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석 원장

수의학박사
SBS TV 동물농장 자문위원
대한수의사회 반려동물자가진료철폐 특별위원장
서울시동물복지위원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Pet Humanization. 동물을 인간화, 의인화 시켜가는 사회적 현상이다. 동물에게 사람에 준하는 인격이나 권리를 부여하고 사람에 준하는 음식과 보살핌을 제공하려는 생각과 행동을 의미합니다. 반려인이 반려동물과의 교감이 깊어질 수록 더 잘 보살피려하고 상대적으로 정서적 위안도 크게 받는다. ‘내아이’, ‘내 가족’을 행복하게 보살피며 내가 행복해지는 이치와 같다. 

여성이 양육자이자 소비 지출의 중심이다 보니 ‘반려동물관련 산업’이 ‘키즈 산업’과 흡사하게 성장하는 경향이 있다. 단순히 반려동물 먹거리와 일상 용품이 고급화 되는 과정을 넘어, 반려견의 정서과 건강을 위해 애견 유치원과 최첨단 동물의료시설을 이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개를 사람처럼 대해서 인지 ‘사람처럼’ 행동하는 개도 많다. 더 재밌는 사실은 동물병원을 내원하는 개와 가족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상당 수의 개와 주인이 닮아있다. 

인간은 왜 개가 행복하기를 바라며 개는 왜 주인을 닮아가는지 이유가 뭘까? 

인류의 기원 

최근 유전자 분석 기술의 발달로 현존하는 인류는 20만년 전 아프리카에 살던 여성 크로마뇽인의 후손임이 밝혀졌다. 이를 ‘아프리카 기원설’ 또는 ‘이브가설’이라 부르며 현재까지 가장 신뢰받는 인류 기원 학설로 인정받고 있다. (알란윌슨. 캘리포니아대학. 1987.)

개의 기원

개의 기원은 약 10만년 전부터 존재했던 회색늑대(Canis Lupus)로 부터 진화한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늑대와 인간이 함께 생활한 가장 오래된 증거는 고대인류가 벽화를 그렸던 프랑스 남부지방의 쇼베동물에서 발견되었다.(1994년 발견) 쇼베동굴 바닥에는 아이와 늑대가 함께 거닐었던 발자국들이 45m에 걸쳐 발견되었다. 이는 26,000년 전의 흔적으로 늑대와 인간이 공존하는 가장 오래된 증거로 소개되고 있다.  

시베리아 알타이 산맥 동토에서는 33,000년 전으로 추정되는 개의 두개골이 발견(2010년) 되기도 했다. 이를 근거로 고고학에서는 늑대가 개로 진화되기 시작한 시작한 시기를 3만년 전 쯤으로 추정하고 있다.

천적에서 공존으로

고대의 생태계를 살펴보면 늑대와 인류는 둘다 무리 생활을 하며 유사한 사냥감을 두고 경쟁하였다. 인간에 비해 월등한 체격과 호전성을 가진 늑대는 인간에게 매우 위협적인 존재였다. 당연히 인간들은 생존을 위해 늑대들과 싸웠을 것이다. 인간과 늑대는 천적 관계였다. 

3만년 전 빙하기가 절정으로 치닫으며 인간과 늑대는 극한의 환경을 맞이한다.  공교롭게도 이시기에 늑대가 개로 진화하는 화석들이 발견된다. 늑대의 큰 골격과 강력한 턱구조가 점차 유해지며 개를 닮아가고 있다. 늑대의 일부가 인간이 버린 음식물 또는 나눠주는 음식물을 의존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빙하기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늑대는 생존하려 인간에게 다가왔고, 인간이 먹이를 공유함으로써 늑대는 인간을 따르고 의지하는 개로 진화하기 시작한다. 
 

▲ ‘ALPHA 위대한 여정’(2018, 영화)  @다음영화 발췌
▲ ‘ALPHA 위대한 여정’(2018, 영화)  @다음영화 발췌

개의 기원을 이해할 수 있는 한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빙하기가 절정으로 치닫던 2만년 전 유럽, 고립된 고대 인류와 우두머리(Alpha Dog)가 되려다 심각한 상처를 입은 늑대와의 운명적인 동거가 동굴에서 시작된다.

서로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지며 어느 순간부터 둘은 동료가 되고 서로를 지켜준다. 늑대의 입장에서 인간을 살펴보는 관점도 흥미롭다. 뛰어난 영상미와 함께 인간과 개, 공존의 시작을 소개하는 영화다. 반려인이면 꼭 한번 보실 것을 추천드린다.

신뢰를 넘어 인간을 닮기 시작하는 개 

개의 두개골 진화는 인간의 두개골의 진화 패턴과 시기마저 흡사하다.

미국 콜로라도대학 Michael Klymkowsky의 연구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에 비해 현대인의 두개골은 눈두덩이가 낮고, 치아와 악관절이 작아지며 여성화되어 졌다고 한다. 

개의 두개골을 늑대의 두개골과 비교해보면 인간 두개골 진화와 유사하게 골격의 중성화가 이루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개는 인간들의 변화에 따라 선택을 받다보니 자연히 여성화된 인간이 선호하는 모습으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개가 인간과 소통하기 위해 진화된 증거

영국 포츠머스 대학의 Juliane Kaminski의 연구에 따르면 수 천년에 걸쳐 개의 눈썹 근육은 극적으로 발달하였다고 주장한다.

개는 눈썹 주변의 근육들을 발달한 덕분에 개의 눈은 늑대에 비해 크고 둥글게 보여지며, 흰자위를 더 많이 노출시키면서 흡사 인간의 눈을 닮아가는 듯하다. 사람처럼 눈두덩이를 들어 올리며 감정을 전하기도 한다. 인간의 감정을 눈을 통해 읽어내면서 스스로도 눈을 이용한 감정 표현을 시도하려는  진화의 흔적이다. 

개가 인간을 흠모한다는 증거

헬싱키 대학과 헝가리과학원 공동연구팀(2017)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과 개 사이에는 생리학적 감정 교감이 깊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개가 평상 시에는 화난 사람의 표정에 과민하게 반응하지만 옥시토신의 영향을 받으면 미소띤 사람의 표정에 더 관심 갖는 것으로 밝혀졌다.  

옥시토신은 사랑하는 연인끼리, 엄마가 아기의 눈을 바라보면 혈중 옥시토신 수치가 상승하여 모성애와 애정을 유발시키는 호르몬이다. 사랑하는 사람들 간에 작용하는 사랑 호르몬이 개와 사람 간에도 작용하는 셈이다. 개가 인간을 사랑한다는 증거다

지구 상에서 인간을 흠모하는 유일한 동물이 바로 개다. 개는 자신의 삶이 다할 때 까지 인간을 믿고 따른다. 거짓없이 인간을 따르는 개를 인간은 신뢰하며 그래서 더 애틋하게 보살핀다. 

개와 인간과의  종을 초월한 사랑이 3만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개가 인간을 닮아가고, 인간이 사람처럼 개를 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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