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사들, 연내 기존 생산시설로 동물약 22종 제조 가능
- KISTEP "성장 가능성 충분…적절한 육성정책 및 지원 필요"

최근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물용의약품 시장에 진출하는 제약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동물약 시장은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그린바이오 산업 3대 유망 분야 중 하나로 우호적인 대내외적 환경이 갖춰지고 있어 제약사들의 진출 메리트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린바이오(Green biotechnology)란 농수산업 분야에 생명공학기술이 접목되면서 가공되지 않은 1차식품에 바이오 기술을 더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내는 산업을 뜻한다.

최근에는 IT와 BT 등 디지털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2030년까지 2배 이상 성장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 역시 정부가 그린바이오 신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각종 지원책을 실시하는 등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주목할 점은 그린바이오 3대 유망 분야에 '동물용의약품'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동물용의약품은 동물에게만 사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으로 박테리아나 곰팡이와 같은 감염 유발 유기체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죽이는 항감염제, 백신, 치료제 등이 있다.

특히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면서 동물용의약품 시장이 제약사들에게 '블루오션'으로 떠올랐고 현재는 다수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최근 발표한 '그린바이오 3대 유망 분야별 기술특성을 고려한 신산업 육성 방안'이라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동물용의약품 산업의 시장규모는 2021년 기준 1조 3481억원이며 2015~2021년 동안 총액, 내수, 수출 면에서 모두 고성장 중이다.

또한 글로벌 동물용의약품 시장은 2020년 기준 32억불에서 연평균 5.4% 성장하며 오는 2030년까지 이러한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그린바이오 산업을 2027년까지 국내 시장 10조원 규모로 육성하고, 수출 5조원 및 유니콘 기업 15개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KISTEP은 국내 동물용의약품 산업이 어느정도 성숙한 상황이며 경제동물 중심의 시장에서 반려동물 등 시장 확대가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유망품목 발굴 등 미래 수요에 대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동물용의약품에 대한 수요는 ▲재난형 동물 감염병 증가 ▲반려인구의 증가 ▲전 지구적 육류 소비의 증가 ▲동물복지와 동물권에 대한 인식 강화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며, 우리나라는 내수시장은 작지만 최근 몇 년간 수출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는 4분기부터는 제약회사가 갖추고 있는 기존 의약품 제조실에서 동물용의약품 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으로 제약사의 관련 시장 진출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농람축산식품부는 지난 7월, '동물약국 및 동물용의약품 등의 제조업·수입자와 판매업의 시설 기준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해당 입법예고에 따르면 '약사법' 상 의약품 제조업 허가를 받은 자(=제약사)가 인체용 의약품 제조시설에서 반려동물용 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도록 규정을 신설했다.

현재는 제약사가 동물용의약품을 생산하려면 별도의 '동물용 전용 제조시설'을 설치해야 하지만 신설되는 규정에서는 기존 설비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규제가 완화된 셈이다.

다만, 축산용 중심의 기존 동물의약품업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대상 동물은 반려동물로 제한하고 인체용과 동물용으로 모두 허가 받은 22개 성분의 의약품으로 한정했다.

해당 의약품은 개, 고양이, 토끼, 햄스터 등 6종의 반려동물에 사용되는 약으로 네오마이신, 리도카인, 메벤다졸, 세파졸린, 인슐린, 텔미살탄, 헤파린 등 22개 성분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유한양행, 대웅제약, 녹십자 등 대형제약사들이 동물용의약품 시장에 진출해 있다.

유한양행은 동물용의약품 사업부를 필두로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지엔티파마와 국내 첫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Cognitive Dysfunction Syndrome, CDS) 치료제 '제다큐어'를 출시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펫브랜드 '윌로펫'을 런칭했다.

대웅제약의 자회사인 대웅펫은 올해 7월에 췌장 외분비기능 장애로 췌장 소화효소 생산이 어려운 반려동물을 위한 췌장 효소 보조제 '에피클(EPICLE)'을 출시했다. 해당 의약품은 췌장 외분비기능 장애로 발생하는 소화불량, 영양 흡수 장애, 췌장통증을 개선하고 지방이 소화되지 못해 대변과 섞여 배출되는 지방변 해결에도 도움을 준다.

올해로 창립 50주년 맞이한 녹십자수의약품은 동물용 백신 생산 전문기업으로 세계 최초 개 인플루엔자백신(H3N2) 개발, 반려견에 대한 툴라스로마이신 제제 특허 출원, 반려동물용 피프로닐, 목시덱틴, 피모벤단 국내 최초 제조허가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글로벌 위상과 경쟁력이 예전보다 많이 높아졌지만 아직까지 동물용의약품 산업은 그렇지 못한 편"이라며 "규제당국의 지원과 민간 부문의 투자가 합쳐져 시너지를 낸다면 미래 신성장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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