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제너레이션 컨퍼런스(약사신문 주최) 200여명 청중 모여 '성료'

전세계적으로 노년층이 핵심 세대로 급부상 중이다. 특히 그랜드 제너레이션(Grand Generation)은 역사상 가장 부유하고, 활동적이고 장수하는 은퇴 세대로 정의된다.

MZ세대도 X세대도 아닌 그랜드 제너레이션이 국내에서도 인구의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할 정도로 주목을 받는 이유다. 

이들은 건강에 관심이 높고 강력한 소비층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하지만 '그랜드 제너레이션' 세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약사신문(팜뉴스)이 지난 5일 "그랜드 제너레이션 컨퍼런스"를 주최한 배경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교수, 연구원 등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이 모여 초고령 사회의 주류로 떠오른 '그랜드 제너레이션' 현상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논의했다. 컨퍼런스 좌장은 주경미 고려대 약대 특임 교수가 맡았다. 전문가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 초고령화 사회로의 전환, 그 대응법을 모색하다. 2023 Grand Generation Conference 현장
▲ 초고령화 사회로의 전환, 그 대응법을 모색하다. 2023 Grand Generation Conference 현장

 

이동우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 교수 "초고령 사회 이미 현실, 준비 매우 미흡"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60년에 우리나라 인구의 43.8%가 65세 이상이 될 것이라 한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 중 절반은 노인이라는 의미다. 

2025년에는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국가에서 노인 인구가 7%에서 20%로 늘어나는데 프랑스 154년, 미국 94년, 독일 77년, 일본 36년이 걸렸다. 우리나라는 28년 만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셈이다. 

이렇게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 어떤 것들을 해야 할까. 국가가 나서 해야 할 것들도 있고 기업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중요한 대목은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회 안전망이 부족하다. 독거 노인, 노인자살률의 문제, 부모가 치매 걸렸을 때 가족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는 얘기다.
 

이윤환 인덕의료재단 이사장 "요양병원 인프라 상당히 부족"

건강이 좋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좋지 않았을 때는 치료와 돌봄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치료와 돌봄 인프라가 부족하다. 요양병원이 인권을 억압하고 나쁜 병원으로 인식된 계기다. 2000년대 이후 요양병원이 2000개로 늘면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일본은 달랐다. 2008년 일본에 갔을 당시 요양병원 어디를 가도 냄새 나는 곳은 없었다. 어느 병원을 가도 욕창 냄새가 나는 우리 요양병원의 모습과 차이가 있었다. 바로 일본이 간병보험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간병보험 이전에는 머리를 못 감은 까치머리를 하고 묶인 환자, 변기 옆에서 식사하는 노인들이 있었지만 국가적으로 간병보험을 시작해서 10여년 만에 탈바꿈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간병 보험 급여가 되지 않아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여생을 보내는데 존엄도 인권도 없고 최소한의 기본권도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다.

▲ 왼쪽 윗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상섭, 이동우, 이윤환, 방준석
▲ 왼쪽 윗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상섭, 이동우, 이윤환, 방준석

 

방준석 숙대 약대 교수 "국가, 정부, 지자체 모두 나서야....약국도 해법"

고령화는 초국가적 문제를 유발한다. 정부, 지자체, 민간기업, 전문가 집단이 공동으로 인지하고 협력하여 대응해야 한다. 

고령자를 위한 건강과 복지 향상, 의료비용 절감, 관련 산업 발전을 동시에 추진할 방안을 선정해서 육성해야 한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약국이 고령인구의 건강을 증진하고 위험요소를 억제하는데 가성비 높은 대안이란 점이다. 

실제로 영국과 캐나다, 호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약국을 중심으로 10~15년 전부터 환자 중심의 처방 및 건강관리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다. 이를 통해 약물치료의 성과를 높이고 건강 관리를 수행 중이다. 

단골 약국화, 다제약물 관리, 가정방문 약료 등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우리도 제도 및 지원 방안을 보완해야 한다. 고령자 의료와 복지를 위한 약국과 약료의 디지털 변환,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 모델, 노인전문 의료 및 약료 전문가를 통합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황상섭 서일대 생명화공학과 교수 "미래는 집(home)도 병원될 수 있다"

지난 7월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발표에 따르면, 집 곳곳과 몸에 웨어러블 센서가 달려 있는 원격 의료 플랫폼 개발로 노인 건강 관리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다.

스마트 양말, 깔창은 물론 카페트까지 전부 부착돼서 보행, 균형 문제를 수시로 모니터링하는 개념이다. 스마트 거울, 체중계, 알약 상자 등 홈 시스템으로 노인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먼 미래의 이야기도 아니다. 이미 음성 지능형 개 인비서, 복용 알림 AI 서비스가 이뤄지고 일부 대학 병원에서는 스마트 화장실을 통해 소변을 분석해서 환자 건강을 확인하고 있다.

앞으로 다양한 종류의 가정용 로봇이 노인 케어를 지원할 전망이다. 간병인과 간호사를 휴머노이드 보조 로봇으로 대체하는 돌봄 서비스가 자리잡을 것이다.
 

최두아 휴레이포지티브 대표 "노인 돌봄 문제, AI 기반 기술이 솔루션"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챗GPT는 단순히 한 번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다. AI 기반의 기술 발전은 이미 변곡점을 지났고 앞으로 세상을 굉장히 빠르게 바꿔 나갈 것이다. 

노인 돌봄이나 헬스케어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돈을 찾거나 통장을 정리하기 위해 직접 은행 지점을 방문해야 했지만, 이제는 앉은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해결한다. 디지털 기술 혁신이 이뤄지면 보건의료 영역 전반에서도 변화가 발생할 것이다.

실제로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네이버의 케어콜(CareCall) 서비스는 AI가 실제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어 괜찮으신지 안부도 묻고 건강상태도 확인한다. AI가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다양한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분석한다.

머신러닝을 거쳐 학습을 거쳐 AI모델을 활용한 다양한 중재 메시지를 자동생성해서 사용자에게 코칭 가능하다.

주목할 점은 AI는 사람과 달리 지치지 않는다. 사용자가 답을 할 때마다 데이터가 쌓이게 되고, AI는 점점 다정한 자식 또는 손녀의 역할을 한다. 계속해서 사람에 가까워지면서 더욱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 주경미 교수
▲ 주경미 교수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제 개선 통해 포괄적 돌봄체계 완성해야"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그랜드 제너레이션이라는 새로운 주체가 등장하고 보건의료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부분적인 법이 아니라 모든 것들을 포괄할 수 있는 통합적인 법제 개선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기존의 법 체계에서 혁신적인 대안을 마련돼야 하는데, 국가적 또는 사회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문제다.

단편적이고 파편적인 접근들만 나오고 있다. 정부 기관별로 권한과 기능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돌봄제도가 개인의 부담으로 떠넘긴 경향을 보이는 배경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포괄적 돌봄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다수 주체의 사회적 권리 복합체로서 모든 시민이 돌봄 대상자다. 다른 시민을 돌봐야 할 사회적 책임을 공유하고 상호 보완적인 협력관계가 절실하다.

포괄적 돌봄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가칭 '돌봄 친화 도시'를 조성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노인친화도시, 아동친화도시, 여성친화도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도시 등의 조성을 연계해 돌봄 친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서용구 숙대 경영학부 교수 "불황 이미 시작, 그랜드 제너레이션 주목해야"

그랜드 제너레이션은 1950~60년대 태어나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을 사회학적으로 새롭게 정의한 개념이다. 대한민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4%로 예상된다. 불황은 이미 시작됐고 소비를 이끌어온 MZ 세대의 지갑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닫혔다. 

MZ 세대 인구는 점차적으로 줄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블루오션이라고 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랜드 제너레이션은 2023년 1400만명에서 5년 뒤에 200만여명이 늘어날 예정이다. 

이들의 50%는 구매력이 높고 자산이 부유한 세대다. 유일하게 인구가 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랜드 제너레이션 중심의 엘더 노믹스가 본격적으로 화두가 된 이유다. 따라서 핵심 소비 계층이자, 주류로 떠오른 그랜드 제너레이션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 
 

▲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서용구, 김택식, 오동석, 최두아
▲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서용구, 김택식, 오동석, 최두아

 

김택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고령친화서비스단 단장 "정부, 그랜드 제너레이션 공략 위해 노력"

65세 이상의 고령자는 복지지원의 대상으로 여겼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투자대상'으로 인식이 전환됐다. 보건복지부가 만든 고령친화산업진흥법은 소관부처가 복지부로 한정됐다. 다룰 수 있는 영역도 좁고 한계점도 있었다.

노인요양장기보험 등급을 받은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제품들만 개발돼 시장 자체가 활성화되지 못했던 이유다. 

하지만 전반적인 상황이 바뀌었다. 그랜드 제너레이션 용어처럼, 고령층이 자기에 대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이 늘어나서 시장이 먼저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민간 시장이 열리고 있다. 정부에서도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응방안들을 준비 중이다. 

현재 혁신형 고령친화기업을 집중 육성하고 고령친화산업 R&D 사업을 기획 중이다. 노인・장애인 분야에서 대규모 R&D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예산확보 및 연구개발 지원도 추진할 예정이다. 
 

약계, 정계 주요 인사 참석...자리 빛냈다

한편 이날 제약업계 주요 인사들도 컨퍼런스 자리에 참석했다. 대한약사회 최광훈 회장은 축사를 통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노화와 이에 따른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단골약국, 고령친화마을, 장수, 경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슈들은 얼핏 개별 사안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모두 연결된 주제"라고 밝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장병원 부회장도 "우리나라는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라며 "2025년에는 65세 이상 노령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어떻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느냐에 대한 진정한 고민이 필요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이번 2023 그랜드 제너레이션 컨퍼런스에 있는 세션을 들어보니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현장에서 받은 다양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복지부 등과 더욱 자주 논의해 정책을 수립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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