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기대보다 현실적인 문제에 급급했던 한해
열심히 해도 주홍글씨 박힌 요양병원 업계…선입견 깨져야

홍두희 원장 | 수원센트럴요양병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필자는 1980년대 후반 큰 인기를 끌었던 2020 원더키디라는 TV 만화영화를 기억하고 있다. 그 때 어린 마음에 2020년이 되면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상상을 하였다. 그런데 실제로 겪은 2020년은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는 당장 닥친 현실을 헤쳐나가는 데 급급했던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올해 가장 큰 화두를 뽑으라면 누구나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여러 사회적 문제를 지적할 것이라 생각한다. 설 연휴동안 중국에서 코로나 감염 사태가 보도되고, 아니나 다를까 국내에서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급기야 우리 국민이 외국에서 입국 금지를 당하는 일까지 벌어지게 되었다. 

외국에서 코리아 코로나 하면서 중국과 함께 코로나 유행지역으로 인식되고, 정말 21세기의 흑사병이 되는 것이 아닐까 전 세계가 공포에 떨기 시작하였다. 

한편으로는 이전 메르스 사태를 떠올리면서 제일 먼저 병원 문을 걸어잠그는 일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공식적인 정부 지침이 있기 전부터 많은 수의 요양병원에서는 자체적으로 면회 금지를 실시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한 일이지만, 당시는 보통 용기로는 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보호자들의 항의가 상당했었고, 기존 입원 환자들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적을 막기 위해서는 외부와의 빈번한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 우선이었고, 우리 병원에는 10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있었으며, 모두 고위험군이었기 때문이었다. 

대구에서 유행이 확산되면서 대구의 일부 요양병원은 자체적으로 직원 포함 14일간의 코호트 격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우리도 혹시나 하면서 여분의 옷을 집에서 챙겨 왔다. 이불과 베개는 충분한지 수량을 확인하고, 직원까지 사용할 정도의 재고 확보를 위해서 추가 발주까지 하였다. 

마스크 재고가 바닥나는데, 시중에는 마스크 품귀 현상을 빚었다. 병원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일회용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여 천 마스크를 한 장 당 1500원이 넘는 고가에 구입해서 직원들에게 지급하고, 소독용 에탄올을 구할 수 없어 인터넷 쇼핑몰에서 기존 가겨의 몇 배의 비싼 가격에 겨우 구하기도 하였다. 정말 전쟁 같은 시간이었다. 직원간 감염을 막기 위하여 식당 테이블 위치를 변경하여 한 쪽만 바라보게 하였고, 자리가 모자라 식사를 조별로 나누어 시행하였다. 

그러다가 공적마스크가 병원에 우선 배정되고, 소독 용품 품귀 현상이 차차 해소되면서 여름을 맞이하였다. 산발적인 감염이 계속되고, 대학병원, 학교, 식당, 요양병원 등등 산발적인 감염 소식에 늘 뉴스에 귀를 귀울이면서 지냈다. 여름 휴가는 사치가 되었고, 회식 한 번 하지 못한 채로 가을이 지나 다시 겨울이 되었다. 아직도 우리는 서로 대화할 때 마스크를 끼고 한다. 

필자 역시 방으로 직원이 들어오면 제일 먼저 챙기는 것이 마스크이다. 우리 직원들도 자신이 코로나를 옮기면 안 되는 것을 잘 알기에 극도로 외부 접촉을 줄이고 각자 건강을 잘 챙기면서 서로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매일 하루 두 차레 체온을 재고, 언제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위생을 철저히 하고 있으며, 원무과 접수데스크와 상담실에는 아크릴 벽을 세워 혹시 모를 감염을 막고 있다.

한가지 서운한 것은 요양병원은 정말 열심히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데, 언제나 주홍글씨가 되어 요양원에서 코로나가 발생해도, 재활병원에서 코로나가 발생해도 항상 요양병원이 문제인 것처럼 언론에 나올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만큼 국민적인 관심사이고, 걱정해 주는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원래 문제가 있는 곳이라는 선입견을 심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흔하게 보는 글귀가 송구영신(送舊迎新)이다. 옛 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하는 연말 연시에 올해는 조금 특별하게 송코영신이라는 말을 해 보고 싶다. 코로나를 보내고 백신을 맞이하여 다가오는 2021년에는 코로나 걱정 없이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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