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 전문으로 다양한 경험이 환자 위한 최선의 노력 가능하게 해
일반치료 및 보호자 간병부담 덜어주는 병원으로서의 인식개선 노력

홍두희 수원센트럴요양병원 원장
홍두희 수원센트럴요양병원 원장

원장님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수원센트럴요양병원 대표원장 홍두희입니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아주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교실에서 전공의, 전임의를 수료하였습니다. 이후 고대구로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 표준교육과정 1기를 수료하였으며 다수의 요양병원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에 수원센트럴요양병원을 개원하였습니다.

지난해 1월 개원 후 2년 7개월의 시간동안 의사가 아닌 경영자로서 좌충우돌 하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기본에 충실하면서 환자 잘 보는 병원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병원이 지역사회에 탄탄하게 뿌리내렸다 생각하고, 좀 더 나은 요양병원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정의학과를 전공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

가정의학과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가정의학과가 가진 포괄적이라는 의미 때문입니다. 의대생 시절에 각 과를 돌면서 실습하는 과정에서 많은 전문과 선생님들이 본인들의 영역에 한정된 문제만을 볼 뿐 환자가 불편감을 겪는 다른 문제는 해당 과에 의뢰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가진 건강문제는 결코 하나의 기관에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서 누군가는 전체를 보는 의사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의사가 되고 싶어 가정의학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가정의학과 전공의는 다른 과 파견 근무가 많아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 경험이 모여 요양병원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요양병원을 운영하시면서 인상깊은 에피소드들이 있나요 ?

돌이켜 생각해보면 인상 깊은 환자들이 몇 분 계시는데요, 한 분은 홀로 외아들을 키운 60대 초반의 암환자입니다. 소화 불량이 반복되어 병원에서 검사 중에 암진단을 받았는데, 진단 당시 이미 어느 정도 전이가 된 상황이었습니다.

지방에서 홀로 지내시다 수원에 있는 아들이 어머니를 모시고 와 항암치료를 시행했지만 몸상태가 항암치료를 견디기 어려운 상태여서 중단 후 우리 병원에 입원하였습니다. 입원기간 동안 통증 조절 및 영양 공급을 지속하면서 지냈는데, 코로나19로 인해서 면회가 통제되었습니다.

며느리는 자주 환자분의 안부를 묻고, 필요한 물건 등을 잘 챙겨드리기만 할 뿐 보고 싶다거나 면회 요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당시 코로나 확산에 대한 우려로 면회 자체를 금지하고 있어 동영상을 찍어 보내드리는 것으로 면회를 대신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왠지 평소보다 환자분 컨디션이 좋아보이고, 저 모습을 가족에게 꼭 보여드리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격리실로 환자분을 옮기고 짧게나마 면회를 시켜 드렸는데, 2일 지나 갑자기 혈압이 불안정해 지면서 컨디션이 나빠져 다음날 임종하셨습니다.

말기 암환자를 돌보다 보면 예측 못하게 환자 컨디션이 떨어지면서 사망하는 경우를 종종 겪지만 이 분의 경우는 정말로 뜻밖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들 부부는 컨디션 좋을 때 면회를 한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 주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아마도 오랜 기간 자식을 기다리다 면회 후 여한이 없다 생각하셨던 것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또 한 분은 개원 초기에 치매로 인한 섬망이 심하였고 거친 행동 및 비위생적인 배변 등의 문제로 입원하였던 분입니다. 이 댁은 큰 딸, 아들 둘이 보호자였습니다.

막내며느리가 근처에 살면서 수발을 들었었는데, 치매가 심해지고 집안에 오물을 묻히는 등의 행동 장애가 지속되자 우리 병원으로 모시고 오게 되었습니다. 행동 장애가 동반된 치매는 안정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에 대하여 아들/며느리와 딸 간에 서로 의견 충돌이 심한 상황이었습니다. 안정제를 사용하면 약간 술에 취한 것처럼 처지는 모습이 보이게 되는데, 이는 행동 장애를 막기 위하여 어쩔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딸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퇴원시키라 하였지만 며느리 둘은 집에서 모시기를 꺼리고, 큰 딸도 직접 모시기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서로 사이가 안 좋은 경우였습니다. 그러다 큰 딸이 요양보호사를 자택으로 초빙하여 주간에 돌보고, 야간에는 본인이 돌보겠다며 퇴원을 요청하였습니다.

아직 행동장애가 조절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나 워낙 완강하여 퇴원하기로 하였습니다. 반년쯤 지났을까, 낯익은 이름의 환자분 입원 문의가 있어 보니 그 때 퇴원한 치매 할아버지이었습니다. 퇴원 시보다 증상이 더 심해지고, 전신 컨디션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가족 모두 연명치료 하지 않겠다면서 우리 병원으로 모시고 오셨습니다.

식사도 못하고, 이상 행동도 여전하였지만 기운이 없어 그런지 이전만큼 거칠지는 않았습니다. 삼킴 장애가 있어 가족을 설득하여 콧줄을 사용하고 꾸준하게 영양 공급을 시행하였습니다. 약을 지속적으로 투여하면서 행동 조절을 하고, 한동안은 낙상 위험이 높아 보호대도 사용하였습니다. 가족들은 이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며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마 얼마 못 사실거라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입원하고 한달이 지나 갑자기 컨디션이 좋아지기 시작해서 의사소통도 가능해지고, 거친 행동도 개선되어 보호대 없이 지내게 되었습니다. 혈액검사에서 보였던 이상 수치도 좋아져서 가족 중에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수발해 준다면 퇴원도 가능한 컨디션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입원해 있기로 결정하였고, 이 과정에서 가족들 사이에 이전에 보였던 갈등이나 긴장감, 서로에 대한 불평 등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직접 겪어 보면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가족끼리 충분히 대화를 하면서 사이가 좋아지게 된 것이지요.어쩌면 이것이 아버님께서 자녀들에게 준 큰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의 요양병원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요 ?

요양병원은 이전에 있었던 화재사건이나, 과도한 약물 투여 및 동의 없이 보호대를 사용했던 일 때문에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국에 1,400여개 이상의 요양병원이 있고, 일부의 문제가 확대되어 전체가 문제인 것처럼 언론에 언급되면, 개인적으로 참 마음이 착찹합니다. 제가 근무했던 요양병원 또는 알고 지내는 원장님들이 병원을 운영하는 것을 보면 세간의 나쁜 뉴스는 소수이고, 일부의 일탈이며, 그렇기에 뉴스거리가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도 우리 병원에서 근무하는 여러분들처럼 전국의 수만은 요양병원 종사자들은 환자를 내 가족처럼 생각하며 맡은 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가족이 환자를 돌보기에는 각자 하던 일을 놓을 수 없는 처지의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대학병원에서도 환자가 어느 정도 회복이 되면 나머지 치료는 요양병원으로 전원하여 치료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병원에서도 인근 대학병원과 진료협력을 체결하고 급성기 치료 이후 장기적인 치료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요양병원이 임종을 앞두고 죽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 치료를 연속적으로 받고, 좀 더 잘 회복하여 일상으로 복귀하는데 도움을 주는 의료기관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또한 만성 환자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예를 들어 폐렴이나 요로감염 등의 진단 및 치료)를 조기에 발견하여 대학병원까지 가지 않고, 보호자들의 간병 부담을 덜어주면서 일상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요양병원을 찾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병원을 찾는 분들 중에 말기암 환자가 적지 않습니다. 호스피스 케어를 받기 위함인데, 이 분들은 육체적인 고통도 크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 이별에 대한 상실감 또한 견디기 어려운 고통 때문에 힘들어 합니다. 많은 요양병원에서 말기암 환자는 통증 조절이 어렵고, 비상 상황이 자주 발생하며, 상대적으로 손길이 많이 필요로 하여 입원을 꺼려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호스피스 교육을 받으면서 말기암 환자를 받아주는 의료기관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어 관리의 어려움이 있지만, 개원 초기부터 마약성 진통제를 입고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환자나 가족의 정서적 불안정이 병원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기인한다는 것을 알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정서적 불안정을 해소시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주변 대학병원에서도 인정받아 소위 어렵고 힘든 환자일수록 저희 병원에 믿고 의뢰를 해 줍니다. 저는 그분들이 삶을 좀 더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 노력하며, 힘들지만 지역사회에서 요양병원을 개원한 의사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요양병원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가족을 돌보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을 때 도움을 주는 손길로 받아들여지는 의료기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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