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로컬(Local)이 추천, ‘믿고 먹는’ 맛집
중도매인이 직접 매장 운영, 늘 신선한 게로 가득

속초 로컬 맛집 '명성 게찜'   사진=김응민 에디터
속초 로컬 맛집 '명성 게찜' 사진=김응민 에디터

어렸을 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메뉴가 있었다. 바로 ‘꽃게 찌개’다. 된장을 베이스로 한 국물에 갖은 양념과 야채, 그리고 꽃게를 넣고 푹 끓여낸 찌개는 언제 먹어도 맛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꽃게 찌개만큼 ‘대게찜’도 좋아하게 됐다. 특히 산지에서 바로 쪄 먹는 신선한 게찜은 비린 맛이 하나도 없고 짜지 않아서, 비싸지만 않으면 일주일에도 몇 번씩이나 먹고 싶은 메뉴다. 그런데 대게만큼이나 맛있으면서 가격 부담은 적은 대체재가 있었으니, 바로 ‘홍게’다. 비록 수율은 조금 부족하지만, 대게의 절반 정도 가격으로 그 맛과 풍미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특히 나 요즘은 홍게가 제철이라 맛도 좋고 살도 꽉 차 있다.

때문에 이번 맛집 메뉴는 ‘홍게’로 정했다. 마침 아내와 함께 가는 여행지를 속초로 정했고, 그곳에 거주하는 친구가 있어 갈 만한 음식점을 추천받았다. 현지인이 찾아갈 정도로 맛있는, 이른바 ‘믿먹(믿고 먹는)’ 맛집이었다.

무려 스타벅스 커피 2잔을 바치며 알아낸 맛집은 속초의 작은 항구, 장사항 근처에 있었다. 가게 앞에 도착했을 땐 점심이 훌쩍 지난 시간이어서 가게 주변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마침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고 있어 한적하다 못해 스산한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홍게가 가득한 대형 수조.   사진=김응민 에디터
홍게가 가득한 대형 수조. 사진=김응민 에디터

하지만 가게 입구에 들어서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입구 양쪽으로 거대한 수조들이 있었고 그 안에는 대게와 홍게 그리고 킹크랩 수십 마리가 들어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신선했고 수조 역시 이물질 없이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홍게 2kg을 주문하자, 주인이 직접 눈앞에서 수조에 있는 홍게를 꺼내 확인시켜 주고 곧바로 찜기에 넣었다. 2층에 올라가자 번잡했던 1층과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가게 조명부터 벽면까지 인테리어도 깔끔했고, 무엇보다 커다란 창문을 통해 탁 트인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자리에 앉으니 오징어순대와 김치전, 구운 가리비와 같은 밑반찬들이 나왔다. 이어서 멍게전복회를 비롯한 신선한 회와 초밥이 멋들어진 접시에 담겨 나왔다. 날씨는 쌀쌀했지만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물회도 있었다. 밑반찬만으로 배가 찰 지경이었다. 이윽고 오늘의 메인 요리인 홍게찜이 나왔다. 
 

먹음직스러운 홍게가 눈 앞에 있다.    사진=김응민 에디터
먹음직스러운 홍게가 눈 앞에 있다. 사진=김응민 에디터

몸통과 다리가 먹기 좋게 손질이 돼 있어 가위로 힘들게 자르거나 다른 애를 쓸 필요가 없었다. 또한 갓 잡은 홍게라서 그런지 내장을 숟가락으로 크게 떠먹어도 전혀 비리지 않았다. 오동통한 다리 살을 잘빼서 게장에 찍어 먹으면 살의 단맛과 내장의 녹진함이 함께 어우러져 환상의 조화를 이뤘다.

그렇게 정신없이 게를 다 먹으니, 게딱지에 남아 있는 내장으로 볶음밥과 홍게 라면을 끓여서 내어 주는 것이 아닌가. 이미 배는 부를 대로 불렀지만, 시원한 국물을 한 숟갈 먹는 순간 거짓말처럼 음식들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홍게가 들어가 얼큰하고 깊은 맛이 일품인 '홍게라면'   사진=김응민 에디터
홍게가 들어가 얼큰하고 깊은 맛이 일품인 '홍게라면' 사진=김응민 에디터

그렇게 모든 음식을 다 먹고 나자 마지막으로 정갈한 잔에 새콤달콤한 매실차 한 잔이 나왔다. 차를 마시며 사장님께 맛의 ‘비결’을 묻자, 가게 구조상 오래된 게가 있을 수 없어 늘 신선한 게로 대접하는 것이 그 이유라고 답했다.

사장님은 “남편이 게 유통과정을 담당하는 중도매인 일을 하고있다”며 “때문에 늘 신선한 게로만 수조를 채울 수밖에 없다. 구조상 묵힌 게가 있을 수 없고, 회 또한 당일 소진으로 단 한 점도 재사용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가게를 나와 주변을 살펴보니 해안가 주변으로 있는 식당들 대부분이 ‘게’를 판매하고 있었다. 친구에게 묻지 않았다면 결코 이 중에서 ‘명성 게찜’이라는 옥석을 가려내지 못했으리라. 음식점을 추천받으며 바쳤던 커피 2잔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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