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일출 후 커피명소에서 쉼 얻기
새로운 한 해를 맞는 여행, 동해 해돋이!

 

 

강릉 안목항에 위치한 '산토리니'
강릉 안목항에 위치한 '산토리니'

새해가 밝으면 동해에서 일출을 맞으며 새해의 소망을 다짐한다. 첫 일출을 맞으면 상징적 의미가 있어 좋으나 엄청난 교통정체와 너무 비싼 숙박비는 큰 부담이다. 

그래서 필자는 새해 첫 날을 전후하여 특정한 날을 잡고 동해로 향한다. 지나온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한다는 의미에서 일정 부분의 교통 정체나 비싼 숙박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필자가 외국에서 생활을 할 때는 일출 명소라는 검색을 하면 관련 정보가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꼭 새해가 아니더라도 날이 맑은 날이면 해돋이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새벽잠을 양보한다. 

우리가 새해 첫날에 태양에 소원을 빈다는 것을 주술적인 의미로 볼 수도 있겠으나, 필자가 바라보는 의미는 좀 다르다. 태양을 매개체 삼아 자기 자신에게 다짐하는 의미가 더 크다고 본다. 일상에서 벗어나 차분한 시간을 가지며 지나간 한 해를 정리하고 다시 다가오는 새로운 한 해를 맞으며, 꼭 하고 싶은 것이나 새해에는 어떻게 살아 보겠다라는 목표들을 정리하고 이를 아침 일찍 일어나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한번 더 다짐해 보는 내면화의 과정이다. 

교통 정체나 비싼 숙박비가 부담이라면 새벽 시간에 양양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된다. 두어 시간이면 어느새 시원한 동해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에 선택한 일출 명소는 낙산사로 잡는다. 주변에 단골 맛집들과 익숙한 숙소가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관동팔경의 으뜸인 낙산사 홍련암쪽에서 바라보는 해돋이는 참 멋있기 때문이다. 

 

동해안 해돋이
동해안 해돋이

해가 떠오를 때 부지런한 고깃배라도 한대 지나가면 더 좋다.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홍련암에서 충분히 한 해의 다짐을 하고 나면 큰 정원과도 같은 낙산사 경내를 천천히 산책해 보는 것도 좋다. 입구에 적혀 있는 ‘길에서 길을 묻다’라는 문구에서 시작된 삶에 대한 생각들은 ‘소원이 이루어지는 길’을 지나며 자연스레 생각이 정리된다. 

낙산사에서는 따뜻한 차를 내어 주기도 하고 11시정도면 국수 공양을 하기도 한다. 버섯 육수로 우려낸 이 곳 국수는 정말 빈손으로 받기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데, 그래도 담백한 맛에 끌려 두 그릇씩 드시는 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한참의 시간을 보내며 쉼을 얻었다면 이제 움직일 시간이다. 

속초 방향으로 가든 강릉 방향으로 가든 다 좋다. 시원한 동해 바다를 보며 달리는 길은 그 거리가 좀 멀어도 즐겁기만 하다. 중간중간 명소들이 많아서 쉬어 가는 것도 즐겁고 바다 산책로를 따라 차를 세워두고 잠시 걸어도 좋다. 

오늘은 약간의 욕심을 내어 7번 국도를 따라 강릉 방향으로 향하여 본다. 안목항에 위치한 산토리니 커피숍을 들러볼 요량이다. 에게해 남쪽 그리스령의 키를라데스 제도 남쪽 끝에 있는 산토리니섬 이아마을의 흰색과 파란색 컨셉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의 산토리니 커피숍은 안목해변 커피거리 남쪽 끝에 위치해 있다. 

이 곳의 깨끗한 디자인에 더해 눈 앞에 펼쳐지는 안목해변의 경치는 잠시 앉아 시간을 보내기에 더없이 좋다. 이 곳을 운영하는 김재완대표는 강릉커피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강원도립대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기도 할 만큼 커피 업계에서는 유명한 분이다. 

산지에서 생두를 공동구매 형식으로 직수입하여 회원사들과 나누고 이렇게 고른 원두를 가지고 각종 커피 경연대회에서 회원사들이 수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로스터기를 직접 제작할 정도로 커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 분으로 최근에는 스페셜티급 원두를 동결 건조시켜 분말 형태로 만들어서 물에 그냥 타먹으면 손쉽게 핸드드립 커피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본격적인 상품화를 진행하고 있다. 

일명 산토리니 스페셜티 인스턴트커피 ‘이아카페’다. 필자의 눈에 이아카페는 산토리니섬의 이아마을에서 지중해 바람 맞으며 커피 한잔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편리함으로 보자면 일상 생활에서도 좋지만 등산이나 캠핑 준비물로도 챙겨야 할 커피 매니아들의 필수 아이템이다. 

 

필자는 산토리니를 방문하면 우선 김재완대표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한다. 다행이 김재완 대표가 있는 날이면 핸드드립 스테이션 앞에 앉거나 일행이 있으면 2층으로 자리를 잡고 슬쩍 물어 본다. ‘오늘은 어떤 커피가 좋아요?’라고 물어보면 가끔은 그냥 콜롬비아 주문하고 앉으세요 라고 한다. 

숨겨둔 특별한 커피를 슬쩍 꺼내 보여주고 갈아서 내려준다. 세상에 별로 없는 귀한 커피를 맛보는 행운도 가끔 느낄 수 있는 것 또한 이곳 산토리니의 매력이다. 일행과 같이 온 날은 2층이나 3층의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으면 주문한 각 기 다른 종류의 스페셜티 커피를 잔에 담고 작은 잔에 한잔씩을 더 담아서 맛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내어 준다. 

 

각 커피에 대한 설명이 담긴 카드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힐끗힐끗 창문 너무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바다에 빠져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하면서 좀 더 시간 여유가 있으면 책한 권을 꺼내 들고 한동안 머물고 싶다는 아쉬움에 쉽게 자리를 비우지 못한다. 

날이 좋은 날은 안목항을 산책해도 좋다. 꽤 유명한 커피숍들이 많은 안목항 커피거리이지만 필자의 선택은 항상 이곳이다. 스페셜티급 좋은 원두를 골라 로스팅을 하고 손흘림으로 한잔한잔 내려주는 커피는 향과 맛이 좋은 것을 넘어 시원한 바다 경치와 함께 도시 생활의 스트레스를 날려주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재완대표의 커피에 대한 열정과 직원들의 손님을 맞는 따뜻한 미소를 더하면 차가 좀 막히더라도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 멀지 않게 느껴진다.

 

매장을 나서며 곧 다시 쉼을 얻으러 오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다시 일상으로 향한다. 몇 가지 꼭 이루고 싶은 또는 지키고 싶은 다짐을 다시 한번 새기며 그렇게 또 다른 한 해를 맞이한다. 연례 행사와 같은 필자만의 의식을 치르고 돌아오는 여정은 차가 좀 막혀도 그리 힘들지 않다. 이미 한 해를 살아낼 힘을 마음속 깊이 채워두었기 때문이다. 

소띠해는 근면성실하고 금전적으로 풍족하며 안정감이 있는 소라는 가축의 특성과 승부욕 강하고 한번 시작하면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가는 끈기로 그렇게 또 다른 멋진 한 해가 될 것이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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