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맛의 중국요리, 그 느끼함을 화끈하게 씻어주는 ‘이과두주’
향긋하고 목넘김이 부드러운 ‘연태고양주’

중국, 그들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는 차(茶)와 술(酒)이 결코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술에 대한 이야기는 한도 끝도 없는 것이 중국의 문화가 아닐까 싶다. 다양한 중국 술들 중에 국내에 가장 많이 소개되어 있는 것은 바로 수수, 쌀, 밀 등을 재료로 무색의 투명한 증류주인 ‘백주(白酒, 바이주)’이다. 네이버 카페 ‘바사모(바이주를 사랑하는 모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현수 객원 칼럼리스트를 통해 ‘백주’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탕수육과 잘 어울리는 '이과두주'
탕수육과 잘 어울리는 '이과두주'

 

중국집에 가서 어떤 요리를 시켜 먹을까 고민하지만, 으레 한자리 차지하는 것이 탕수육이다. 뭐 특별할 것은 없지만, 바삭하게 튀겨낸 돼지고기에 침샘을 자극하는 새콤달콤한 소스를 곁들여서 먹으면, 이내 작은 행복감에 젖어든다.

그리고 한 입 가득히 탕수육을 먹을 때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약간의 느끼함을 달래줄 수 있는 중국술이다. 예전에는 작은 초록색 병의 이과두주(二鍋頭酒)를 많이 먹었다. 용량이 적지만 56도라는 도수 때문에 한 병 비우기가 쉽지 않았다.

한 잔 마시면 입 안을 폭발시키고 때로는 사레를 걸리게도 하였다. 이 강렬하고 독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도수가 낮고 덜 자극적인 중국술을 찾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술이 연태고양(烟台古酿)과 공부가주(孔府家酒)이다. 특히 연태고양은 34도라는 낮은 도수와 향기롭고 약간의 단맛을 가지고 있어서 중국집에는 가장 잘 팔리는 술 중의 하나가 되었다.

연태고양과 공부가주
연태고양과 공부가주

이과두주, 연태고양과 같은 술들을 중국에서 ‘백주(白酒, 바이주)’라고 부른다. ‘무색투명한 술’이라 뜻으로, 증류주를 의미한다. 예전에는 소주(燒酒: 증류하여 만든 술), 백소(白燒: 증류하여 만든 무색투명한 술), 백간(白干: 무색투명하고 수분이 거의없는 술) 등으로 불렀다.

우리가 아는 ‘배갈(白干儿)’이라는 말은 백간에서 나온 것으로, 혀를 말아 발음하는 아(儿: 얼) 발음이 첨가된 것이다. 주로 북경 및 북방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고량주(高粱酒)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요즘에는 고량 즉 수수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량액(五粮液)처럼 수수 외에 쌀, 찹쌀, 밀, 옥수수 등을 사용하거나, 계림삼화주(桂林三花酒)처럼 쌀만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고량주’라는 말은 적당치 않다.

백주와 우리나라의 소주는 같은 증류주이지만, 제조 방법과 맛에서 큰 차이가 있다. 우리가 많은 먹는 소주는 ‘희석식(稀釋式) 증류주’라고 한다. ‘물을 넣어 희석시켜 만든 증류주’라는 뜻이다.
원료는 쌀이 아닌 단가가 저렴한 ‘타피오카’를 사용하고 이를 당화발효제와 배합하여 발효주를 만들며 이후 증류ㆍ정제하여 순수한 주정(에틸알코올)을 얻는다.

이 주정에 물을 타서 도수를 낮추고 맛을 내기 위해 인공감미료를 넣어 만든 것이 우리의 소주이다. 그래서 맛이 가볍고 인위적이며 품질이 낮다.

이렇게 된 이유는 높은 주세 때문이며, 단가를 낮추다보니 품질이 낮은 술을 양산하게 되었다(그 이면에는 한국사회가 술을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과 관계가 깊다). 이에 비해 중국의 백주를 보는 시각은 우리의 소주와 정반대이다. 중국에서 백주는 고부가가치 산업에 속한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비싼 주식이 귀주모태주(贵州茅台酒, 구이저우마오타이지우) 주식이다. 백주는 질 좋은 수수, 쌀, 찹쌀, 밀, 옥수수 등을 사용하고 발효ㆍ증류ㆍ숙성하여 풍미가 매우 좋다.

깨끗하고 청아한 맛을 주는 분주(汾酒, 펀지우), 파인애플 향과 같은 단향이 풀풀 나는 오량액(五粮液, 우량예)과 노주노교(泸州老窖, 루저우라오지야오), 그윽함과 맛의 유장미(悠長味)를 느낄 수 있는 귀주모태주(贵州茅台酒, 구이저우마오타이지우) 등 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부러울 따름이다.

 


〔백주 Tip〕


 

이과두주(二鍋頭酒)의 뜻
이과두주란 두 번째 솥의 술이란 뜻이다. 증류하여 처음에 나오는 술을 주두(酒頭)라고 부른다. 주두는 주정도(酒精度)가 75도이상이고, 불순물 및 품질을 저해하는 물질 등이 많아서 자극적이고 격렬한 맛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나중에 발효할 때 섞어주거나, 저장하여 필요할 때 사용한다). 주두 이후에 증류하여 두번째 얻은 술은 양질의 품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으로 만든 술이 바로 이과두주이다.

이과두주의 대표 제품
이과두주는 북경을 중심으로 북방지역에서 생산되는 백주이다. 현재 다양한 이과두주 제품들이 있는데, 중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역사가 있는 것은 ‘홍성이과두주(红星二锅头酒)’와 ‘우란산이과두주(牛栏山二锅头酒)’이다.

연태고양과 연태고량주를 만드는 회사
현재 한국에서 정식 수입되어 유통하는 제품은 3가지이다. 하나는 산동연태양조유한공사(山東烟台釀酒有限公司)에서 만든 연태고양(烟台古酿, 옌타이구냥)과 봉래주업유한공사(蓬萊酒業有限公司)에서 만든 연태고량주(烟台高粱酒), 산동공부주방집단유한공사(山東孔府酒坊集團有限公司)에서 만든 연태고량주(烟台高粱酒)이다.

이 중 원조 제품은 연태고량주가 아닌 연태고양이다. 연태고양(烟台古酿)이란 ‘연태의 옛 술’ 혹은 ‘연태지역에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술’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이름을 잘 살펴보고 원하는 술을 구매하기 바란다.

 

왼쪽부터 봉래주업공사의 연태고량주, 연태양조공사의 연태고양, 공부주방공사의 연태고량주
왼쪽부터 봉래주업공사의 연태고량주, 연태양조공사의 연태고양, 공부주방공사의 연태고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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