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도 힘든 재활치료, 골든타임 놓치면 일상생활 복귀도 어려워
절대 금기 질환과 상대적인 금기 질환, 높은 수준의 부작용 주의 기울여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뇌경색, 뇌출혈 등 뇌혈관질환은 흔히 노인성 질환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일견 맞는 말이기는 하다. 그래서 노년 건강 관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혈관 건강이며, 유산소운동, 오메가3와 같은 좋은 기름 섭취 등에 대한 정보가 홍수를 이루는 것도 전혀 생경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나라 5대 사망 원인을 나이별로 찬찬히 보면 아래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질환 중에 뇌혈관 질환이 있다. 40대부터는 전체 사망 원인의 5% 이상을 차지하며, 중장년층에서 뇌혈관질환의 후유증으로 재활치료를 하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보게 된다. 나이가 젋을수록, 사회 활동이 왕성할수록 재활에 대한 의지가 크고, 적극적인 치료를 원한다. 

하지만 세상만사 의지만으로 뜻한 바가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재활 치료를 목적으로 입원하는 분들 중에서 다른 동반된 질환이 있어 환자나 보호자가 생각했던 것 만큼의 적극적인 재활이 어려운 경우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게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재활이 어려운 경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한다. 

대학병원 진료협력센터에서 우리 병원으로 환자를 의뢰하면, 환자 상태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입원 상담을 하게 되는데, 가끔 왜 재활을 할 수 없는 상황인지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 

몇 가지 질환의 경우는 재활치료 과정에서 기저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안전을 제일로 해야 하는 병원의 특성상 환자의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조심스럽게 재활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데, 이 때 환자와 의사, 보호자간 긴밀한 의사소통은 아주 중요하다. 

대표적인 질환이 최근 심혈관 질환을 앓은 경우이다. 당뇨나 고혈압 등의 합병증으로 뇌혈관 문제가 있는 경우 적지 않은 분들이 크고 작은 심혈관 질환을 동반하고 있다. 

재활치료는 단순히 근육을 풀어주고, 강직을 막아주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운동을 통하여 손상된 기능을 개선하고, 회복하려는 일련의 과정이기에, 일각에서는 헬스장에서 하는 PT 수준의 운동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재활 치료 과정에서 혈압이 상승하고, 이는 심혈관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급성 심근 경색이나 불안정 협심증, 조절되지 않는 부정맥, 심한 심부전, 증상을 동반한 판막질환, 대동맥박리, 발열 등이 동반된 전신 감염 등은 재활 치료의 절대 금기 질환이다. 

물론 이러한 질병의 과거력이 있다 하여 무조건 재활 치료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최근(급성)/증상이 있는/조절되지 않는 등의 단서가 붙는다. 따라서 기저질환에 대한 치료가 선행되어야 하며, 재활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환자가 기존에 갖고 있는 질환에 대한 고려를 하고, 치료 과정에서 어떠한 부작용의 징후가 보이는지 세심한 관찰을 요한다. 

덧붙여, 절대 금기 질환이 있다면, 상대적인 금기 질환도 있다. 이것 역시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맞춤 재활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인데, 상대적인 금기 질환이라 하여 절대 금기 질환보다 부작용이 약하게 생기는 것이 아니므로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같은 수준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표적인 질환은 관상 동맥의 협착, 중간 수준의 판막질환, 전해질불균형, 심한 고혈압, 서맥이나 빈맥, 운동에 의하여 악화되는 신경/근육/류마티스성 질환, 부정맥, 뇌동맥류, 조절되지 않은 당뇨나 갑상선중독증 등이 있다. 

내용은 복잡하지만 쉽게 생각해서, 재활 치료 과정에서 힘을 주면서 혈압이 상승할 수 있는데, 혈압이 상승하게 되면 문제가 되는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를 조심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큰 무리는 없다. 

재활치료는 수동적으로 마사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운동 기능을 회복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환자 활동에 대하여 개입하고, 물리적 자극을 이용하여 치료하는 것이기에, 환자 본인의 의지 및 노력이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환자 신체 내부에서는 격렬한 운동 반응이 발생하게 된다. 운동을 업으로 하는 운동선수도 훈련은 힘들다 하는데,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움직임이 적어 격력해 보이지 않더라도 재활치료는 아주 힘이 드는 과정이다. 

멀쩡하던 내 팔 다리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데, 목소리가 안 나오고, 음식을 삼키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면 누구나 의지를 잃어버리고, 우울감에 빠지기 쉽다. 재활치료는 힘들고, 마음은 나약해지고, 힘든 치료를 어느 기간 동안 받으면, 어느 정도 나아질 수 있다는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과연 말처럼 강한 의지로 반드시 일어나야 겠다는 목표를 가지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다. 

일부 환자는 재활치료가 힘들어서 중도에 그만두거나, 학교 가기 싫어하는 학생이 수업을 빠지려 하듯 정해진 스케줄을 소화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게 된다.

마음으로는 이해되지만, 재활의 골든 타임이 있고, 재활치료 후 회복 정도에 따라 일상생활로의 복귀 수준이 다르기에, 오늘도 재활 치료실에서 환자를 다그치는 나를 마주치게 된다. 막상 내가 저 환자라면 저렇게 열심히 치료에 임할 수 있을까 스스로 되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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