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강화교육을 통한 사회화

위혜진 위즈동물병원 원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명 ‘반려동물의 문제행동’이라고 불리우는 행동의 적지 않은 부분이 ‘사회화 부재’와 연관되어 있음이 밝혀진 이후, 반려동물의 사회화는 줄곧 뜨거운 이슈가 되어왔습니다. 

이전 시간에 말씀드렸던 것과 같이 사회화란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환경과 규범 그리고 행동양식을 경험하고 학습하며 습득해 나가는 상호작용 과정’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사회화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요? 

사회화에 앞서 효과적인 학습방법에 대해 잠시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동물매개활동 동물은 반드시 긍정강화(Positive Reinforcement)를 통해 교육되어야 합니다. 과거에는 원하지 않는 행동이나 하면 안되는 행동에 대해 체벌 등의 가학적인 방법으로 원하지 않는 행동을 중단시키는 강제훈련(Compulsive Training)이 주된 교육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반려동물의 복지뿐만 아니라 반려동물과 보호자와의 유대관계도 해치며, 원하지 않는 행동만 억제할 뿐 원하는 행동을 유도하는 데는 명확한 한계를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긍정강화교육법은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반복적으로 성공하게 하여 그 행동을 안정화시켜서, 결국 원하는 행동을 스스로 하게 되며 원치 않은 행동은 소거 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더불어 놀이와 같은 방식으로 학습을 하기 때문에 가르치는 보호자와 배우는 반려동물 모두 교육과정을 즐길 수 있고 서로의 유대 또한 돈독해질 수 있습니다.

긍정강화교육을 실천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교육에 집중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고, 원하는 행동과 가까워지거나 점차 정확도가 높아질 때 칭찬하고 보상하며,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할 때는 무시하거나 보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때때로 반려동물이 싫어하는 요소를 제거하여 줌으로써 원하는 행동의 빈도를 높이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것을 ‘긍정강화, 긍정의 벌, 부정강화, 부정의 벌’이라고 하는 네가지 용어로 정리해 볼 수 있는데, 추후 ‘효과적인 반려동물 교육법’에 대해 말씀 드릴 때 다시 자세히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긍정강화교육에 입각한 사회화의 기본 원칙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하여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며 이러한 경험은 즐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격에 차이는 있겠지만 호기심이 많은 사회화기에는 노출된 환경에 비교적 빨리 적응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드라이기나 청소기를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살아가면서 드라이기나 청소기에 관련된 불편한 경험을 하게 됨으로서 싫어하게 되는 것처럼, 처음 보는 것들에 대한 판단은 그것과 연관된 경험을 통해 좋고 싫음을 결정하게 됩니다. 

처음 경험이 좋지 않은 자극과 연관된다면, 그 자극들은 ‘불편하고 싫은 것’이라고 뇌리에 새겨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려면 싫지 않을 정도의 자극을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며 그 강도를 아주 조금씩 높여가며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긍정강화를 통한 적응교육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클리퍼(이발기) 소리에 민감하다면, 맛있는 간식을 주며 비교적 먼 거리에서 클리퍼 소리를 들려주고, 지나치게 경계하지 않을 때 칭찬하고 보상합니다. 이러한 과정 중에 클리퍼와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 갑니다. 

소리에 적응시키는 다른 방법은, 해당 소리를 녹음해서 좋아하는 강화물과 함께 낮은 소리부터 들려주기 시작하여 점차 높은 볼륨의 소리까지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클리퍼의 소리뿐만 아니라 진동에도 민감하다면, 처음부터 얼굴이나 발과 같은 민감한 부위에 클리퍼를 대지 않고, 맛난 간식으로 관심을 끈 다음 비교적 시선과 멀고 자극이 덜한 엉덩이 쪽과 같은 곳에 가볍게 대어보고 칭찬하는 방식으로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떠한 자극에 대해 이미 과민 해져 있는 상태라면, 적응을 위해 보다 세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관심을 끌며 보상이 될 만한 강화물(좋아하는 간식 등)을 제공하면서 해당 자극을 낮은 강도에서부터 노출시켜서 충분히 익숙해지도록 한 다음 천천히 강도와 빈도를 올려가며 적응시키는 과정을 둔감화(Desensitization)라고 합니다. 

이러한 교육이 반복되면 민감했던 자극에 대해 둔감해지는 것을 넘어서서, 좋아했던 강화물을 받았던 기억과 연계되어 오히려 민감했던 자극이 오히려 기다려지고 좋아하는 것으로 역조건화(Counterconditioning)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반려견이 다른 개와 어울리지 못하고 무서워한다면, 착하고 예의 바른 반려견을 키우는 지인을 섭외해서 적응 교육을 도와 달라고 부탁하세요. 적응이 필요한 반려견(이하 교육견)과 섭외된 상대견 모두 안전한 거리를 조율할 수 있도록, 긴 줄을 착용하거나 사이에 칸막이를 둔 상태에서 교육을 시작합니다. 

교육견의 의지대로 상대견에게 다가가거나 멀어질 수 있어야 하며, 이때 상대견을 바라보거나 조금씩 가까이 가는 등의 행동을 보이면 칭찬 후 강화물을 줍니다. 이러한 상황에 충분히 익숙해진다면, 상대견이 결코 불편하거나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점차 서로 간의 거리를 좁혀 가며 상호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사회성이 좋고 예의 바른 다른 개체와의 놀이를 통해 ‘개들 사이의 사회화’를 배울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교육은 긴 시간의 집중화 교육보다, 짧은 시간동안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다른 개와의 사회화를 위해 겁이 많거나 거부감이 심한 반려견을 ‘강아지 운동장’이나 ‘애견 카페’에 데리고 가는 것은 위험한 방법입니다.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의 강한 자극과 빈도에 노출시키는 것은 ‘적응 교육’이 아니라 오히려 거부감이나 공포감 등의 트라우마를 유발하게 되는 홍수요법(Flooding)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거미를 무서워하는 사람에게 공포감 극복을 위해서 수많은 거미가 돌아다니는 방에 가둬 두는 것과 같습니다. 불편해하지 않고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의 자극에 노출하여 적응시킨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마세요. 

반려동물의 사회화는 같은 종(Species)들 간의 사회화뿐만 아니라 보호자와 함께 생활하는 사회에 대한 적응교육도 포함합니다. 다양한 연령과 모습의 사람들, 다른 반려동물들, 다양한 물건과 장소들, 다양한 질감과 소리들, 가전제품이나 차량과 같은 기계들 모두가 사회화의 대상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기본 원칙을 떠올리면서 하나씩 적응교육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여러분의 반려동물은 어느새 동네 최고의 ‘인싸’가 되어있을지도 모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힐링앤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