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쉬-쿠바 사례 등 부정확한 근거 제시… FDA는 타이레놀 경고 문구 추진
美소아과학회 등 전문가 그룹 “산모와 아동 건강 위협하는 발언” 일제히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과 영유아 백신 접종이 자폐증과 연관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제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그는 22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타이레놀은 복용하지 말라”고 강조하며 산모와 부모들에게 경고했고, 백신 접종은 나눠 진행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곧바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폐증의 인과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산부인과학회는 지난 20여 년간 이를 입증한 신뢰성 높은 연구는 없다고 밝혔고, 로이터 통신은 2024년 스웨덴에서 약 250만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도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 산과·태아의학회는 임신 중 고열이나 통증을 방치할 경우 유산과 조산 등 더 큰 위험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백신 성분과 접종 일정을 문제 삼았다. 그는 홍역·볼거리·풍진(MMR) 백신을 분리 접종하고 B형 간염 백신은 12세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소아과학회는 백신과 자폐증 사이에 과학적 연관성이 없음을 거듭 확인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아동용 백신에 쓰였던 티메로살(Thimerosal)은 2001년 이후 대부분 제거됐으며 체내에 축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고,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은 백신 속 알루미늄 양이 모유나 분유로 섭취하는 양보다 적다고 밝혔다. 또 미국 소아과학회는 미국에서 MMR 백신은 단일 항원 버전이 없어 분리 접종이 불가능하다고 했으며, 세계보건기구는 B형 간염이 출산 과정에서 전염될 수 있어 신생아 시기 접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미쉬(Amish, 현대 문명과 기술을 멀리하며 전통적 생활을 유지하는 미국 내 기독교 공동체)와 쿠바 사례를 거론했지만, 팩트체크 전문매체 폴리티팩트(PolitiFact)는 아미쉬 사회에서도 자폐증 사례가 보고됐다고 전했다. 메릴랜드대 브랙스턴 미첼(Braxton Mitchell) 교수 역시 같은 사실을 지적했으며, 라틴 타임스(The Latin Times)는 쿠바에서도 아세트아미노펜이 ‘파라세타몰(Paracetamol)’이라는 이름으로 사용된다고 전했다. 이어 AP 통신은 쿠바에서 자폐 아동을 위한 교육 기관이 운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나아가 류코보린(폴린산의 한 형태)을 자폐증 치료제로 제시했으나 전문가들은 근거 부족을 강조한다. 텍사스대 오드리 브럼백 박사는 소규모 시험에서 일부 가능성이 관찰됐지만 효과를 입증할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고, 자폐증 과학재단역시 대규모 임상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타이레놀과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의 임신 중 사용과 관련해 자폐증·ADHD 등 신경 발달 위험 가능성을 라벨에 반영하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는 파라세타몰의 안전성에는 변함이 없으며 자폐증과의 인과관계를 뒷받침할 증거도 없다고 발표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뇌 엽산 결핍증 환자 데이터를 근거로 류코보린(Leucovorin) 사용을 승인했지만, 자폐증 치료제로 인정하려면 대규모 임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학계 역시 2024년 스웨덴 연구에서는 연관성이 없었지만, 2025년 하버드대와 마운트시나이 의과대학 연구진은 46건의 연구를 종합해 일부 신호를 확인했으나 인과성을 단정하지는 못했다.
결국, 미국 소아과학회와 미국 산부인과학회 등 다수 의료 단체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과학적 근거 없이 공포를 불러올 수 있다며 경계했다. 전문가들은 “추가 연구는 필요하지만, 현 단계에서 타이레놀 복용과 자폐증의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