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동물이니까’ 동물의 생명경시 풍조 이젠 변화되야
반려동물 중환자 진료전문 ‘웨스턴동물의료센터’

반려인들도 과거에 비해 다양한 정보를 통해 점차 성숙해져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많은 미디어를 통해 몰랐던 반려동물의 세계를 배우기도 하고 SNS를 통해 주변의 반려인들과 알콩달콩 지내는 반려동물들을 보며 여러 가지를 배우기도 한다. 하지만 반려동물들도 때론 아프기도 한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근처 동물병원을 찾기도 하지만 쉽지 않을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동물병원 원장님들이 아픈 아이들을 위해 찾는 2차 동물병원이 있다. 그 중 서울 신촌에 위치하고 있는 웨스턴동물의료센터의 홍연정 원장을 만나봤다. 

 

홍연정 웨스턴동물의료센터 원장
홍연정 웨스턴동물의료센터 원장

동물병원 약가와 진료비 구성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사람들은 병원이나 약국에서 의료보험이 가능해서 많은 혜택을 받아오고 있어요. 하지만 동물병원을 찾는 반려동물의 경우는 그런 혜택을 전혀 받을 수가 없어서 일반약을 구매한다고 해도 자기부담금이 약값에 부가세까지 포함해서 110%의 금액을 지불해야 해요.

동물병원도 도매상을 통해 구입해 오는 것이 아니고 약국을 통해 약을 정가에 구매해서 제공하고 있고, 진료비도 부가세 10%가 포함되니 이런 이유들이 반려인들 입장에서는 동물병원이 비싸다고 하는 이유죠. 

동물병원마다 다른 진료비에 대한 말들이 많은데요

과거에 비해 검진과 치료하기 위한 기기들이 좋은 성능을 가지고 높은 가격에 출시가 되고 있어요. 동물병원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이상의 기기를 구매할 수밖에 없고요.

단적인 예로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MRI 장비의 경우 상당히 고가의 장비로 2~5kg의 동물진료를 위해서는 높은 성능의 기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구입 할 수밖에 없어요.

이러한 기기를 이용하게 되면 동네병원보다는 어쩔 수 없이 높은 비용을 청구하게 되는 상황이죠. 동네 동물병원의 경우 어느 정도 수준의 기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2차병원 급의 기기를 보유하긴 힘들어요.

최근 반려동물 관련해 진료비 공시제에 대한 얘기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어요. 하지만 앞에서 설명 드린 내용을 생각해보시면 진료비 공시가 어려운 부분을 이해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현재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의약품 개인관리 괜찮은 건가요 ?

약국에서 동물예방백신을 판매하고 있어요. 하지만 백신은 엄연히 생물학제제지요. 그런데도 주사기와 함께 반려인들에게 처방전 없이 판매가 되고 있는 실정이에요.

결국 보호자는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직접 주사를 이용해 놓고 남은 백신과 주사기는 일반쓰레기로 버려지게 돼요. 항생제도 물론이구요. 이러한 의료폐기물이 일반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은 공중보건학 상으로 안 좋은 일인데요. 사실 이런 부분이 공론화 된 적이 없어요.

심지어 몇 가지의 중요한 약은 수의사 처방 없이는 판매가 불가한데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약국에서 판매가 이뤄지고 있어요. 나라에서 나서서 명확하게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어요.

 

웨스턴동물의료센터
웨스턴동물의료센터

동물병원 진료비 공시제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사람이 이용하는 병원의 경우는 수술까지 가야하는 상황이라면 어느 정도 수술비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고지를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동물병원의 경우는 그렇지 못한 상황들이 많아요.

사람의 경우는 본인이 아픈 증상을 표현을 통해 쉽게 접근해 치료가 가능하지만 동물의 경우는 보이는 증상만으로 판단 내려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막상 치료가 진행되는 중간에도 다른 증상을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또 생기고는 해요. 이러다 보니 보호자 입장에서 이해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동물병원 입장에서도 설명하기가 정말 쉽지 않은 경우에요.

 

웨스턴동물의료센터 수술현장
웨스턴동물의료센터 수술현장

올 초 5개 이상의 동물보험이 출시 됐는데...

24년차 임상수의사로서 많은 일들을 경험해 봤어요. 이를 통해 말씀드리자면 동물보험은 그 동안 쉽게 없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그런 문제점들은 존재하고 있어요. 

첫째로 보험 가입 개체수가 적어요. 보험사가 수익을 일으키기 어려운 상황이죠. 

그리고 두 번째로는 사람의 경우,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보험의 혜택을 받지만 동물의 경우는 동물등록제를 통해 마이크로칩이나 외장형 무선식별장치와 등록인식표를 이용해요. 이 중에 마이크로칩 경우는 신체내부에 삽입을 하니 확실한 보험대상자가 될 수 있지요. 하지만 외장형의 경우는 보호자가 다른 아이에게 목걸이를 씌워온다던지 하시면 보험대상인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요. 

마지막으로는 구두로 진료를 받은 후 며칠 후 보험에 가입해 다시 오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이런 일들이 보험사 입장에서는 사업포기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었을 거에요. 

이러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도 간혹 겪어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원장님들이 경험해 보셨을 텐데 보호자는 본인의 입장에서 한도가 정해져 있어요. 내 부모이고 가족이 아프면 집이라도 팔아서 치료하지만 아무리 사랑을 주고받는 반려동물이라도 동물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어요. 

예를 들면 병원비가 200만원이 나오면 100만원에 해 달라고 하세요. 그렇게 안 해주면 동물을 버리겠다고 하시면서요. 이럴 때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펫로스에 관하여...

병원에서 반려동물과 이별한 보호자분들에게 우연히 알게 된 ‘우주식당에서 만나’라는 책을 한권씩 드리고 있어요. 책의 내용은 보호자님이 떠났을 때 우주식당이란 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반려동물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함께 먼 길을 떠난다는 내용이에요.

지금 이 순간이 힘들겠지만 나중에 함께할 순간을 상상하며 조금이라도 마음의 평안함을 얻으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병원을 방문하시는 40~50대 보호자분들에게 특히 첫 아이가 항상 힘들다고 조언을 하는 편이에요. 많은 분들이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보아왔고 예전에 같이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어요. 

그리고 개나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들은 보호자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 생명이 짧은 거라고 설명 드려요. 그만큼 많은 사랑 받고 떠났을 거라고 생각해 주셨음 해요.

마지막으로 상실감이 큰 보호자님들께는 힘들긴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른 아이를 입양 받으시길 권하기도 해요. 

홍연정 원장은 인터뷰를 통해 수의사들의 현 상황과 정보의 부재로 인해 많은 오해가 쌓인 부분들을 서로 이해할 수 있게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많은 분들이 쉽게 생각했던 동물의 생명경시 풍조도 점차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이를 위해 정부, 유관단체 등 더욱 많은 분야에서 공유하고 함께 해 주었으면 한다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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