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결과, 근시 진행 71%·안구 성장 53% 억제 효과 입증
6~7세 아동까지 적용 가능… 콘택트렌즈 한계 보완

게티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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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근시를 단순 교정에서 나아가 진행 자체를 늦출 수 있는 안경 렌즈가 미국에서 처음 승인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5일 프랑스 기업 에실로(Essilor)의 ‘스텔레스트(Stellest)’ 렌즈 판매를 허가했다고 밝혔다. 소아 근시가 ‘공중 보건의 위기’로까지 불리며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치료 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근시는 방치될 경우 성인이 되었을 때 망막 박리, 녹내장, 백내장 등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미국 국립 안과 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미국 인구의 약 40%가 근시를 앓고 있으며,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근시 환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FDA 기기·방사선 건강센터의 미셸 타버 박사는 스텔레스트 렌즈에 대해 “성인기에 나타날 수 있는 심각한 시력 문제의 가능성을 의미 있게 줄여줄 수 있는 치료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스텔레스트 렌즈는 ‘고도 비구면 렌즈릿 타겟(HALT)’ 기술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중앙 9mm 투명 영역은 선명한 시야를 제공하고, 주변에 촘촘히 배치된 미세한 점 형태의 링은 빛의 초점을 분산시켜 안구 성장 속도를 억제한다. 2년간 진행된 임상 시험에서는 일반 단초점 렌즈와 비교해 근시 진행을 평균 71% 늦추고 안구 길이 성장을 53% 줄이는 효과가 확인됐다.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지만 일부 참가자에게는 시야 흐림과 빛 번짐 현상이 관찰됐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미국 근시 치료 시장에도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허가된 소아근시 억제 기기는 8~12세 아동 대상의 ‘마이사이트(MiSight) 1-Day’ 콘택트렌즈가 전부였다. 스텔레스트 렌즈는 콘택트렌즈 착용이 어려운 6~7세 아동까지 적용 가능해 활용 범위를 넓혔다. FDA 역시 이 렌즈가 콘택트렌즈 사용과 연관된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휴스턴대학 데이비드 번트센(David Berntsen) 교수는 “미국에서 사용할 수 없었던 중요한 치료 수단이 추가됐다”며 “이는 미국 시장의 치료 환경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텔레스트 렌즈는 2021년 FDA로부터 ‘혁신 의료기기’로 지정돼 신속 심사를 거쳤으며, 기존에 유사한 기기가 없어 새로운 분류 기준을 마련하는 드 노보(De Novo) 절차를 통해 최종 승인을 받았다. 에실로는 수 주 내 미국 안과 전문의들에게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에실로룩소티카(EssilorLuxottica) 경영진은 “이번 승인은 교정 렌즈를 의료적 치료법으로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라고 강조하며, 전 세계 근시 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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