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은 11월부터 5월까지지만, 언제나 ‘소확행’ 선사
경북 울진 후포항에 위치한 ‘백암대게 회마트’

 

늦가을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살을 찌우는 대게는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가 제철이다. 하지만 제철이 아니라도 그 맛은 언제나 일품이다. 이른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을 선사하는 것이다.

다리마디가 대나무처럼 생겼다고 해서 대(竹)게라는 이름을 갖게 됐는데, 여러 가지의 게들 중에서 단연 최상급의 맛을 자랑한다. 대게는 특히 다리살도 일품이지만 녹진한 내장이 주는 풍미는 그 어떤 산해진미와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대게하면 으레 영덕을 떠올리곤 하지만, 이는 동해 인근에서 잡은 대게가 모여 유통되는 곳이 영덕이라서 생긴 오해다. 실제로 대게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은 울진으로, 북쪽의 죽변항과 남쪽의 후포항이 국내에서 대게 최다 생산지다.

백암온천으로 유명한 울진을 찾은 필자가 제철이 아니었음에도 대게를 먹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다.  

하지만 제철이 아니었으므로 대게를 고르는데 더욱 신중을 기해야 했다. 철이 아닌 식재료는 일반적으로 그 맛이 제철에 비해 다소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많은 후기 글과 지인들에게 물어 찾은 곳이 바로 후포항 근처에 위치한 ‘백암대게 회마트’ 였다.

식당에 들어섰을 때는 이미 저녁 시간을 훌쩍 지나버린 터라 손님이 많지 않았다. 이미 해는 져버린 이후라 주변 풍경도 잘 보이지 않았다. 불현 듯 ‘손님이 많지 않은 것은 그만큼 음식 맛이 없다는 뜻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게다가 대게는 기본적으로 가격이 비싼 편이고 특히나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제철이 아니었던지라 1kg당 1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안함 마음을 애써 감추며 실한 대게 2마리를 달라고 주문했다. 

이윽고, 대게가 나오기 전에 갖가지 밑반찬들이 나왔다. 얇은 해물전과 가자미구이, 새콤한 물회와 비빔국수가 나왔는데 밑반찬이라고 부르기 미안할 정도로 맛이 좋았다. 특히나 비빔국수에는 게살이 한소끔 들어가 있어 새콤달콤한 맛에 고소함까지 더해져 입맛을 돋우었다. 

 

드디어 대망의 메인요리, 대게가 나왔다. 대게는 먹기 좋게 손질되어 있었는데, 여타의 음식점과는 다른 특이한 점이 있었다. 바로 다리를 반으로 나눠, 얇은 부분을 살이 꽉 찬 굵은 다리 쪽에 심어 놓은 것이었다. 

대게 다리가 이렇게 세팅돼 있으니, 살을 빼내기가 정말 쉬웠다. 대게집을 가면 살을 파내기 위해 제공되는 작은 ‘게 포크’가 필요없을 정도였다. 

대게 맛 역시 일품이었다. 제철이 11월에서 5월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수율이 좋았고 비린내도 전혀 없었다. 활(活) 대게에서만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특히나 오동통한 집게발은 살을 빼내기가 어려울 정도로 살이 올라 있었다.

 

하지만 ‘진또배기’는 따로 있었다. 녹진한 녹장에 간장과 김, 참기름 등 갖은양념을 넣고 비빈 ‘게딱지밥’과 남은 대게를 넣고 끓인 ‘대게탕’이 등장한 것이다.

게딱지 비빔밥은 그 자체로도 맛있었지만, 사장님이 직접 담근 묵은지를 곁들여 먹으니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내장 맛을 잡아주며 완벽한 맛을 선사했다. 또한 대게를 넣고 팔팔 끓인 탕의 시원한 국물은 절로 ‘소주 한 잔’이 생각나는 맛이었다. 

식당을 나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소확행’의 기분을 만끽했다. 언제 먹어도 배신하지 않는 음식이 있느냐 묻는다면 단연코 대게라고 답하고 싶은 마음이들었다. 대게는 사시사철 ‘언제나’ 옳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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