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수의사회, 반려동물 진료 정책 취지는 공감하나 정책에는 유감

대한수의사회가 농림축산식품부의 ‘반려동물 진료분야 주요정책’ 추진계획에 대해 규제로 일관하는 정책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9월 6일, ‘반려동물 진료분야 주요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동물의료의 체계적 발전 기반을 위해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중장기 발전 방향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목표를 밝혔다.

대한수의사회도 성명서를 통해 농식품부 반려동물 진료분야 주요정책」 추진계획에 대해 중장기 적인 발전 방향수립에는 공감하나 정책목표 설정이 필요하고 민원 해결에만 치중한 정책 추진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발생하는 문제들의 원인을 동물병원에 돌리며 이의 해결을 위해 규제로 일관하는 정책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수의사회는 “그동안 사람 의료 분야와 달리 동물의료 분야에는 공적인 지원이나 투자 없이 민간의 영역에 맡겨왔다”며 “이에 따라 동물의료가 사람의료에 준하는 수준으로 고도화되고 발전한 것은 오롯이 민간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성과”라고 정부에 개입 없이 성장한 산업이라는 입장을 설명했다.

이어 “공적인 개입이 없다 보니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동물의료의 통일된 기준 제시나 표준절차가 확립되지 못했으며, 정책 수립의 기본이 되는 기초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라며 “농식품부는 이번 정책 추진의 배경으로 606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양육한다고 밝혔으나, 통계청이 작년에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반려동물 양육가구가 313만 가구로  정책 수혜 대상이 되는 반려동물 양육가구의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서 동물병원만 일방적으로 규제하는 정책 추진이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수의사회에 따르면 주요정책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진료비 조사‧공개”는 이미 「수의사법」 개정으로 당장 내년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으나 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진료항목 표준화”는 2024년까지 100개 항목 개발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표준화되지 않은 진료항목의 비용 조사는 설계도 불가능하고, 정제되지 않은 정보의 제공은 소비자의 불편과 동물병원의 혼란이 가중되될수 있으며 중대진료 등 예상 진료비용 고지 항목부터 표준화가 완료된 항목으로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는 방법 이라는 것이다. 

기본체계가 갖추어진 사람의료에서도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용 공개를 위해서는 10여년의 과정을 거쳤으며, 현재도 지속적인 표준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표준수가제 도입 검토 부분도 지적했다. 표준수가제는 OECD의 권고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율경쟁 유도 방침에 따라 이미 1999년에 폐지된 제도로 국제적으로도 일정 범위로 비용을 제시하는 독일의 예외적 사례를 제외하면 사실상 실시하고 있는 국가가 없다는 것이다.

동물의료에도 ‘국민건강보험’과 같은 공적 보험을 도입하여 국가가 비용을 지급하려는 것이 아닌 이상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여 가격을 제시할 명분은 약하다는 입장이다.

수의사회는 “이번 계획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동물의료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추진되는 진료부 제공 의무화”라며 “불완전한 수의사처방제로 대부분의 동물용의약품을 수의사의 처방 없이도 손쉽게 구할 수 있으며, 동물의료정보에 대한 보호 규정도 없어 정보 유출이나 악의적 활용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사람 의료에도 없는 약사예외 조항 철폐, 자가진료의 완전 철폐가 없는 이런 상황에서 진료부를 제공한다면 동물소유자가 기존 처방 내역을 참고해 항생제나 전문 지식이 필요한 약품을 임의로 사용하는 오남용 문제가 커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수의사회는 “정부가 동물진료비에 대한 국민들의 부담을 정말로 줄이고자 한다면 먼저 부가가치세 폐지와 동물병원의 경영 부담을 완화를 위해 사람의 의료기관에 적용되는 조세 혜택 제공 등 각종 지원 제도를 동물병원에도 적용하면 된다”며 “이러한 제도 개선은 농식품부만이 아니라 범 부처적으로 반려동물과 동물의료에 대한 인식 향상이 선행돼야 가능할 것이다. 또한 땜질식 법 개정이나 제도 마련이 아닌 체계적 제도 개선을 위해 전담 조직의 신설부터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동물의료는 동물병원 수의사와 동물보호자, 반려동물 3자가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이루어지는 복합적인 서비스로, 어느 한쪽에만 치우쳐서는 발전을 이룰 수 없다”며 “3자의 입장을 균형 있게 반영한 정책만이 진정한 동물의료의 발전을 이룰 수 있으며, 정부는 전향적인 자세로 동물의료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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