
▲ ‘타코츠보 증후군’(takotsubo syndrom)은 연인과의 이별이나 가족의 죽음 등을 겪으며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한 여성들에게 다발하는 심인성 심장질환이다. 다행히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해소되면 개선되는 편이지만, 심할 경우 심장마비가 발생하여 사망할 수도 있다. (우측 그림) 좌심실이 항아리 모양으로 변형되어 심박출량의 감소와 심장 통증을 유발하는 타코츠보 증후군의 해부학적 소견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지출처: www.thebermudian.com)

반려동물 상실 증후군 이란?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이라 불려지기도 한다. 반려동물이 죽은 뒤 반려인이 겪는 정신적 상실감과 우울증상을 말한다.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내 아이’를 잃거나 ‘절친’의 죽음을 맞이하는 심정과 다르지 않다.  
보호자로서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ㅈ가지며 자책하며 죽음 자체를 부정하기도 한다. 때로는 죽음을 야기한 원인에 대해서 극도로 분노하기도 한다. 증상이 심화되면  ‘복합비애’(Complicated Grief)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로 발전하기도 있다.
 
어설픈 위로 보다는 침묵이 낫다
‘ 이런 일로 힘들어 하면 어떡해’, ‘새로 한마리 입양하자’ 
동료들의 섣부른 위로는 반려동물과의 이별로 인해 가슴 아파하는 이들을 더 힘들게 한다
세르주 치코티 심리학박사는 ‘인간과 개,고양이의 관계 심리학’ 저서에서 반려동물의 죽음을 맞이하는 보호자의 심경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남자는 가까운 친구를 잃었을 때 만큼의 고통’을 ‘여자는 자녀를 잃었을 때의 고통’ 을 느낀다고 했다. 
슬픔의 깊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지인들의 말이 위로가 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설픈 위로보다 침묵이 낫다.

반려동물 상실 증후군 극복 방법 
평균적으로 반려동물의 죽음을 애도하는 기간은 1~2개월 정도 걸린다고 한다.  
3개월 이상 슬픔이 쌓여가며 불면, 불안, 우울증, 대인기피증이 두드러 진다면 정신과 전문의 와의 상담이 추천된다.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고 위로 받을 필요가 있다. 
같은 처지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을 만날 것을 권고한다. 마치 거울을 통해 자신을 살피듯이 동병상련의 아픔을 경험한 사람들을 만나며 슬픔을 토로하고 서로를 위로하게 된다. 
과거의 동영상이나 사진을 통해 행복했던 일상들을 돌이켜보자. 즐거웠던 순간들을 돌이켜보며  웃어도 보고 그러다 또 슬퍼지면 엉엉 울기도 해야 한다. 감정은 표출되어야 해소된다. 스스로가 이 상황을 적극적으로 극복하려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반려동물 상실 증후군 상담 센터를 이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을 고려하여 비대면 온라인 상담센터를 이용할 수도 있다.
 
반려동물을 맞이하는 반려인의 마음가짐  
개와 고양이의 수명은 15년 정도다. 대부분 이보다 빨리 죽음을 맞이한다. 사람의 수명을 고려하면   개와 고양이를 입양하는 반려인은 필연적으로 반려동물의 죽음을 지켜봐야 한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면 동물을 입양해서는 안된다. 
질병이나 죽음에 놓인 동물을 마지막까지 돌보고 그 이별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반려인의 숙명이다.  
개와 고양이는 우리보다 7배나 빨리 나이들며 먼저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인지해야 한다. ‘내 아이’ 를 내 품에서 떠나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펫로스 신드롬을 예방하는데 도 큰 도움이 된다.

지나친 의인화를 경계하자
동물을 ‘내 아이’ 마냥 배려한다고 동물이 행복할까?
반려견은 주인의 표정 하나 하나를 살핀다. 주인이 기분 좋을 때 함께 어울리고 산책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기 때문이다.  반려묘는 일상을 한결같이 챙겨주는 반려인을 신뢰한다. 자신의 일상이 보장되고 쾌적할 때 가장 편안해 한다.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행동하며, 그러한 습성이 보장되는 바탕에서 반려인과 교감하려 한다.
반려인이 동물을 지나치게 의인화 시키다 보면 동물은 혼란스러워 할 수 있다. 예민해지거나 반대로 주눅들기도 한다. 
동물에 대한 지나친 의인화는 애착을 넘어 집착에 가까워지며, 동물의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마음의 평정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동물의 행복을 위해서도 지나친 의인화와 집착은 경계해야 한다. 

죽음이 예견된 동물을 위한 선택
고령, 말기암, 심장병,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개와 고양이는 어느정도 죽음이 예견된다. 남은 수명을 연명하는 치료와 호스피스 관리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먼저 주치 수의사를 선택해야 한다. 동물의 주치의이자 보호자의 심경을 헤아려줄 수 있는 배려심 갖춘 수의사가 적합하다. 
주치 수의사와는 진솔되게 상담을 해야 한다. 내가 반려동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치료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 지를 솔직하게 털어 놓아야 한다. 그래야 수의사는 동물의 상태와 보호자의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최선, 차선, 최소한의 치료를 제시할 수 있다.
사람의 경우도 모두가 최선의 치료를 선택하지 못한다. 각자의 여력을 고려하여 합당한 치료를 선택한다. 동물에게도 그 선택이 필요하다. 보호자가 차선이나 최소한의 치료를 선택하더라도 그 결정은 존중받는다.
힘겨운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도래하는 만큼 주치 수의사와 자주 상담해야 한다. 어느 순간 수의사가 동물이 느끼는 고통과 남은 삶의 질을 고려하여 안락사를 권고할 수 도 있다. 안락사는 보호자가 판단하기 힘든 결정이며 주치 수의사가 필요하다고 권고한다면 따르는 것이 좋다. 보호자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 수의사의 마지막 역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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