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과 여행] 13. 시간이 멈춘 듯한 중세도시, 트레비소(Treviso)의 진주라 불리는 아솔로(Asolo)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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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과 여행] 13. 시간이 멈춘 듯한 중세도시, 트레비소(Treviso)의 진주라 불리는 아솔로(Asolo)를 가다
  • 김진규 에디터
  • 승인 2020.08.0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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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거의 없는 작은 도시인 아솔로의 골목을 걸으며
중세 유럽의 정취를 느끼고 오래된 성곽을 올라 탁트인 이태리 시골 풍경을 즐긴다
트레비소의 진주 '아솔로(Asolo)'
트레비소의 진주 '아솔로(Asolo)'

유럽 출장 일정은 왕복 비행시간이 길고 브랜드별 본사가 위치한 나라들을 돌아보아야 하기 때문에 중간중간 반나절 정도의 시간이 남는 경우가 많다. 이번 일정도 예외는 아니다. 파리로 입국하여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연례회의를 참석하고 독일에서 출국하는 일정이다.

이탈리아로 출장을 가면 아시아 본부 소속의 홍콩, 한국, 중국 그리고 아시아 본부 소속의 직원들은 단체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가장 연장자인 홍콩 사장의 제안으로 이번에는 아솔로라는 곳을 가보기로 한다. 베니스나 프리미엄 아울렛은 이미 여러차례 다녀왔기 때문에 이태리 소도시로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 들인다.

아솔로 입구에 도착하는 순간 뭔가 시간이 멈춘 듯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과는 달리 옛 건물들을 잘 보존하고 있는 유럽의 특성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곳 아솔로는 중세에서 그대로 멈춰 있고 이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생활방식만 바뀐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작은 박물관 같은 오래된 건물들을 구경하며 골목 골목을 걸어본다. 골목길 벽면을 마치 장식장인양 디자인 한 곳도 있다. 모든 것이 예술작품이다. 시간이 좀 여유 있다면 아무 카페나 들어가 책 한권 펼쳐 들고 여유를 부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골목의 곳곳이 포토존인 아솔로
골목의 곳곳이 포토존인 아솔로

곳곳이 포토 존이라고 할 만큼 고풍스런 골목들이 매력적이다. 여름으로 다가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카메라를 맨 가방 끈 아래로 쉽게 땀이 차오르지만 이 곳 아솔로의 골목은 개의치 않는다. 

아솔로는 어네스트 헤밍웨이, 카타리나 여왕 등 유명인들이 휴식을 취한 곳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지금도 은퇴한 부유층들이 살기 때문에 현대식 건물 보다는 전통을 따르고 또한 집값도 꽤 비싸다고 한다.

골목길을 따라 수백 개의 지평선이 있다는 이곳 아솔로의 성곽을 향하여 올라가보자. 생각보다 경사가 가파르고 힘이 든다. 
 

The Fortress of Asolo
The Fortress of Asolo

산책로를 따라 한참을 올라 도착한 성곽, The Fortress of Asolo다. 오래된 성곽이 비와 바람을 견디며 너무나 자연스레 역사를 말해주는 듯 하다. 사람의 손으로 고치거나 유지보수를 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그냥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이 다스리는 대로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다. 눈 앞에 펼쳐지는 시원한 경관이 시선을 따라 수백 개의 지평선이 펼쳐진다.
 

The Fortress of Asolo
The Fortress of Asolo

한참을 머물며 사진을 찍고, 찍히며 경치를 감상해 본다. 저기 아래 어딘가에는 알타 마르카 트레비지아나(Alta Marca Trevigiana) 포도밭이 있을 것이고, 그 곳에서는 유명한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인 아솔로 프로세코(Prosecco)를 만드는 포도들이 자라고 있을 것이다.

프로세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수년 전 홍콩에서 아시아퍼시픽 각 나라의 사업계획 발표를 하던 때가 생각난다. 본사의 임원진들과 아시아 퍼시픽 사장을 앞에 두고, 한해의 성과에 대한 요약, 시장 상황과 그에 따른 다음 년도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다.

한국은 지사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2시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고 한시간은 발표 그리고 나머지 한시간은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발표가 끝난 저녁에는 해산물(Sea Food)가 유명한 선착장 근처 어촌 마을로 배를 타고 가서는 단체로 식사를 한 적이 있다. 홍콩 직원들이 박스 두어 개를 옮기더니 거기서 프로세코를 꺼낸다.

아…. 이태리 출장에서 식전주로 먹었던 그 프로세코다. 아마도 아솔로 지역에서 생산한 프로세코가 아닌가 생각한다. 제법 산미가 강해서 위를 깨우기 위한 식전주로는 적당한 스파클링 와인이다.

한동안 머물었던 아솔로 성곽을 내려오는 길에 고풍스런 호텔로 들어선다. 좀 늦었지만 점심식사를 위하여 들어간 곳이기는 한데, 레스토랑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호텔을 구경한다. 오래된 건물 속을 이태리 감성으로 채워 놓은 호텔방과 내부 인테리어가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언젠가 자유여행을 한다면 몇 일 머물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세코 와인 'Terre Del Canova'
프로세코 와인 'Terre Del Canova'

경치와 맛이 훌륭한 이곳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기며 와인도 한잔 곁들여 본다. Terre Del Canova라는 아솔로 프로세코 와인이다.

아솔로 레스토랑에서 마시는 아솔로 프로세코!

식사를 마치고 골목을 좀 더 걷다가 젤라또 가게에 들러 이태리 정통 젤라또 아이스크림도 맛을 보고, 어느새 정이 들어버린 이곳 아솔로의 골목길을 따라 현지인들의 삶을 기웃거려 보기도 한다. 경사가 제법 있는 골목길이지만 제대로 유니폼을 입고 싸이클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 길가 오픈 카페에서 식사나 음료를 두고 시간을 보내는 사람 등 현지인들의 다양한 일상이 녹아 난다. 이곳의 유일한 이방인인 우리 일행의 눈에는 이들의 삶은 참 여유롭다는 생각이 든다.

관광지에서의 천편일률적인 이동을 노동이라고 한다면 천천히 여유 롭게 골목길을 돌아보는 이런 것을 여행이라고 정의해 본다. 언젠가 작가도 은퇴를 하게 된다면, 너무 늦지 않은 나이에 배낭을 꾸릴 것이다. 캠핑카를 렌트하여 특별한 일정을 정하지 않고 유럽을 둘러 보고 싶다는 작은 꿈을 심어 본다.

여행이 노동이 되지 않고, 여행이 여유가 될 수 있는 그날을 준비하기 위하여 이번 출장 일정도 성실히 소화해 내리라. 호텔로 향하는 차창 밖으로 이어지는 아솔로의 골목들은 아솔로를 기억하고 언젠가 중세 시대의 아솔로로 다시 돌아 오라는 듯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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