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우치공원관리사업소
최종욱수의사 ㅣ 대수회 동물칼럼니스트

[대한수의사회 제공 l 힐링앤라이프 편집]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렸을 때부터 도서관 가기를 좋아했고, 그 습관이 어른이 된 나를 만들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곳으로 이끈다.

요즘 도서관에 가면 늘 맨 처음 들리는 곳은 동물과 수의학 관련 서적 코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그쪽 분야 관심 정도를 말해주듯, 반려동물 관련 서적이나 학술서적 그리고 외국 유명동물학자의 거의 논문 수준의 번역 서적 몇 권 빼놓고는 정작 일반인들까지 널리 재미있게 읽을 만한 신간 책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늘도 별로 변화가 없구나! 하고 문학 코너로 돌아서려는데 그 책들 사이에서 아주 조그만 작은 책자가 하나 눈에 띄었다.

제목은 ‘명상하는 개’라는 작은 소책자였는데, 개를 또 너무 의인화시킨 서적은 아닐까? 하는 선입관을 살짝 지니고 시작한 책이 어느덧 그 자리에서 금방 한 권을 섭렵해 버렸다. 그만큼 의미가 있고 개들의 표정과 행동을 위대한 명상가들의 명문장들과 함께 연결시켜 놓았는데도 하나도 거부감 없이 술술 읽혀지는 멋진 책이었다. 물론 나만의 감상일 수 있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동물들처럼 훌륭한 명상가가 어디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동물들은 아예 태어날 때부터 마음을 비우는 법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거나 실천하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개들을 보면 하루 종일 마당에 묶여있어도, 주인이 일 년 내내 산책 한번 안 시켜줘도, 자기 주변에 오물이 그득 쌓여 있어도 결코 불평하거나 싫다는 표정 하나 없이 언제나 변함없이 꼬리 치며 그 못된 주인을 기다리고 맞이한다.

방랑하는 길고양이들의 생애도 노숙자들의 삶과 별반 다름없지만, 항상 털 다듬기를 게을리하지 않고 한 점 햇빛이 나는 좁은 자리에서라도 여유 있게 졸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쟤들은 유유자적할 줄 아는 삶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깊이 갖게 만든다. 

이런 길들여진 동물들뿐 아니라 야생동물들의 삶을 보아도, 평생 비슷한 먹이와 항상 쫓고 쫓기는 공포와 긴장이 반복되는 삶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휴식할 때 그들의 표정은 정말 평화롭기 그지없다.

그들은 진정한 은둔자이자 자연주의자들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 사람의 생활은, 늘상 새로운 것, 자극적인 것을 쫓아다녀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답답해서 죽으려 한다. 쉬더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꼭 TV나 휴대폰, 음악 같은 걸 곁에 두고, 보고 들어야 하기 때문에 정신은 계속 달음박질을 쳐야 하고 그럼 쉬는 게 쉬는 게 아닌 것이 돼버린다. 진정한 휴식이라면 꿈도 못 꿀 정도의 깊은 잠에 빠져들 때뿐 일 것이다. 

▲ 사진 = 대한수의사회 제공
▲ 사진 = 대한수의사회 제공

그에 비해 동물들은 졸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가까이 다가가면 바로 깨어나 버린다. 그들에게서 인간의 잠 같은 깊은 마취 상태의 잠의 형태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깨어 있어도 정신은 항상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결코 피곤해하지는 않는다.

가끔 당나귀가 아무런 동작도 않고 멍하니 혼자서 땅바닥만 쳐다보고 있거나, 사자가 대자로 누워서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면, 도대체 지금 쟤들은 뭘 생각하지? 무척 궁금해진다.

여러 동물들을 봐왔고 그들이 지루한 일상을 어떻게 견디어 내는 지에 대해 항상 궁금해 왔던 것도 같은데, 이런 걸 명상과 연결시킬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 작은 책은 마치 가려운 곳을 긁어주듯 동물들의 쉼이 단순한 휴식이 아닌 마음을 비우기 위한 일종의 명상의 시간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동물들 주변에 가면 뭔지 모르지만, 항상 ‘평화나 평안’이라는 기분 좋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이유가 바로 그들의 끊임없는 정신수양에 있음을 여태 모르고 살았다.

▲ 사진 = 대한수의사회 제공
▲ 사진 = 대한수의사회 제공

 

결국 우리가 명상하는 궁극적인 목적이란 ‘운명에 순응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동물다워지고 싶어 하는 거’라고 감히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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