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오랜만에 동창회에 참석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두 번쯤은 깜짝 놀라는 순간이 있다. 학창 시절 그저 그런 인상으로 항상 뒷자리에 머물던 친구가 성공한 기업인, 대학총장, 유명한 문인, 장․차관, 은행장 등 당당한 모습으로 좌중을 이끄는 모습을 봤을 때다. 여전히 수줍어 하지만 분명 과거와는 다른 그의 태도는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놀라움과 함께 “도대체 평범했던 그 친구가 어떻게 성공했을까?”라는 의문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나이가 들수록 난 우연, 행운, 운명, 인연을 믿는다. 젊었을 때는 노력과 의지에 의해 모든 게 결정된다고 믿었다. 그때는 정말 그랬다. 대학에 합격한 것도, 법관이 된 것도 모두 내 노력 때문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똑같이 출발한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도 이 나이가 되면, 모두 제각각 완전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성실성이나 노력, 의지, 아이큐 등 모든 것이 비슷한 처지임에도 정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런 의문의 제기는 매혹적인 동시에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사업을 하다 보면 누구나 예기치 않은 난관이나 교착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귀인(貴人)이 나타나 도움을 주는 경우가 있다.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으며, 누구나 타인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 인생을 지배하는 독재자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우연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이다. 왜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는 것이며, 그런 우연이 어떤 이에게는 행운을, 다른 이에게는 고통과 불행을 선물하는 것일까? 

우연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강력하게 우리의 운명을 좌우한다. 영어 단어 “Chance”라는 단어는 우연을 뜻하는 동시에 기회, 행운이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위기를 거꾸로 하면, 기회가 된다. 위기가 기회가 되는 경우를 정말 많이 보았고, 나 역시 내 인생을 바꾼 계기는 항상 위기에 봉착했을 때다. 우연은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우연이 다가오면 우리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대가는 바로 불확실성이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내 노력과 의지 외에도 우연히 발생한 사건들과 처지가 사소하게 연달아 결합하였기 때문이다. 우연히 발생한 사소한 일들이 합쳐져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우리에게 예기치 못하게 다가오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 속에 담긴 의도하지 않았던 연관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 인연을 맺는지에 따라 인생이 바뀐다. 사기꾼을 만나 인생이 꼬이기도, 귀인(貴人)을 만나 승승장구하기도 한다. 이런 일은 자신의 의지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기 힘든 부분이다. 행운이나 불행, 인연, 우연은 많은 사람들에게 믿을 수 없는 일이 닥치게 한다.

같은 환경에 있는 사람이 똑같은 일을 당해도, 어떤 사람을 좌절을 하고 다른 사람은 극복을 한다. 노력 차이야 있겠지만, 운명이 없다면 모든 사람의 인생은 똑같을 것이다. 그러니 어찌 운명과 행운이 없다고 단정하겠는가?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 힘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누구에게 일어날 것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그 당사자가 되면 우연히 다가온 그 행운에 기뻐하거나, 그 불행에 대해 왜 하필 내게 이런 일이 생기냐고 전율한다. 이 모든 것이 신의 뜻이고 신의 계획이라면, 난 이 말을 진심으로 믿는다. 통제할 수 없는 영향력이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이런 우연을 운명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우연은 신이 자신의 이름으로 서명하기 싫을 때 사용하는 신의 가명이다. 가끔은 그럭저럭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모든 게 감사하다. 

 

[윤경 더리드(The Lead) 대표변호사 겸 아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윤경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7기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파트너 변호사 △現 공동법률사무소 더리드(The Lead) 대표 변호사 겸 아하에셋 자산운용 대표이사

 

 

 

저작권자 © 힐링앤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