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만족한 상태가 아닌, 하나라도 만족한 순간이 있다면,
그것을 '완벽한 하루'로 정의합니다.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면서, '완벽한 하루'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김영태 작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학창 시절을 생각하면 많은 추억이 떠오릅니다. 당황했던 순간들도, 추억의 한 페이지에 잘 기억되고 있습니다. 책상 위를 뛰어다니다, 난로 연통을 고정하는 철사에 머리가 걸려, 교실이 아수라장이 된 일이 있었습니다. 높은 곳에서 바닥으로 바로 떨어졌는데, 혼날 걱정에, 아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반장이라는 이유로, 다른 친구들에게 모범을 보였다며, 더 심하게 혼났습니다. 소문은 금방 퍼져, 교무실에 갈 때마다, 다른 선생님들로부터 훈화 말씀을 들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큰 사건(?) 이외에, 잔잔하게 당황스러운 일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시험에 나온다고 강조했는데, 귓등으로 들었다가, 정말 문제로 나왔던 일입니다. 너무 어려운 문제라, 처음부터 노력할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답만 외우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공식이나 과정이 어렵고 길었기 때문입니다.

한 문제를 풀기 위해 쏟는 노력을, 좋아하는 과목에 쏟자는, 선택과 집중을 했던 것입니다. 수학 문제로 기억되는데, 나중에 다시 확인해보니, 숫자 하나까지 똑같이 나왔었습니다. 답은 몰라도, 문제에 대해 강조를 하셨기 때문에, 감각적으로 똑같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공식만 외웠어도 아니 답만 외웠어도 맞출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우리가 말을 잘 듣지 않는 모습을 보시고, 일부러 보란 듯이 문제를 내신 것입니다. 공부한 사람이 맞추는 것이 아닌, 말을 잘 들은 사람이 맞출 수 있는 문제를 내신 것입니다. 시험을 보고 풀이를 해주실 때 그것을 짐작하게 하는 멘트가 기억납니다.

“거봐! 내가 시험에 나온다고 했니 안 했니?”

그러면서 야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미소를 지으면서 교실을 나가셨습니다. 선생님이 잘못하신 것은 없습니다. 말을 잘 듣고 실천한 친구들은 미소를 지었고, 저를 포함한,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속이 쓰렸을 뿐입니다. 말을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귀로 들었다거나 기억한다거나 마음에 간직하는 것을 넘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까지 포함되는 것입니다. 

들은 말을 행동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들은 것도 아니고 기억하는 것도 아니고 마음에 간직한 것도 아닙니다. 행동으로 어떤 결과라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들었다는 것에 마침표를 찍는 것입니다.

주변에서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듣지 않으면, 듣지 않은 사람의 몫입니다. ‘평안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라는 속담이 있는 것도, 아무리 좋은 것도, 자신이 싫으면 그만이라는 것입니다. 먼저 걸어온 사람으로서, 걸어보지 않는 사람에게 이야기해도 귀를 막는 사람이 있습니다.

물론, 걸어왔기 때문에 답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너무 엉뚱한 길을 가려고 하는 사람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주변 사람의 말을 곧이곧대로 다 들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뜻하지 않은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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