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보단 ‘주춧돌’, 은퇴보단 ‘반퇴’하는 삶”
‘노인=복지’ 정책 안돼…“시니어산업에 초점 맞춰야”

 

한국시니어스타협회 이호섭 총재 인터뷰

현재 정책들은 복지를 위한 노인 일자리 창출이 주목적이다. 하지만 복지가 아니라 인력 활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렇게 방향성만 다르게 잡아도 노인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시니어 전문가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인력을 어디에다 활용할 수 있는지 연구하면 더 좋을 것이다.

시니어 열풍이 불고 있다. 그 중심에 최근 주목 받는 인물이 한 명 있다. 올해 62세의 이호섭 한국시니어스타협회 총재다.

그는 대학교수, 사업가, 모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이 총재는 외모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왠만한 20~30대도 소화해 내기 어려울 법한 헤어스타일에서부터 옷차림까지 그의 모습에는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인터뷰 내내 가벼운 농담을 섞어가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준 이 총재였지만, 국내 시니어들의 미래를 얘기하는 타이밍에선 목소리가 단호했다. 한마디로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이날 기자와 만난 이호섭 총재는 종종 ‘늙어서도 회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말을 친구들과 나눈다곤 했다. ‘회’라는 게 일단 건강해야 먹을 수 있고, 사먹을 수 있는 돈도 있어야 하는 데다, 같이 먹을 사람도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회 한 접시에 그의 ‘인생관’을 담아낸 것이다.

이호섭 총재를 만나 우리나라 시니어들이 처한 현재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올바른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시니어스타협회 총재직 수락까지 그동안의 삶을 소개해달라.

삼성에 1982년도 그룹 공채로 입사해 삼성생명에서 재무기획, 자산투자운용본부 부서장을 역임했다. IMF 때 삼성의 금고지기를 했고 이후 영업직 지역단장을 거쳐 임원급인 GFC 사업부장을 하게 됐다.

2007년 12월에 회사를 그만두고 나오면서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교수직을 하면 좋겠다는 결정을 하고 박사과정을 마친 뒤 6년 정도 전임교수로 일했다. 원래 하던 사업체가 있다 보니 교수직에 모든 것을 쏟을 수가 없어 지금은 겸임교수로 직책을 바꿔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출강하고 있다. 현재 운영하는 사업체는 ‘이호섭 은퇴설계연구소’로 금융판매업을 하고 있다. 재직하는 상담사들도 약 50명 정도 된다.

과거 삼성생명에 재직할 때 별명이 ‘베스트드레서’였다.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옷도 많다. 양복만 100벌, 와이셔츠 100벌, 청바지가 50벌 정도 된다. 그 때문에 집사람이 우스갯소리로 옷도 잘 입는 편이고 가진 옷도 많으니 시니어 모델을 한번 해보라고 권했다. 처음에는 흘려들었다.

그런데 마침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원 중 한 명이 시니어 모델을 하고 있었다. 그 친구가 내게 모델 일을 제안했다. 그래서 찾아가게 된 곳이 바로 한국시니어스타협회다. 이 곳에서 교육을 받은 후에 모델로 데뷔하게 됐다.

행복한 시니어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건강하기도 해야 하지만 재무적인 부분도 매우 중요하다. 사실 행복한 시니어라고 하면 현역 생활을 평생 하는 것이다.

시니어에 대한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 시니어라는 단어를 들으면 그저 은퇴 후 여가를 즐기며 한적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 단순히 사람들을 만나 의미 없는 얘기를 하기보다는 생산적인 일을 했으면 좋겠다. 현직에서 은퇴한 대기업 임원들만 봐도 주로 골프만 치는 것 외에 따로 생산적인 일들을 하지 않는다. 이런 부분이 아쉽다.

시니어 산업도 주로 이런 분야에만 집중돼 있다. 하지만 시니어들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야 한다. 제가 한스타 협회 총재가 된 것도 시니어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자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재능이 많은 시니어들이 모여 사회에 재능을 기부하는 일들이 추진됐으면 한다. 아직 이런 분야가 체계적으로 정립이 돼 있지 않으니 제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바람이 있다.

항상 후배들에게 말하는 것이 있다. 바로 ‘나이가 들수록 걸림돌이 되기보다는 주춧돌이 될 수 있는 삶을 살자’는 것이다. 그리고 완전 은퇴를 하기보다는 반퇴를 하고 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삶을 살자고 얘기한다.

시니어들의 사회참여를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시니어는 경륜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어떤 일을 할 때, 경험해 본 것만큼 더 좋은 자산은 없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청춘이란 인생에 한 시기가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을 뜻하니, 나이가 드는 것만으로는 사람이 늙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따라 청춘이 될 수도 있고 늙은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국가 정책들을 보면 너무 단기적인 것에만 집중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중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출산율과 고령화 모두에 있어 그렇다.

일본이나 북유럽에 좋은 사례가 많다. 현재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인 상태다. 연구를 통해서 좋은 부분이 있으면 벤치마킹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스쿨존 관련 노인 일자리에 관한 것이 있다. 현재 정책들은 복지를 위한 노인 일자리 창출이 주목적이다. 하지만 복지가 아니라 인력 활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렇게 방향성만 다르게 잡아도 노인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시니어 전문가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인력을 어디에다 활용할 수 있는지 연구하면 더 좋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는 이런 부분이 전무하다. 고작해야 시니어 산업 연구에 대한 자료는 패션 쪽이 전부다. 바로 이런 부분에 있어 내년부터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진행하려고 한다.

시니어를 위한 국가정책의 이상적인 방향성을 말해달라.

우리나라가 유지되려면 출산율을 높이는 동시에 고령 인구를 생산 가능한 인력으로 편입시킬 수 있어야 한다.

제가 저술한 책에도 이런 내용이 망라돼 있다. 바로 라이프사이클에 따른 재무설계다.

일단 한국의 출산율은 너무 낮다. 이는 곧 국가 성장동력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혹자들은 일본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며 괜찮다고 하지만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사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국토 면적도 3배 이상 넓고 인구도 1억 이상이며 노벨상 수상자만 15명이다. 기초산업과 성장동력에서 차이가 크게 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금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문제인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지금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문제는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한국은 2026년에 초고령 사회를 예약해 놓고 있다. 이는 사회적인 복지 수요계층은 늘어나는데 부담하는 계층은 줄어들게 된다는 의미다.

지금 시점에서 애국하는 방법은 출산이다. 그런데 이런 것을 장려시키려면 마치 새마을 운동과 비슷하게 국가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큰 전환점을 마련하지 않으면 더 이상 미래가 없다.

장수는 준비된 자에게는 축복이지만 그렇지 않은 자에게는 재앙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평균 수명은 점점 증가하고 있으나 건강수명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노화와 죽음이다. 그런데 돌연사가 아니고서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프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국가 정책들을 보면 노인 복지를 위해 목적성 없이 지원만 하고 있다. 이 보다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힘을 써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노령 인구의 건강, 금융, 생활 등을 전반에 걸쳐 관리할 수 있는 ‘토탈시니어케어’와 같은 시스템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개인적인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재무 쪽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관련 서적도 썼다. 1982년에 재무 쪽에 종사하기 시작해서 2012년에 꼭 30년이 됐었다. 당시 30주년 기념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책을 집필했다. 지인들과 함께 출간기념회도 열었다.

제 후배 중 한 명이 축사를 하며 이런 말을 했다. 30주년에 이런 놀라운 일을 했으니 40주년엔 어떤 것을 할지 궁금하다고. 그 마지막 한마디가 계속 내 마음속에 맴돌았다. 어떤 것을 하면 40주년을 좀 더 의미 있고 참신하게 기념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 ‘나답지 않은 것을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패션쇼를 기획하게 됐다.

다만 지금까지의 패션쇼와는 다르게 주제를 ‘직장인’들로 잡았다. 예를 들어 평범한 직장인들이 출근할 때 입는 옷이나 회의에 참석한 임원들의 복장, 외부 행사에서 볼 수 있는 CEO들의 옷차림새 등 직장인들의 다양한 특징을 뽑아 패션쇼를 개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또 회사 회식이나 연회, 해외 출장, 사내 등산과 같이 각자의 위치와 연령대, 직책에 맞는 패션들을 연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패션모델은 흔히 알고 있는 프로모델이 아닌 실제 아마추어들을 세우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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