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짧았더라면 세계의 역사는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Le nez de Cl’eopatre eut ete plus court, eut change la face du monde.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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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수학자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은 그의 저서 『팡세』에서 클레오파트라의 미모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클레오파트라는 고대 이집트 역사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로, 역사 속 대표적인 미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녀는 미인계를 활용해 당대 최고의 실력자였던 로마 출신의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를 유혹했고, 쇠퇴해가던 이집트를 다시 한번 고대 지중해 세계의 실력자로 등장시켰다.

파스칼은 ‘인간의 허무함’을 온전히 알려면 ‘사랑의 원인과 결과’를 살펴보면 된다고 역설하고자 사랑의 원인이 클레오파트라의 코에 달려 있었다고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즉, 클레오파트라의 높고 긴 코는 그녀의 미모와 지성, 아름다운 목소리, 그리고 그녀의 야심과 담대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신데렐라성형외과 정종필 원장은 “인류에게 있어서 코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사람의 인격, 자아를 상징하는 부위로 여겨져 왔다”고 설명한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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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에서는 얼굴 중앙의 튀어나온 부분인 코가 그 사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벽화를 비롯해 사람이 등장하는 그림에서 사람의 얼굴은 늘 옆모습으로 그려졌다. 코가 표현되어 있는 ‘옆 얼굴 모습’이라는 뜻의 단어 프로필(Profile)이 ‘약력’이란 뜻으로 쓰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동양에서도 코는 자기 자신, 본인을 의미해 왔다. 한자 가운데 ‘스스로 자(自)’는 사람의 코 모양을 따라 만들어진 글자이며, 일본 사람들은 관습적으로 본인을 가리킬 때 손가락으로 본인의 코 부위를 가리키며 말을 한다. 

이렇듯 코는 얼굴의 정 중앙에 위치하여 사람의 얼굴을 좌우로 나누는 기준 역할을 해 왔고, 예나 지금이나 코의 생김새는 유난히 그 사람의 성격이나 운명과 동일하게 여겨졌다.

코가 반듯한 사람은 성격이 정직하고 강인해 보여 신뢰가 높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고, 코가 휜 사람은 굴곡진 세월을 살아왔거나 살게 될 것이라고 짐작하게 만든다. 한편 코가 낮은 사람은 복종적이고 주관이 약하며 뭔가에 억눌린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반대로 코가 높은 사람은 이지적이고 지적인 느낌을 주고 야망이 높은 사람으로 여겨지지만 한편 오만해 보이기도 한다. 

이성 중심의 합리주의가 이끌었던 서양사회에서 클레오파트라의 높고 곧은 코가 미의 상징으로 여겨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반면 스스로를 낮추며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겸손을 미덕으로 삼았던 우리나라에서는 부드럽고 둥글고 넓어 보이는 코가 복코라 불리며 선호되어 온 것도 이해할 만 하다. 이처럼 사회적, 도덕적 가치는 그 시대의 아름다움의 기준을 바꾸기도 하는 것이다.

인류의 코에 대한 남다른 관심 덕분인지 인류 최초의 성형수술 역시 코 성형수술이었다고 한다. 

기원전 6세기경 고대 인도에서 성형수술이 처음 시작되었는데, 당시 인도에서는 죄인의 코를 자라내는 형벌이 있었다고 한다. 평생 코가 없는 상태로 살아야 했던 죄인을 위해 쿠마스(Koomas)라는 의사는 죄인의 이마 피부를 떼어내 코를 다시 만드는 재건수술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수술방법은 페르시아와 아랍을 거쳐 서양으로 전해졌고, 이탈리아 볼로냐 의대의 교수였던 가스파레 타글리아코치(Tagliacozzi)는 매독으로 콧등이 주저앉아 안장코가 된 사람들의 코를 재건하는 성형수술을 시행했다. 이러한 수술법이 점차 발전되면서 현대의 코성형수술법이 완성된 것이다. 

하지만, 서양의 코성형수술법이 한국에 전해졌으나 한국인에게서는 그 효과가 미비했다고 한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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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성형외과 정종필 원장은 서양인과 동양인의 수술효과가 다른 원인이 인종에 따라 코의 해부학적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정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서양인의 코는 프레임 부분인 뼈와 연골 파트가 매우 강하고 크고 두껍지만, 한국인의 코는 뼈와 연골 구조가 매우 작고 약하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인의 코는 뼈와 연골을 둘러싸고 있는 연부조직(피부, 섬유성 조직, 결합조직 등)이 두껍게 존재하면서 코 모양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프레임을 개선하는 것에 중점을 둔 서양의 수술법은 동양인에게 그 효과가 낮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후 한국의 의사들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코뼈와 연골 등을 조작하는 것뿐 아니라 부대조직을 변형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그 과정을 통해 마침내 실리콘 보형물이나 자가조직, 인공조직을 이용하는 동양인에게 최적화된 코성형 수술법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코성형수술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이 시행되는 수술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코성형 선호 현상 이면에는 사회적 통념이 존재한다. 주변에서 흔히들 ‘오뚝하고 곧은 코를 가진 사람은 인생이 평탄하고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이 우리들의 ‘아름다운 코’에 대한 욕망을 부추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아실현과 자신감을 상징하는 코. 미인의 기준이 사회적 가치와 다르지 않기에 앞으로도 코성형을 통해 본인의 미래를 바꾸고 싶어하는 이들의 적극적인 선택은 당분간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도움말: 신데렐라성형외과 정종필 원장(성형외과전문의,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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