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독일·일본·국산 등 여러 중고 악기, 한 곳에서 자유롭게 시연 가능
중고 가격으로 사후 관리까지 … “연주자의 마음으로 고객을 대합니다”

 

 

사람들에게 ‘집콕’ 생활이 일상이 된 것도 어느덧 1년이 지났다. 물론 백신 접종이 개시했지만, 본격적으로 집단면역을 형성하려면 시간이 아직 필요하다. 우리는 여전히 긴 싸움을 해야 한다. 적어도 1년 동안 우리가 슬기로운 집콕 생활을 이어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집콕 생활에서 가장 좋은 취미 중 하나는 바로 악기, 그 중에서도 기타다. 물론 여기에는 기자의 사견이 매우 많이 들어가 있다. 기자의 이전 글을 봤던 독자라면, 기자가 록을 사랑하고 베이스기타를 친다는 점을 잘 알 것이다.

하지만 기자의 사견과는 별개로, 기타 연주를 새로운 취미로 삼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점 데이터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월 26일 G마켓은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이달 24일까지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4% 늘었다고 밝혔다. 

기타 연주를 취미로 삼을 때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기타 자체다. 기타를 사는 일이 재정적으로 썩 부담스러운 일인 까닭이다. 입문용으로 저렴한 어쿠스틱 기타(통기타)를 구매하려고 하면 최소 10만 원 이상 소비를 각오해야 한다. 

물론 중고로 악기를 구매하는 방법도 있지만, 중고 악기의 경우 관리 상태에 따라 소위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저렴하게 샀다고 좋아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연주가 힘들 정도로 악기 상태가 나쁠 수도 있다는 것. 특히 초보라면 더더욱 덤터기를 쓸 확률이 높다.

이는 고가의 악기, 소위 ‘하이엔드’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기자도 그동안 수십 대의 중고 베이스를 거래했는데, 악기를 사고 보니 상태가 영 좋지 않았던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다. 기타 전문 수리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는 했지만, 여기에 드는 추가 비용은 솔직히 조금 아까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기타와 베이스 등 중고 악기를 제대로 구매할 만한 곳이 없을까. 지금부터 기자를 따라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로 떠나보자. 그곳에 믿고 중고 악기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기자가 베이시스트인 만큼 베이스기타를 위주로 한다는 점은 미리 양해를 구한다. 

사실 종로구 낙원상가는 기자에게 상당한 추억이 있는 곳이다. 기자가 2009년 처음으로 일렉트릭 기타를 샀던 곳이 낙원상가였던 까닭이다. 이후 기자는 손가락이 굵은 탓에 자꾸 여러 개의 줄을 누르면서 좌절하고, 베이스로 전향했다. 

추억 소환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원래 찾아가려 했던 곳으로 이동하자. 기자가 찾아간 곳은 낙원상가 2층에 있는 ‘경은상사’다. 이곳은 어쿠스틱 기타 등 새 악기로도 유명하지만, 베이시스트들에게는 ‘중고 베이스의 성지’로 꽤 이름이 알려져 있다. 중고 기타·베이스를 전문으로 하는 직원이 근무 중인 까닭이다.

먼저 매장으로 가보자. 매장 창문으로 ‘포데라’ 2개가 기자를 반긴다. 현재 전시된 포데라는 모두 줄이 6개가 달렸다. 일반적으로 베이스가 줄이 4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줄이다. 넓은 음역대를 소화할 수 있지만, 그만큼 다루기 까다롭다. 물론 가격도 매우 까다롭다. 일전에 말했지만 ‘포데라’라는 브랜드는 중고로도 1000만 원을 각오해야 하는 악기다.
 

매장 내로 들어서 중고 베이스가 전시된 공간으로 이동했다. 중고 악기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까닭에, 국내 여러 수입사가 취급하는 베이스를 한 자리에서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현재 전시 중인 베이스들의 브랜드를 쭉 읊기만 해도 수십 가지는 될 것이다. 

가장 유명한 펜더부터 시작해서 뮤직맨, 포데라, 새도우스키, 윌킨스, 엘릭, 로스코, 윈 등 미국 제품도 있고 샌드버그, 말로우, 워윅 등 독일 브랜드 제품도 찾아볼 수 있다. 야마하, 문, 아이바네즈 등 일본 브랜드와 콜트·사이어 등 국내 브랜드 악기도 접할 수 있었다. 이들 중 일부는 중고 악기가 아닌 새 악기였다. 중고 악기와 새 악기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것.

중고 악기 거래를 담당하는 박승원 과장은 “여기 있는 중고 악기를 다 합치면 수천만 원은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판매한 중고 악기까지 합치면 족히 1억 원은 넘기지 않았을까 싶다. 그동안 많은 분께서 찾아주셨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많은 중고 악기를 어떻게 가져올까. 경은상사의 중고 악기 수급 방식은 크게 위탁과 매입, 두 가지로 나뉜다. 위탁의 경우 판매 희망자가 악기를 맡긴 뒤 거래가 완료되면 수수료를 뺀 나머지를 받는 형식이다. 매입의 경우 판매 희망자와 매장이 협의해 일정 가격에 악기를 매입한다. 

위탁의 경우 판매자가 금전적으로 조금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매입의 경우 즉시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 과장은 경은상사를 통한 중고 거래의 장점으로 ‘사후 관리’를 꼽았다. 전문가가 검수를 마친 악기를 구매하는 만큼, 적어도 악기 상태로 인한 덤터기를 쓰지는 않는다는 것. 

박 과장은 “중고 악기는 관리에 따라 악기 상태가 천차만별”이라며 “악기를 매입한 뒤 줄을 갈거나 셋업(악기를 닦고 연주에 용이한 상태로 브릿지 등을 조정하는 과정)을 진행하는 등 고객이 연주하기 편한 상태로 만든다. 이후 온·습도 관리가 이뤄지는 매장에서 보관한다. 애초부터 상태가 너무 좋지 않은 악기였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가급적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악기를 구매했다고 끝이 아니다. 우리 매장에서 구매한 악기는 중고 악기라도 매장에서 사후 관리를 책임진다. 악기를 쓰다가 셋업이나 줄 교체가 어렵다면, 또는 악기 상태에 문제가 생겼다면 언제든 매장으로 들고 오면 된다”고 덧붙였다. 

악기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예약제와 교환 거래도 운영하고 있다. 예약제는 맘에 드는 악기가 있지만 당장 돈이 없는 경우, 일정 비율의 금액만 받은 뒤 예약해주는 방식이다. 취소 수수료가 따로 없어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2개월까지는 기다려준다고 한다. 

교환 거래의 경우 자신이 가진 악기와 다른 악기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주로 업그레이드를 하고 싶은 고객이 주로 이용한다. 예를 들어 중고 시세가 200만 원인 악기를 구매하고자 한다면, 시세 100만 원 악기에 추가금 100만 원을 더해 구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박 과장은 “교환 거래의 경우 고객의 악기 상태 및 브랜드 등에 따라 거래 여부가 결정된다. 교환 거래를 희망한다면 사전 연락 후 악기를 들고 방문해달라”고 설명했다.
 

고객들은 경은상사의 장점으로 ‘자유로운 시연’을 꼽았다. 기자가 매장을 방문한 17일에도,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여러 고객이 매장을 방문해 악기를 시연했다. 물론 기자도 이날 매장에서 여러 악기를 시연했다. 

이날 매장을 방문한 한 실용음악과 대학생은 “다른 매장보다 훨씬 다양한 브랜드의 악기들을 마음껏 접할 수 있었다”며 “여러 악기를 시연해도 눈치를 주지 않고 배려해줘서 좋았다. 오히려 점원분들께서 이것저것 더 시연해볼 수 있도록 권유했다”고 말했다.

앞서의 박 과장은 “나 또한 베이시스트로 활동했고, 지금도 교회에서 베이스 반주를 하고 있다”며 “연주자의 입장에서 악기를 편하게 시연할 수 있어야 다음에도 그 매장에 방문할 마음이 생긴다. 자유롭게 시연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더 많은 고객이 방문할 것이고, 그래야 더 많은 악기를 들여오고 판매할 수 있다. 일종의 선순환”이라고 말했다.

이어 “베이스뿐만 아니라 기타 중고 매물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물론 매장인 만큼 새 악기는 더더욱 많이 갖고 있다”며 “꼭 구매하지 않아도 좋다.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편히 연주할 환경을 제공해드리니, 악기 구매를 고려하는 모든 분께 한번 들려주시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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