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에서 SF, 액션영화 등 다양한 주제 즐기는 시니어
영화관람, 코로나블루 이겨내기 위한 시니어들의 여가활동으로 최적
빠르게 확장돼가는 OTT 시장, 영화관람등급제도 변화 필요
다수의 상업영화 제작 경험, 그리고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

벌써 몇 개월째 모든 글의 앞부분을 차지하는 단어는 ‘코로나’ 다. 이제는 지겹고 짜증이 날 정도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퍼져버린 이 감염병은 비감염자에게도 각종 스트레스와 우울증, 의심과 공포 그리고 무기력감을 유발하는데 이를 ‘코로나블루’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생각보다 쉽게 기분도 전환하고 스트레스 해소를 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영화 관람이 아닐까 한다. 이에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자 영화 ‘오아시스’, ‘버닝’, ‘화이’, ‘인어공주’, ‘도희야’, ‘생일’ 등의 상업영화를 제작한 나우필름의 이준동(63) 대표를 만나 시니어들의 여가생활과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다.

 

이준동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 나우필름 대표
이준동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 나우필름 대표

 

영화관람이 이제는 시니어 문화생활 중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제작자로서 말씀주신다면…

10여년 전부터 극장가에 어르신들이 한 두분 씩 보였는데 최근 충무로에 있는 대한극장을 가보면 낮 시간에는 거의 관람객의 반수가 시니어 분들일 만큼 관람률이 높아졌다.

전반적으로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시니어들은 과거 70년대 쯤 젊을 때 극장 한 두 번 가보고 안 갔던 분이들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새로운 여가생활을 찾고 다니다가 극장에 가서보니 과거와는 다르게 극장의 시설도 굉장히 좋아지고, 영화도 즐길만하고 국내 영화의 질도 높아졌다는 것을 알게 되셔서 자주 찾게 된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지금의 시니어들은 외화도 가리지 않는 편이라고 알고 있다.

요즘의 시니어들은 영화 관람을 가격대비로 좋은 문화 활동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또한 외국의 경우 예술영화의 관객이 70%가 시니어다. 외국의 경우 시니어가 관람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는 예술영화를 젊은 사람들이 찾지 않아서 이기도 하다. 예전에 영화 ‘버닝’의 미국 개봉행사를 위해 LA를 방문했을 때도 90% 가까이가 시니어들이었던 기억이 있다.

이전에는 예술영화다 하면 대학로 등지에서만 상영했는데 최근에는 대학로, 명동, 압구정 CGV, 씨네큐브 등이 있다. 요즘은 시니어 분들은 대한극장이나 서울극장 등을 찾으신다 교통이 편해서 그런 편이라 알고 있고, 대학로와 압구정은 젊은 층이 많이 방문하는 편이다.

상업영화 경우 수익을 목표로 하는데 시니어만을 위한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인가?

수익을 생각한다면 특정(성) 세대를 맞춰서 영화를 제작하기는 어렵다. 다만 주요 관람세대를 위해 감성을 맞추는 것은 있어왔다. 이전에는 20대를 대상으로 했지만 지금은 30대를 중심으로 20~40대까지 감성을 맞춰 확장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시니어 대상의 시장은 크지 않아서 수익을 목표로 하는 영화는 나오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전 세대를 아우르는 영화 들 속에 시니어의 역할들이 많이 나올 수는 있다. 그런 영화들은 많이 있어왔다. 

최근에는 ‘감쪽같은 그녀’도 해당될 터이고 ‘아이캔스피크’, ‘수상한 그녀’ 등을 예로 들 수가 있다. 그 연령대는 타겟팅을 명확하게 하기는 상업영화 시장에서는 어렵다. 다만 그런 분들은 전세대가 즐겨볼 수 있는 그런 자연스러운 이야기들에서는 가능할 것이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감성 영화들이 시니어의 접근을 수월하게 할 것이다.

최근은 다양한 SF, 액션 영화들이 많은데 시니어들에게는 어떨런지 ?

흔히 얘기하는 쎈 영화다. 시니어들이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다. 이런 영화들의 경우 그런 자극이 불편할 수도 있다. 옛날에는 그런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그런 영화들도 시니어들의 선택을 받는 편이다. 

다양한 영상매체들을 통해 조금 더 과격하더라도 익숙해지기 시작하니까 시니어들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가는 것 같다. 시니어들도 이전과는 다르게 많은 경험을 통해 다양한 것들도 찾아보고 이제는 쎈 영화도 즐기는 것 같다.

시니어들이 좋은 영화를 고르는 방법을 조언하신다면 ?

직접적인 대답은 좀 어렵고. 다만 작품성이 있는 영화, 조금 어렵더라도 그런 영화를 보면서 좀 다르게 이야기하는 영화도 수용을 하시면 꽤 의미 있는 영화보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면 내가 만든 영화 중에 <시>란 영화가 있는데, 주인공이 치매가 있고 손자가 사고를 쳐서 피해자가 자살을 하는 내용이어서 보기 어렵고 힘들 수 있는 영화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관람하면서 삶의 성찰이든지 다양한 감정을 스크린을 통해 보다보면 어느 순간 영화를 즐기고 수용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서 영화를 통해서 삶을 성찰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 삶을 돌이켜 본다거나 그런 것들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어렵다고 피하지 말고 도전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국내 영화 관람등급 기준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은 어떠신가?

우리나라는 전체 관람가의 기준이 엄격하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경우 프랑스에서는 경우 전체 관람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영화의 선정성과 잔인함을 근거로 15세 관람가 등급으로 결정됐다.

처음엔 미성년관람불가등급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고 한다. 영화등급을 매기는 위원들이 한국 사람을 얕보는 것 같다. 봐야 되는 자격에 대해서 상당히 엄격하고 기존의 잣대가 심한 경향이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등급을 정하는데 영화의 내용 중 성적인 것, 액션 등에서 굉장히 엄격한데, 그렇게 엄격하게 하다고 해서 우리사회가 그렇게 도덕적인가 하면 또 그렇지만도 않다고 생각한다.

이는 사람들의 문화향유권 자체의 근본적 권리를 헤치기도 하고 청소년 문화향유권도 해치고 산업의 사이즈를 줄인다. 봐야할 세대의 사람들이 극장을 못 가게 되니까 예를 들어 영화 ’화이‘의 경우, 출연자 중 주연이었던 여진구가 영화를 보지 못했다. 인터뷰에 나와서도 본인은 못 본다고 언급할 정도이니 일반인들의 경우 주연배우가 본인의 영화를 못 봤다는게 우선 나이를 생각하기 전에 의구심부터 들었는지도 모른다.

국내에서 한 해 동안 제작되는 영화는 ?

국내에서 한해에 나오는 상업영화나 독립영화 모두를 포함한 장편영화는 약 200여 편이다. 거의 대부분이 상영이 되는 편이다. 근데 저예산독립영화의 경우 관객들에게 잘 홍보가 되지 못하니까 사람들이 잘 몰라서 찾지 않는 것인데, 그런 영화들이 대부분 사회에 질문을 많이 던지는 영화들인데 사람들이 이런 영화를 찾아서 봐줬으면 한다.

OTT(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TV서비스) 경우 등급제한 없이 가족 구성원 중 어린이들이 그냥 볼 수 있을 텐데?

거기도 등급은 받아야 한다. 등급분류는 없애야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중요한 거 같다. 국가에서 분류하는 방법과 생산자가 직접 자율적으로 분류 하는 방법 그리고 그 중간의 방법도 있다. 

어떻게 하든지 간에 그런 제도는 유지하되 다만, 청소년들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을 바꿔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을 그저 나이어리다고만 치부하지 말고 문화향유권 권리주체로 봐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작자로서 OTT 활성화에 대한 생각은 ?

이미 협업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사냥의 시간‘이 좋은 예일 것이다. 그리고 넷플릭스가 직접 투자한 ’옥자‘ 등이 있겠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넷플릭스 등의 OTT 업체들의 매출만 엄청 올라가면서 OTT사업으로만 힘이 많이 쏠리고 있는 상황에 극장산업은 회복의 단서도 못 잡고 있는 것이 걱정이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일정을 변경할 수밖에 없으셨을 텐데 영화제는 어떻게 진행 되는지요 ?

이번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는 무관객 개막을 시작으로 지난달 28일에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 WAVVE를 통해 출품영화와 해외초청작 등 96편을 상영했다. 물론 온라인으로 상영이 되다보니 보안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지만 최대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국제, 한국, 한국단편 경쟁부문에 진출작들은 일정기간 동안 전주 시내 극장에서 심사위원, 영화감독 및 관계자 등 최소한의 인원이 모여 1회씩 상영하고 심사를 진행한다.

또한 코로나를 대비해 관객 밀집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올해의 초청작을 관객에게 소개하는 장기상영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서 현 팬데믹 상황에서 전주국제영화제를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가시려는지요 ?

두 가지로 나눠야할텐데 걱정하는 것은 우선 코로나가 올해로 안 끝날 것 같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지 않나. 백신이 만들어지기 까지는 계속 갈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서 그것이 첫 번째 걱정이다.

그렇다면 올해 코로나 사태에 최적화된 영화제 형태로 진행하지만 만약 코로나가 지속된다면 이후에도 코로나에 특화 된 영화제를 고민해야할 것이다. 물론 언젠가는 코로나를 극복할 테니 그 이후에는 영화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생각도 있다.

그리고 최대한 예산상 지원시스템을 강화해서 대안적인 영화를 만드는 영화인들에게 좋은 길잡이 같은 역할을 하려한다. 좀 더 세상에 질문하는 영화들에 대해서 가장 앞선 의미에서 도전하는 영화들에 대해서 지지하고 격려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결국 페스티벌이니 전주시민들도 전주국제영화제를 즐기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영화에 대해서 함께 즐기려는 국민들과 해외관객들을 위한 영화제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시니어들이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 중 영화 관람은 접근성도 용이하고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즐길 수 있고 또한, 혼자 또는 여럿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런 선택의 폭이 넓은 문화 활동이다.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만들어진 영화작품들을 스크린에서 또는 집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나름대로의 행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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