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계 “아세트아미노펜이 좋긴 하지만 다른 해열진통제 성분도 괜찮아”
중요한 건 '적정 복용 시기', 접종 직후 또는 발열 증상 나타나기 전 복용은 삼가야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건당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발열 등 부작용 시 진통제 복용을 권고하면서 상품명 ‘타이레놀’을 언급해 일대 혼란을 빚었다. 일부 약국에서는 타이레놀 품귀 현상까지 빚어졌다. 이후 보건당국이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로 권고를 수정했다.

일각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 권고를 놓고도 의문을 던졌다. 미국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뿐만 아니라 다른 해열진통제도 복용해도 좋다고 권고한 데다,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제만 유효한지 아니면 복합제도 가능한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까닭이다. 의약계 전문가들은 보건당국의 아세트아미노펜 추천에는 이유가 있지만 다른 성분의 해열진통제를 먹거나 아세트아미노펜 복합제를 복용해도 큰 지장은 없다면서, 성분보다는 복용 시기를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4월 6일 성명을 통해 “방역 당국이 특정 제품 상표명을 정책브리핑 등 공식 발표에서 지속 언급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현시점 이후부터는 반드시 성분명인 아세트아미노펜으로 안내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타이레놀은 한국존슨앤존슨이 판매 중인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다. 

실제로 보건당국의 ‘타이레놀’ 권고 이후 약국가에서는 타이레놀 품귀 현상이 발생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실제로 약국 내 타이레놀을 찾는 고객이 평소보다 크게 늘었다”며 “의사에게 타이레놀 처방을 받는 환자들도 많았다. 의사 입장에서도 정부 권고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른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는 상대적으로 소외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일반 국민에게 어떤 약품인지를 쉽게 설명하고자 흔히 알려진 상품명을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보건당국은 해당 권고를 상품명 대신 아세트아미노산 제제 복용으로 수정했다.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를 판매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백신 접종 이후 호황을 누리고 있는 타이레놀과 달리 우리 회사의 제제는 판매 상승효과를 그다지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물론 타이레놀이 일반 대명사처럼 쓰인다는 점에서 정부의 입장을 십분 이해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정된 권고를 놓고도 일대 혼선이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아세트아미노펜뿐만 아니라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아세틸살리실산 등 다른 해열진통제도 복용을 권장한 까닭이다. 실제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홈페이지에는 발열 등 백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 아스피린(아세틸살리실산), 항히스타민제 등을 복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 부작용 완화를 위해 아세트아미노펜 외에도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항히스타민제 등을 복용할 것을 권장했다. [출처=CDC 사이트 캡처]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 부작용 완화를 위해 아세트아미노펜 외에도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항히스타민제 등을 복용할 것을 권장했다. [출처=CDC 사이트 캡처]

질병관리청은 이에 대해 “지난 3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부프로펜 계열 진통제가 코로나19 백신의 항체 생성을 억제하고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면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항염증 효과가 있는 소염진통제 복용은 삼가야 한다고 권장했다”며 “현재 영국이나 유럽도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제제만 복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의약계 또한 정부의 결정에 이유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모세 대한약사회 부회장(환자안전약물관리본부장)은 “아세트아미노펜은 이부프로펜, 아세틸살리실산 등 다른 해열진통제와 달리 항체 형성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다”면서 “물론 아세트아미노펜도 항체 형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아세트아미노펜은 이부프로펜이나 아세틸살리실산, 나프록센 등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와 달리 항염증 기능이 없다”며 “백신 접종 이후 염증 발생에 영향을 주지 않는 까닭에 항체 형성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미친다. 정부 입장에서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을 권고할 만한 학술적 근거는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NSAIDS 계열 제제는 일반적으로 위장장애를 일으키지만, 아세트아미노펜은 이같은 효과가 없다. 특히 위장 계열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NSAIDS보다는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을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의료계는 이 때문에 굳이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NSAIDS에 항염증 기능이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증상 완화에 대해서는 강점을 보인다”며 “초기에는 아세트아미노펜을 먹어보고 그런데도 증상이 잡히지 않으면 이부프로펜이나 아세틸살리실산 등 NSAIDS를 복용해보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또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의 경우 굳이 단일제만 유효하지는 않다”며 “항체 형성에 확실한 악영향을 주는 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가 섞여 있는 혼합제만 아니라면,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복합제를 먹어도 된다. 시중에 단일제 외에도 무수카페인이나 비타민 등을 함께 배합한 다양한 아세트아미노펜 복합제가 있다. 주변에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복용하면 된다. 약사 추천이 있다면 이를 따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제제만을 고집할 이유도 없다”며 “만약 집에 이부프로펜이나 나프록센, 아세틸살리실산 계열 제제가 있다면 굳이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를 사러 나갈 필요는 없다. 있는 것을 복용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의약계는 복용하는 제제의 종류보다 복용 시기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너무 이른 복용은 증상 완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백신의 본래 기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의 이모세 부회장은 “일반적으로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일반 제제는 6시간, 용해 속도가 더딘 서방정(ER)의 경우 8시간 정도 약효가 지속한다”며 “그런데 일반적으로 백신 접종에 따른 발열 등 증상은 접종 이후 10~12시간 정도 뒤에 발생한다. 열나는 것을 피하겠다고 접종 직후 약을 복용한다면, 실제로 열이 발생할 시점에는 약효가 떨어지게 된다. 애꿎은 약만 낭비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앞서의 김우주 교수도 “백신 접종 직후 진통제를 먹게 되면, 자칫 항체 형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아나필락시스 쇼크 등 급성 중증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초기에는 몸에서 항원을 인식하고 면역 반응을 일어나도록 놔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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