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자의 무비레시피] ‘한우 짜파구리’는 부자와 빈자를 가른다
상태바
[최기자의 무비레시피] ‘한우 짜파구리’는 부자와 빈자를 가른다
  • 최선재 에디터
  • 승인 2020.11.30 08: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봉준호감독 영화 ‘기생충’ 숨은 일인치
타이밍 ‘쉽지 않다’ 직접 먹어보니 느껴진 ‘위선과 기만’

 

 

직접 만들어본 '한우짜파구리'
직접 만들어본 '한우짜파구리'

한우를 제대로 먹으려면 1인당 10만원 이상을 줘야 한다. 빨간 속살에 기찬 마블링이 들어가 있는 1등급 한우는 10만 원 이상이다. 삽겹살이 ’금겹살‘이란 말이 돌아도 한우가 금우라는 말은 없다. 한우는 금값 못지 않을 만큼 비싼 음식이다. 

어린 시절 즐겨 먹었던 소고기가 주로 수입산이었단 사실을 알아챈 순간 한우의 진입장벽은 더욱 높게 느껴진 까닭이다. 한우는 서민이 큰 마음 먹고 먹어야하는 부르주아의 음식이다 

라면이 500원인 시절이 있었다. 우리 집 단골 메뉴는 안성탕면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야자가 끝나고 밤에 간식으로 먹는 안성탕면의 맛은 기가 막혔다. 

물을 데우는데 5분 면을 넣고 끓이는데 5분. 10분이면 거뜬했다. 야들야들한 면이 입속으로 호로록 들어갈 때면 수험 스트레스가 전부 사라졌다. 

라면을 먹다가 지겨우면 짜파게티를 먹었다. 짜파게티는 예나 지금이나 면이 두껍다. 라면 국물이 지겨우면 짜파게티로 손이 갔다. 짜파게티 맛도 익숙해지면 너구리를 선택했다. 안성탕면과 짜파게티 너구리를 오가는 조합으로 즐겨온 라면인생이다. 라면과 짜파구리는 서민의 음식이다. 

2020년에 서민과 부르주아의 음식 구별이 웬 말이냐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갑자기 무슨 한우 얘기를 꺼내다가 라면을 언급한 의도를 묻는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영화 기생충에서 한우를 짜파구리에 넣어 먹는 조여정과 이선균 가족 덕에 짜파구리는 부자 음식이 됐다. 

이상하게도, 영화 이전 한우 짜파구리는 알려진 음식이 아니었다. 기생충 이후 한우 짜파구리 레시피가 유튜브를 강타하면서 너도나도 한우 짜파구리를 먹기 시작했다. 

짜파구리는 짜파게티와 한우의 조합이다. 먼저 채끝살을 불에 구워 소금과 후추 간을 적절히 해준 뒤 프라이펜에 굽는다. 관건은 옆에서 짜파구리 조리를 같이 해야 한다는 점이다. 

냄비에 물을 올리고 끌면 먼저 면들을 집어넣는다. 2인분은 두 개, 3인분은 세 개다. 면들이 중간쯤 익을 때 프라이펜에 채끝살을 올려놓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 타이밍에 채끝살을 올려놓으면 왼쪽에서는 소고기, 오른쪽에서는 라면을 끓이는 진풍경이 나온다. 

라면이 다 익을 때쯤 채끝살을 뒤집고 소금간을 해야 하는데 짜파구리는 기본적으로 너구리와 짜파게티의 면이 워낙 굵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 한다. 희한한 사실은 아무리 타이밍을 제대로 잡아도 면이 불거나 고기가 질기다는 점이다. 

애당초 따로 해야 할 음식을 같이해야 한다는 점에서 모순이 시작된다. 

부르주아의 한우와 서민의 라면이 어울릴 수 없는 이치와 같달까. 도저히 맞출 수 없는 타이밍 덕에 이곳저곳에서 면발이 불어난 한우 짜파구리 후기가 넘치는 이유다. 

봉준호 감독은 어쩌면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자신이 그려낸 한우 짜파구리 세계를 모사한 대중들이 짜파구리를 만들어 먹을 것을 말이다. 그러니 당신들이 한우와 짜파구리를 조합시키는 타이밍을 한 번 잡아 보라고, 이 음식은 주방장 2명이 도전해도 채끝살의 부드러움과 야들야들한 면발이 유지되기 어려운데, 이런 심정을 한번 느껴보라고 말이다. 소고기를 혼자 굽는 건 쉽고 짜파구리를 홀로 먹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인데 한우짜파구리는 이름만큼이나 화합이 어렵다. 

한우 짜파구리 타이밍은 곧 선이다. 그 선을 어디로 정하느냐에 따라 황당하고 기괴한 음식의 성패가 좌우된다. 보통 한우짜파구리를 매일 먹기 힘든 이유는 선을 고민하기 때문인데 첫번째로 높은 경계선은 한우의 가격선이고 둘째는 고기와 면을 익히는 타이밍이다. 

한우의 가격선을 넘어도 타이밍에 막혀 결국 전복된 형태의 짜파구리가 탄생하고 마는데 이는 한우와 짜파구리가 철저하게 분리된 형태의 이미지. 즉 채끝살이 위로 올려져 있고 라면이 그 아래 숨어 들어가있는 그림이다. 아름답지만 슬프다. 맛있어보이지만 씁쓸하다. 

그러니까, 송강호 가족이 조여정 가족을 속이기 위해 온갖 사기를 쳐가면서 대궐 같은 집에 기생하려 하지만 그 선과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한우 짜파구리라는 상징으로 대변하는 것이 ‘봉테일’이다. 

그 요리에 참여시킴으로 인하여 당신들도 부자와 빈자의 음식이 어떻게 무너지고 전복되는지 느껴보라는 봉준호 감독의 의도가 읽힌다는 뜻이다. 이상하게도 한우 짜파구리는 한 번 쯤은 다시 도전하고 싶지만 그 애매한 타이밍 때문에 소고기만 구워 먹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왠지모를 찝찝함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한우 짜파구리의 핵심은 음식의 주인공들이 음식에 참여하므로 배제되는 역설이다. 대접을 받으면 오히려 비극은 덜하지만 참여로 비극이 극대화하는 미장센이다. 그러니 한우짜파구리는 한번으로 족하다. 단순히 음식 하나만으로 부자와 빈자의 조합에 담긴 위선을 보여주는 봉준호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