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동물보건사, 2022년부터 국가공인 전문 자격증 인정
- 미국, Vet Technician과 Vet Assistant로 구분하여 세분화 전문화 관리
- 선진국의 체계적인 시스템 벤치마킹 통해 향후 전문적인 직업으로 발전 가능성 충분

천정환 교수(수의사) ㅣ 경인여자대학교 펫토탈케어학과

▲ 경인여대 펫토탈케어학과 천정환 교수 @힐링앤라이프
▲ 경인여대 펫토탈케어학과 천정환 교수 @힐링앤라이프

최근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급격한 성장을 보이면서 대학과 동물병원에서도 이에 발맞추어 전문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동물병원에는 수의사와 수의테크니션이 일하고 있는데 수의테크니션은 쉽게 말하면 동물병원의 간호사와 같은 역할로서 수의사의 진료를 보조하고 있다. 

▲ 미국 수의테크니션(Vet Technician) @힐링앤라이프
▲ 미국 수의테크니션(Vet Technician) @힐링앤라이프

수의테크니션은 2022년부터는 국가자격증으로 전환되어 동물보건사라는 이름으로 배출될 예정이며, 내년부터는 수의테크니션이라는 명칭 대신 동물보건사라는 명칭이 더 많이 쓰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 미국 수의테크니션(Vet Technician) @힐링앤라이프
▲ 미국 수의테크니션(Vet Technician) @힐링앤라이프

동물보건사는 농림부에서 발급하는 국가자격증인 만큼 전문적인 업무능력을 가지고 더 안정적인 근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최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동물보건사 제도는 우리나라보다 동물진료가 선진화된 미국, 일본 등에서 먼저 도입되었던 제도로서, 해당 국가는 이미 국가 혹은 주에서 발급하고 있는 테크니션 전문 자격증이 있다.

한국은 지금까지 별다른 자격 없이 수의테크니션이 동물병원에서 근무해왔으나, 동물병원이 대형화되고 진료가 세분화되면서 전문적인 보조 인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여 동물보건사 제도가 도입되었다.

따라서 전문 수의테크니션 제도가 이미 정착된  미국 등의 사례를 탐구함으로서 한국 동물보건사 제도의 미래를 살펴볼 수 있다. 

미국의 테크니션은 Vet Technician과 Vet Assistant로 나누게 된다. 이중 Vet Assistant는 현재 우리나라의 수의테크니션과 비슷하다. 교육을 거치는 경우도 있지만,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수의사나 Vet Technician을 보조하며 청소, 보정, 보조, 환자 관리 등을 하게 된다.

Vet Technician은 미국의 테크니션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 2년제 혹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 테크니션 국가고시인 VTNE (Veterinary Technician National Examination)를 합격해야 한다.

그 후 본인이 일하고자 하는 주에서 자격을 취득하게 되는데, 자격은 LVT(Licensed Veterinary Technician), RVT(Registered Veterinary Technician), CVT(Certified Veterinary Technician)로 다양하게 있으나, 주별로 부르는 명칭의 차이인 경우가 많다.

▲ 2018년 천정환 교수는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학교 부속동물병원에서 임상 연수과정을 수료했다.
▲ 2018년 천정환 교수는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학교 부속동물병원에서 임상 연수과정을 수료했다.

참고로 본인은 오클라호마 주립대학교 부속 동물병원에서 미국 수의사 면허 취득을 위해 1년 이상 임상 연수를 받았는데, 해당 지역에서는 2년제 털사 지역전문대학(Tulsa Community College)의 수의학 프로그램(Veterinary Technology Program)을 이수하고 RVT가 된 테크니션이 많았다.

특히 미국의 테크니션은 분야별로 세분화, 전문화 되어있어 반려동물뿐 아니라, 실험동물, 임상병리, 산업동물, 말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테크니션 자격을 따게 되면 수의사의 고유영역인 진단, 처방, 수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의료활동이 가능하다. 그래서 기본적인 보정, 입원 관리는 물론, 엑스레이 촬영, 임상진단 실험뿐 아니라 주사처치, 정맥라인 잡기 등 침습적인 의료행위도 가능하다.

특히 마약류 취급에 관하여 수의사 마찬가지로 접근 권한이 있어, 마취 등을 할 때 본인의 판단에 따라 직접 마약류 등을 투여하기도 한다. 함께 일한 경험에 비추어보면, 대단히 실력이 뛰어나고 직업의식도 강한 편으로서 특정 영역에서는 수의사보다 뛰어난 지식과 경험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마취, 응급의학, 치과 등 본인이 원하는 분야에서 경험과 경력을 쌓게 되면 마치 전문의처럼 특정 분야의 스페셜리스트(VTS, Veterinary Technician Specialist)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당연히 임금, 복지 등의 처우가 크게 상승한다.

본인이 오클라호마 병원에 있을 때 중환자실(ICU, Intensive Care Unit)의 헤드가 응급의학 테크니션 스페셜리스트였는데, 응급상황이 벌어지면 오히려 수의사가 테크니션의 말을 들으며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처치를 수행하는 것을 보며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한국의 동물보건사 제도는 전문교육을 받은 인력이 국가에서 발급하는 전문자격증을 보유하고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전문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반려동물 테크니션이 자격증과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동물보건사라는 이름으로 수의사를 보조하게 된다면 동물의료의 질과 서비스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부분의 동물보건사 양성기관에서는 보건 분야뿐만 아니라 미용과 훈련 등 반려동물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배우는데, 동물병원 근무 경험에 비추어보면 이렇게 폭넓게 배운 사람들은 진료업무 및 보호자 응대에 매우 핵심적인 인력으로 대우받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 최근에는 바이오 산업의 발달에 따라 회사 및 정부부처 등에서 실험동물 테크니션 같은 전문적인 기술인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향후 동물보건사 제도가 확립되면 전문대 및 4년제 대학에서 실험동물, 동물복지, 산업동물 등을 전반적으로 교육받은 동물보건사들이 동물병원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현재까지는 한국에 국가자격증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미국 등 외국과의 면허 상호인정 및 시험, 연수를 통한 해외면허 취득 등이 논의될 여지가 없었으나, 국가 자격증이 생기고 교육내용도 많이 유사해진다면, 해외면허 취득에 대한 양국 간 논의도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동물보건사가 제도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전문화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첨언하자면 한국의 동물보건사는 미국의 Vet Technician과는 차이가 있다. 한국의 동물보건사는 침습적인 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의 Vet Assistant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침습적인 행위에 대해 여러 집단의 의견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섣불리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다만 한국도 미국처럼 반려동물 시장이 성숙하고 진료 범위가 확대되면 수의사 보조 인력을 대상으로 한 추가적인 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때가 되면 미국의 테크니션 시스템을 더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고 현재 우리나라의 진료상황과 법률적 요소가 결합한 한국형 동물보건사에 대한 이상적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천정환 교수 약력*
경인여자대학교 펫토탈케어학과 전임 교수
건국대 수의과대학 졸업
미국 수의사 면허 획득
미국 FDA 박사 연구원
前 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 연구전임교수
前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초빙교수
前 건국대학교 원헬스연구소 연구교수
기타 오클라호마 주립대 Boren 동물병원 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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