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상치 않은 할머니를 만나다!
아름다운 노년, 인생2막을 당당히 열어가는 여성 시니어 5인
1. 시니어모델 '조복순' 선생님

[소셜벤처 개로만족 기획취재 ㅣ 힐링앤라이프 편집]

오는 2025년 우리나라에서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거 대다수 시니어가 은퇴 후 여생을 소일거리를 하며 보냈던 시절에 비한다면, 지금의 시니어는 건강한 신체를 바탕으로 은퇴 후에도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역할을 하며 좋은 롤모델이 되는 선례들을 많이 남기고 있다. 이들이 건강하고 아름답게 늙기 위한 ‘웰에이징(well aging)’을 추구하는 이유 이기도 하다. 정년퇴직이라는 마침표를 쉼표로 바꾸며, 젊은 시절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더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시니어들을 만나 그들이 살아가는 인생 2막에 관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담아 보았다.

# 범상치 않은 할머니를 만나다1
41년 6개월간의 교사생활을 정년퇴직하고 현재 시니어모델·공인시험감독관으로 활동 중인 조복순 선생님 

드라마에 나올 법한 교사 탄생 비화

저는 어려서부터 초2 때까지 글을 못 읽었어요. '한글 미해득'이었죠. 그 해에 기간제 선생님이 오셨는데 제가 단박에 글을 못 읽는다는 걸 알고 한글지도를 해주셨어요. 그 선생님 덕에 개안을 하듯이 순식간에 한글의 원리를 깨닫게 된 거죠.

'ㄱ'에다 'ㅏ'를 붙이면 가가 되고 여기에 'ㅁ'을 붙이면 감이 되는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 기간제 선생님이 마치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온 것 같은, 밧줄을 타고 구제하러 온 느낌이 났어요. 이러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 서울교대를 가게 되었답니다.

교사로서 느끼는 사회적 책임

교사로서 뿌듯할 때는 제가 가르친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제 몫을 하는 걸 실제로 봤을 때죠. 반대로 정말 가슴 아플 때는 뉴스에 흉악범들이 나올 때, 쟤를 '초등교육에서 잘 가르치지 못해서 기초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따뜻하게 해주지 못해서 사람들을 공포에 질리게 하는 사람이 된 게 아닐까...'라는 사회적인 책임을 많이 느끼고 있기도 해요.

▲ 조복순 선생님 @개로만족
▲ 조복순 선생님 @개로만족

 

자식처럼 챙겼던 그 아이

초등학교 4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엄마가 집을 나간 남자아이가 있었어요. 
그 아이는 4학년, 누나는 6학년이었는데 아버지도 얘네 엄마를 찾으러 집을 나갔더라고요. 아이 둘만 남은 거죠. 근데,  누나는 사춘기가 빨리 와서 중학교 오빠들과 본드를 했고, 그 아이는 학교에서 늦게까지 자다가 오락실로 하교를 했어요. 그래서 제가 얘를 찾으러 수업만 근처 오락실을 전부 사방팔방 뛰어다녔죠. 오락실 사장님도 저를 알 정도로요.
저 혼자서 어떻게든 그 아이를 그 상황에서 빼내 보려고 아등바등 했었어요. 방과후에 저희 집에 데려가기도 했고요. 그치만 그 아이는 방과 후까지 선생님이랑 있는 걸 견디지 못하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얘를 데리고 재우고 먹이고 학교에 데려가고 방과 후에 공부시키고 그랬죠.
근데 아이 아버지가 와서 얘를 전학시켜 버리는 바람에 소식이 뚝 끊겼어요. 제가 가장 잊지 못할 학생이고, 지금도 어디선가 성인이 되었겠지만 얘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이런 시련이 그 아이에게 반드시 나쁜 영향을 끼쳤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해요. 돌이킬 수 없는 자산이 되어서 인생에 좋은 자극제가 되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좋게 생각하려 하지만...  가슴이 아픈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한 아이도 외롭지 않게 하겠다!

"한 아이도 외롭지 않게 교육을 해야 되겠다." 이게 저의 30년 교육철학이에요. 
하나는 모두를 위하고 모두는 하나를 위한 교육. 혼자만 잘난 게 아니라 일원으로써 잘나야 하고 그 일원이 그 덩어리 자체를 빛나게 하는, 서로가 윈윈이 되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사로서 나의 장점

열정적인 거요. 저로 인해서 주변이 밝아지는 느낌? 아이들이 up 되고 선생님들도 up 되는 이런 열정적인 거요. 또  설득력이 좋은 편이라 이해를 잘 못하는 아이들을 끝까지 설득시키는 것들이 스스로의 장점이지 않나 싶어요.
 

좋은 교사란 무엇일지...?

첫째는 교사 자체가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어야 해요.  
사랑이 없는 교사가 있기도 해요. 직업인으로서 교사가 아니고 정말 따뜻하게 사랑이 넘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교사가 되기 전에 인간으로서 따뜻함을 가지는 게 초등교육은 특히 중요한 거거든요. 기계적으로 '2+2=4'가 된다는 정보만 전달하는 교사가 아니라 학생의 손을 잡고 깨우쳐 줄 수 있고 따뜻한 깨우침을 가르치는 교사여야 한다는 거예요.

둘째는 아이들의 눈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교사죠.
1학년은 1학년에 맞게, 6학년은 6학년에 맞게, 바로바로 자기를 조절할 수 있는 탄력적인 교사가 훌륭한 교사 같아요. 근데 그런 교사가 되는 게 참 어려운 일이거든요. 
한 명이라도 더 눈 마주쳐줬다면....
교사 생활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제가 승진을 신경쓰느라고 아이들 교육에 소홀하기도 했다는 점이에요. 되게 미안하죠.  한 아이라도 외롭지 않게 하겠다는 게 저의 교육철학이지만 제 눈에서 소외된 애들도 많았을 거예요. 40년 전 쯤에는 6-70명 가르칠 때도 있었으니까요. 1부제, 2부제 하고 오전반, 오후반이 있었거든요.

사실 아까 부모님이 집을 나간 아이의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대로의 각자의 문제가 있던 아이들을 제가 다 보듬지 못하고 제 손을 떠나간 아이들도 많았을 거예요.
제가 정말 참다운 교사였나.. 를 생각해보면 나도 월급쟁이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라는 자책감도 있고. 이런 게 아쉽죠.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은
아이들이 꿈을 가지고 훨훨 날았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설령 불가능할지라도 또는 아주 작아도 괜찮으니 꿈을 키우란 것이에요. 꿈이 없는 사람하고 있는 사람하고 눈빛이 다르거든요. 
자기 꿈이 백 번이 바뀌더라도, 꿈이 허황되 보일지라도 꿈을 꾸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눈빛이 다르고 삶의 태도가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꿈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해볼 수 있게, 교사와 어른들이 잘 이끌어줘야 하죠.

▲ 학교에서 아이들을 교육중인 조복순 선생님 @개로만족
▲ 학교에서 아이들을 교육중인 조복순 선생님 @개로만족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고 안되고는 나중의 문제예요.
어른들은 그 아이에게 끊임없이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대화를 해야 해요. 작은 일일지라도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걸 깨우쳐주고 아이와 무엇이 흥미로운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계속 찾게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후배 교사분들께 하고 싶으신 말은...

교사들은 우선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야 해요. 자아실현을 해서 끊임없이 나아가야 하는 자아실현 발광체가 되어야 해요. 교사로서의 책무도 포기하지 않고 내가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노력하고 자아실현해가는 태도가 필요해요.후배 선생님도 교사이면서 인간이기 때문에 선생님이 건강해야 해요. 그래야 아이들도 건강해지거든요.
 

퇴직 후 시니어모델로 인생 제2막 시작? 

저는 마침표를 찍을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정년퇴임을 했어요. 퇴직을 하고 나서 “내가 가르치는 거 말고 뭘 하고 싶지?” 생각해보니 이제 새로운 일을 하고 싶은 거예요. 저는 작가라 글도 쓰는데요, 정적인 일 말고 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한 번 살아보고 싶어졌어요. 그게 무엇인가 했더니 캐릭터에 맞게 저를 변신시켜야 하는 '배우'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강남구청의 '강남 시니어클럽'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모집하길래 시니어모델에 신청하게 되었어요. 뭔지도 모르고 시작을 했는데 사실은 시니어모델이 굉장히 저한테는 어정쩡한 모델이더라고요. 왜냐면 티비에 나오는 할머니들은 머리가 하얗게 센 완벽한 할머니들인데 저는 아직 아니거든요. 

전 아직 쓰임이 크지 않아요. 저처럼 어정쩡한 나이의 사람들은 아직 쓸모가 많지 않더라고요. 왜냐면 제가 머리가 새긴 했지만 그렇게 하얗게 샌 할머니도 아니고, 그리고 또 저 정도의 모델이면 지금 이미 배우가 되어서 모델하고 있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거든요. 저는 그냥 하고 싶다는 거지 그 사람들의 밥그릇을 뺏어가고 할 만큼 능력도 없고 그렇게 할 만큼도 아닌 거 같아요.

소극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지난해 8월에 KBS 아침방송 ‘황금연못’ 에 출연하기도 했답니다.

▲ 방송 출연중인 조복순 선생님 @개로만족
▲ 방송 출연중인 조복순 선생님 @개로만족

선생님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운 원래 제 모습을 찾는 것에 대한 재미도 있고 새로운 모습에 맞춰보는 흥미도 있는 것 같아요. 
또, '알토란'이란 프로그램에 나가서 식전, 식후 혈층 재고 음식 먹을 때 디저트를 먼저 먹는 게 좋은지, 아니면 한꺼번에 다 먹는 게 좋은지 이런 것도 실험하고 그랬답니다.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퇴직 이후 제2의 인생을 알차게 사시는 원동력

즐거움을 탐구하고, 호기심이 있고, 제가 모르는 미지의 것들을 포기하지 않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그건 뭘까? 그건 어떻게 되지?' 호기심을 가지면서 제가 다시 눈을 빛낼 수 있다는 게 저의 큰 장점 같아요. 그렇게 함으로써 제가 모르는 저의 모습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고 그 원동력은 아프지만 않으면 인생은 참 여러 가지로 살만한 것들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돼요.
 

'교사' 라는 직업을 추천/비추천?

저는 되게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교사라는 직업이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없는 사람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선천적으로 아이들을 좋아하고 나에게 따뜻함이 있다, 그러면 저는 그 사람이 교사로서의 자격이 일단 있다고 생각해서 적극적으로 추천을 해주고 싶어요.(웃음)

저작권자 © 힐링앤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