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개점 … ‘4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

일산 해물요리 맛집 '제일정'
일산 해물요리 맛집 '제일정'

일산 백석역 인근에는 골목마다 음식점으로 가득한 ‘먹자골목’이 있다. 일산신도시가 탄생할 때 형성된 상권이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음식점이 있는 만큼, 종류 또한 풍성하다.

코끝을 찌르는 ‘홍어와 탁주’를 비롯해 요즘같이 더운 여름날에 한잔하기 좋은 호프집과 꼬치집, 그리고 가족끼리 외식하기 좋은 맛좋은 식당들이 모여있다. 그야말로 한식·중식·일식·양식에 주(酒)식까지 해결되는 곳이다.

이렇게 각종 음식점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보니,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기도 하다. 식당들이 개업과 폐업을 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까닭이다. 이런 ‘정글’ 같은 곳에 무려 4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맛집’이 있다. 바로 해물요리 맛집 ‘제일정’이다. 

제일정을 찾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신선하고 맛있는 해물요리를 먹고 싶은데, 코로나19로 사람 많은 바닷가를 가는 것이 꺼려져 집 근처에 있는 식당을 찾게 됐다. 그러던 중, ‘40년’이라는 단어가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주문한 해물탕과 소라찜
주문한 해물탕과 소라찜

떨리는 마음으로 찾아간 제일정은 입구에서부터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게 앞 수족관에 신선한 해물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서 해물탕 소(小)자 하나와 소라찜을 시켰다.

이윽고 주문했던 음식들이 나왔다. 소라찜은 먹기 좋게 한입 크기로 썰어져 있었는데,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부분을 곁들여 나온 오이고추와 마늘이 보완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해물탕은 기대 이상이었다. 큼지막한 새우와 전복, 대합을 비롯해 주먹만한 소라도 들어있었다. 거기에 낙지와 꽃게가 함께 있어 국물의 시원함을 더했고 팽이버섯과 쑥갓 등 신선한 야채도 듬뿍 들어있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자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부 식당의 경우, 해물탕을 주문하면 조미료 맛이 가득한 곳이 종종 있었는데 제일정은 그렇지 않았다. 처음 국물을 먹었을 때는 자극적인 맛이 나질 않아 심심한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국물이 우러날수록 재료에서 나오는 ‘자연육즙’이 깊은 맛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해물탕이 끓기 시작하자 직원분이 해산물들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줬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었던 것이다.

해물탕 속에는 오징어와 한치를 비롯해 동태알과 새조개가 숨어 있었다. 이들이 계속 끓으며 감칠맛과 깊은 맛을 더해주는 숨은 공신들이었던 셈.

그렇게 각종 해산물과 국물로 배를 채우고 나니 탕 요리에 빠질 수 없는 코스가 남아 있었다. 바로 남은 국물에 밥을 넣고 각종 야채와 김 가루를 센 불에 볶아 만드는 ‘볶음밥’이다. 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누룽지가 생길 때쯤에 참깨를 솔솔 뿌려주니 배가 부른 것도 잊은 채 숟가락이 밥을 뜨고 있었다.

가게 벽면에 걸려 있는 메뉴판에는 필자가 먹었던 해물탕을 비롯해 아구찜과 꽃게탕, 갈치 조림, 홍어 무침 등 다양한 메뉴들이 있었다. 특히 점심 특선에는 낙지 비빔밥과 보리굴비 정식 등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었다.

일산·파주에 거주한 기간이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제일정’을 지금에서야 안 사실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맛이 있었기 때문이라. 하지만 이제부턴 문제없다. 앞으로 해물탕이 생각날 때면, 아마 이곳이 제일 먼저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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