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수의해부병리전문의 과정’ 입학 예정
- 그림은 병원과 환자를 연결하는 매개 역할

▲ 안지혜 수의사 @벳클리닉
▲ 안지혜 수의사 @벳클리닉

뉴질랜드에서 석사과정을 공부하며 취미로 그림을 그리게 됐다는 안지예 수의사.

 

그녀는 연필로 매일 동물병원에서 만나는 반려견과 반려묘 그리고 주변의 사물들을 그리고 있다. 연필그림은 스케치의 기본이지만 가장 어려운 그림 중 하나다. 심을 멀리 잡고 그리면 각도가 커지고 종이에 닿는 면적이 넓어지면 연하게 그려진다.

연필로 색감과 입체감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톤을 조절해야 한다. 재료는 하나지만 연필 심의 두께나 지 우개의 종류 선 긋는 방법, 손목의 힘 등 많은 것들이 연필 드로잉에 영향을 준다. 안지예 수의사는 “초등학교 시절 잠깐 미술학원에 다닌것 빼고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지만 뉴질랜드에 오고나서 시간이 날때마다 그림을 그리는 취미를 갖다 보니 조금씩 실력이 늘은 것 같다” 며 "매일 2시간씩 그림을 그리다 보면 생각없이 오롯이 그림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다” 라고 밝혔다.

그녀는 국내 수의과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뉴질랜드 메시대학교(Massey University)에서 멸종위기종 보전을 연구하는 분야 중 하나인 수의 생태보전의학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고래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지로 유명한 카이 코우라 해양연구소와 카카포 앵무새 연구소 등에서 근무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녀는 습관처럼 그림을 그렸다. 처음엔 모양만 잡히던 그림이 시간이 지날수록 사물을 그리다가 풍경, 사람, 뉴질랜드에서 만난 멸종 위기 동물 등으로 이어지면서 그림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더 깊어졌다.

청주의 수의사를 만나다.

그림을 전공하지 않은 그녀의 취미를 성장시킨 이는 청주동물원의 김정호 수의사였다. 석사과정을 마친 후 한국에서 만난 김정호 수의사는 그녀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 수의사의 이야기를 담은 책에 동물 그림을 그려 달라는 제안을 해왔다.

▲ 벳클리닉 제공
▲ 벳클리닉 제공

“저자가 동물원에서 만난 동물들을 이야기하고있어 해당 동물을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애를 썼다. 가령 노령의 호랑이 박람이의 경우 지금은 없지만 사진을 보면서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라고 밝혔다.
일반인의 시각으로 보면 종마다 다른 호랑이를 구별하기 어렵다.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도 많지만 종의 특성을 살려 그림으로 녹이기는 어려워 수의사인 그녀에게 부탁을 한 것이다.

수의사의 시각으로 사진으로만 남아있는 동물들을 표현한 그녀의 그림은 누군가에게는 동물사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임상 수의사로 근무하면서 그녀의 그림은 병원과 환자를 연결하는 매개 역할을 했다. 그녀는 “동물병원에 근무하다 보면 안타깝게 죽은 동물들을 마주한다” 며 “죽은 동물을 반려인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그림을 그려주면 매우 좋아한다”라고 밝혔다.

액자에 그림을 담아 주기도 하고, 종이 상태로 그대로 전달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 많은 보호자들이 카톡 프로필 사진이나 핸드폰 화면에 사진으로 저장해 놓는다. 그림을 보면서 반려인들이 치유를 할 수 있고, 또다른 입양을 꿈꿀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그림이 열린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기를 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움이 되는 사람' 이 꿈

많은 그림을 그려왔지만 그녀가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은 레바논에 파병간 친구의 그림이다. 그녀는 “레바논까지 간 친구가 그림을 그려 달라고 사진을 보여줬는데 옆에 있는 고양이에 눈길이 가서 함께 그렸는데, 친구도 마음에 들어 한다”라고 밝 혔다. 사진을 봐도 고양이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그녀의 직업은 숨기기 어려운 것 같다.

그녀는 최근 연필그림을 기반으로 색연필, 크레파스, 파스텔, 오일 등으로 그림의 세계를 넓히면서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동물병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만들거나 만화를 그리는 데도 관심을 갖고 있다.

캐나다에서 해부병리학을 공부하기 위해 출국을 앞두고 있는 안지예 수의사.

그녀는 “수의사로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며 “아직은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라고 밝혔다. 수의사로서 또다른 도전 을 앞두고 있는 그녀의 그림 그리는 도전도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 벳클리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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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벳클리닉 제공, 힐링앤라이프 편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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