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에 대한 ‘단상’…‘존재’ 자체가 ‘위로’이자 ‘사랑’이다

사랑이           @사진=최선재 에디터   
사랑이           @사진=최선재 에디터   

2010년 여름 집에 도착했을 때 나는 황당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안방 안에는 철로 만들어진 작은 울타리가 둘러쳐 있었고 그 가운데 동물 한 마리가 빤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동물의 정체는 강아지였다. 손바닥 한 뼘 정도의 크기였는데 움직일 때마다 겁이 나서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어렸을 적부터 강아지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친구 집에 놀러가면 무릎 위로 헐떡거리며 달려드는 강아지들이 너무 싫었다. 개도 다르지 않았다. 길을 지나다 개를 마주치면 슬금슬금 옆으로 건너갈 정도였다. 털이 날리는 것도 싫었고 짖는 소리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사랑이는 3일 있다가 다른 집으로 갈 것”이라는 어머니 말씀에 안도했던 이유다.

하지만 사랑이는 일주일이 지나도 집을 떠나지 않았다. 어머니께서는 사료와 물을 주면서 사랑이를 돌보았다. 특히 꿈틀거리는 느낌이 싫어 나는 사랑이 근처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2주일이 지났을 때 집안에 사랑이와 나, 단둘이 남았다.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려 안방으로 갔을 때 사랑이는 철창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호기심에 슬쩍 손을 넣어 쓰다듬어보았다.
 

“어라, 부드럽고 귀엽네”

사랑이는 내가 철 울타리 안으로 손을 넣어 만질 때마다 도망가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목을 만지면 발라당 누웠다. 난생처음으로 강아지와의 스킨십을 경험한 것이다. 이후 묘한 느낌 때문에 몇 번 손을 내밀어 사랑이를 쓰다듬었다. 사랑이가 나의 마음속으로 찾아들어온 계기다.

이제 벌써 10년이다. 퇴근하면 사랑이가 여지없이 나를 반긴다. 문 앞에서 꼬리를 정신없이 흔들고 따라가면 거실에서 또 발라당 드러눕는다. 배를 만져달라는 신호다. 정신없이 배를 만지고 볼뽀뽀를 정하고 나면 어느새 미소가 가득해진 나를 발견한다. 사랑이의 환영식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사랑이를 키우기 전엔 반려동물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반려동물에게 값비싼 사료를 먹이고 병을 치료하기 위해 명의를 찾아다니는 이들을 보면서 ‘돈낭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 가족은 사랑이에게 더욱 맛있는 간식과 사료를 먹이고 싶고 혹시 아플 때면 더 좋은 병원을 수소문하며 찾아다닌다. 사랑이를 진정 가족으로 여기고 있는 셈이다.

사랑이와 함께하면서 느낀 또 다른 점은 강아지도 감정이 있다는 사실이다. “내일 산책을 시켜줄게”라는 어머니의 약속을 사랑이는 반드시 기억한다. 하루가 지난 뒤 산책하기로 약속한 시간이 됐는데 산책을 하지 않으면 사랑이는 엉덩이를 내밀고 등을 돌려버린다. 간식을 주기로 약속을 했는데 주지 않아도 같은 모습이다.

어머니께서 언성을 높이시면 사랑이는 어머니를 향해 달려가 꼬리를 흔들면서 애교를 부린다. “오빠를 혼내지 말라”는 신호다. 그래서 내가 가끔 잘못해서 어머니의 야단을 맞으면 사랑이가 분위기를 풀어줄 때가 있다. 장난감 종류가 10개가 넘는데, 어느날 장난감을 새로 사주면 그 새로운 장난감을 물고 하루종일 돌아다닌다. 헌 것보다 새것을 좋아하는 감정 또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랑이에게 가끔 말을 걸 때가 있다. “사랑아 오늘은 심심했겠네” , “사랑아 오늘은 어땠어”, “사랑아 맛있는 것 먹을래”라고 말을 하는데 신기한 사실은 이 말들을 사랑이의 눈을 쳐다보면서 하면 “끄으응”하면서 대답을 한다는 점이다. 눈을 마주치지 않고 얘기하면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사랑이가 인간의 말에 반응을 한다는 뜻이다.

놀라운 점은 또 있다. 사랑이는 거의 짖지 않는다. 문 앞에서 들리는 소음에 민감하지만 하루종일 짖는 경우는 없다. 조용조용 돌아다니고 순한 모습 그대로 하루를 산다. 단순히 강아지가 시끄러울까봐, 처음에 사랑이 키우기에 반대했던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온순하게 일상을 보낸다.

사랑이와 함께한 시간이 10년이다. 요즘 사랑이가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우리 가족과 함께 했으면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서 사랑이가 건강하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할 때도 많다.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일 수 있지만 그만큼 사랑이는 우리에게 가족 이상의 존재로 자리잡았다.

한 생명을 평생 책임진다는 것은 결코 쉽지않은 일이다. 하지만 힐링 독자들에게 반려동물 입양을 추천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 TV 속엔 수많은 애니멀 예능 또는 다큐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실제로 키워보면 화면 너머의 무한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고양이들을 키우는 것이 아닌 이상 청결한 집안 환경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 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워볼 만한 가치가 있다. 반려동물은 존재 자체만으로 ‘힐링’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 번 키운 이상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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