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병원에서 제비다리 고치며 재미나게 사는 행복한 동물병원 수의사
동물진료봉사 통해 받은 감사인사...세상에 없는 큰 치료비로 받아

오홍근 I 익산 와우동물병원 대표원장
수의학 박사
(주) 휴벳대표
전북대 수의대 외래교수
중국 우한수의사회 명예회원
한국 동물매개심리치료학회 상임이사

▲ 전라북도 익산시내에 위치한 와우동물병원
▲ 전라북도 익산시내에 위치한 와우동물병원

몇 년 사이 반려동물 시장의 급성장으로 인해 입양되는 동물의 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코로나로 인해 어려워진 경제상황과 잘못된 판단으로 유기되는 동물들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반려동물들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유기견들을 돕기 위해 활동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중 동물진료차량을 몰고 도움이 필요한 유기견들을 찾아가는 오홍근 수의사를 만나봤다.
 

▲ 전북 익산 '와우동물병원' 오홍근 대표원장
▲ 전북 익산 '와우동물병원' 오홍근 대표원장

# 와우동물병원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와우동물병원은 2003년에 전북 익산에서 13평 작은 시골동물병원으로 시작했습니다. 돈은 못벌어도 인심을 잃지 말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고, 주변에 성실한 동물병원으로 알려지길 원했습니다.

그리고 시골인지라 경제적 여유가 충분한 분들이 키우는 반려동물보다는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분들이 키우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한 4년전쯤 군산의 유기견보호소가 만들어지고 나서 도움을 요청해 오셔서 봉사차원에서 돕다 보니 익산보다는 군산 쪽으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무료진료로 시작하신 봉사활동, 지금은 어떤가요?

처음에는 무료로 군산지역에서 봉사 차원으로 진행했습니다만 막상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보니 감당이 안되기 시작했습니다.

알고보니 군산에 있던 공장들이 빠져나가면서 그곳에서 생활하던 개들이 들개가 됐고 그 무리들이 계속 번식하며 증가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군산시에서도 유기동물 치료비 예산을 책정해서 보조를 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 오홍근 원장이 운영하고 있는 동물진료차량
▲ 오홍근 원장이 직접 제작 운영하고 있는 이동 동물진료차량

# 그럼 이 때 동물진료차량을 생각하셨나요?

네. 다양한 유기동물을 진료하고 치료하면서 바로 그 자리에서 처치할 수 있는 차량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게 시작입니다.

예전에 비해 요즘은 기술의 발달로 버스 정도면 충분히 설치할 수 있는 장비들이 많이 개발됐습니다. 처음 차량을 알아볼 때는 일반버스를 공매받아서 리모델링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이동검진차를 우연히 보게 됐는데 이미 방사선 검사를 위한 납처리도 다 되어 있어서 바로 마음먹고 구매해서 리모델링하고 바로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수의사로서 일을 하다보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도 또 하나의 이유인 것 같습니다. 사실 좋은거 먹고 좋은데 가고 그러면 추억은 쌓이겠지만 마음은 조금 허전하달까요. 돈을 벌면서 보니까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돈을 벌려고 할 때는 정말 힘든데 돈을 이렇게 쓰려고 하니 정말 마음이 편했습니다.

대학시절부터 야학을 해왔는데 지금도 조그만 야간학교의 이사장직을 하나 맡고 있습니다. 벌써 10년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지금은 지원만 하고 있지만 초기에 교사 수급이 어려워서 직접 수업도 했는데 마음이 부자가 되는 느낌입니다. 이런 마음가짐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 이동동물진료차량은 어떻게 운영이 되고 있나요?

유기동물 봉사하면서 알게 된 봉사자들과 관련 학과에서 실습나온 학생들 6~7명 정도로 꾸려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운전은 직접하고 있으며 재원은 저희 병원과 회사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 별도의 봉사자 커뮤니티에서 연락을 받고 진료를 나가는 편인데 다양한 사례들을 직접 경험하기도 합니다. 

진료차량은 중간에 수술대와 수술관련 시설, 차량 뒷편으로는 관련 약제들이나 장비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진료차량에서 중성화 수술부터 여러 가지 수술을 바로 시행할 수 있어서 지역에서는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기견보호소 일을 하다보면 로드킬을 많이 경험하곤 합니다. 이런 로드킬의 경우 다리쪽의 상처가 큰 편인데 이런 경우 정형외과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엑스레이 초음파 장비와 호흡마취 맞춤 수술대를 이용해 긴급수술을 진행하고 병원으로 후송해 마무리 하기도 합니다.
 

▲ 동물진료차량에서 중성화수술 중인 오홍근 원장
▲ 동물진료차량에서 중성화수술 중인 오홍근 원장

#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지역기관이나 협회에서도 많이들 관심가져 주시고 계시고, 실습생들은 이곳의 원광대 반려동물산업학과 학생들과 익산의 전북대 수의과대학 학생들이 많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려견을 좋아한다는 막연한 꿈을 꾸는데 동물병원에서 한번 아르바이트를 해보고 싶어서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친구들 중 학생들은 2주에서 4주를 실습하고 학점을 인정받는데요. 보통은 학점인정보다는 봉사차원에서 오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 이동진료차량의 다른 용도가 있나요?

진단키트나 신약개발을 위한 검체시료가 필요한데 유기견들이 질병에 많이 노출되어 있어서 검사를 하면서 양성 반응인 샘플은 별도로 보관하여 진단키트나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들과 공동 연구를 통하여재원을 보충하기도 합니다. 

#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으실까요?

최근에 한 분이 사고가 난 길고양이를 신고하셨는데 군산보건소에서 그 길고양이를 구조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곧바로 찾아가 확인을 해보니 횡격막이 다 찢어져서 아주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때마침 저희 용역연구 실험 때문에 마취과 의사, 수의대 교수, 연구원들이 모일 수 있는 상황과 저희 연구소에 수술에 가능한 장비도 있었습니다. 정말 운이 따랐는지 그 길고양이는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지금은 잘 살고 있습니다.

나중에 군산에서 그 길고양이를 돌봐주던 캣맘 세분이 찾아오셔서 고맙다며 눈물 흘리시며 그렇게 인사하시는데 세상에 그렇게 큰 가치의 값이 어디 있을까요.

# 말씀을 참 조리있고 재미있게  잘 하시는데 혹시 글을 써보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그렇게까지는 아니고요. 페이스북에 최근에 있었던 이벤트들에 대해서 조금씩 써서 올리고 있습니다. 일상생활들보단 어떤 봉사를 가서 이렇게 저렇게 했다고 사진도 찍고, 봉사를 가게 된 계기나 과정 그리고 후기들 같은 걸 남기고 있습니다. 그냥 노트나 컴퓨터에 저장만 하면 잘 안 찾아보고 잊어버리게 되는것 같아서 SNS를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혹여라도 인생의 황혼기가 되면 자료들을 모아서 회고록이라도 써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 마지막으로 구독자분들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인생 그렇게 긴게 아니라고들 합니다. 생각만 하고 있지 말고 하고 싶은거 하시면 좋겠습니다. 시골에서 제비다리 고치면서 사는 수의사로서도 저는 충분히 행복합니다.

사람 인(人)을 보면 사람은 서로 기대어 산다고 하잖습니까. 자신만의 능력을 서로 공유하면 할 수 있는게 더욱 많아지는데 그런 선한 가치들을 모은다면 더욱 더 좋지 않을까 그런 것들이 행복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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