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에 비해 젊게 생활하는 새로운 세대 ‘신중년’
하고픈 마음 굳건히 가지면 언제고 원하는 그 순간 찾아와

‘신중년’ 할아버지나 할머니라는 호칭으로 부르기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좀 더 건강한 60~75세 사이의 세대를 지칭한다. 이 세대는 자기 자신을 가꾸고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며 젊게 생활하는 중년 세대를 통칭한다. 이 중에 신중년의 시간을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으로 풀어가고 있는 신중년을 만나서 살아온 얘기를 나누어 보았다. 

 

신중년 소녀 김소영씨
신중년 소녀 김소영씨

삼성동에서 만난 신중년 김소영(69)씨는 6.25 사변이 일어나기 한달전 강원도 삼척의 조용한 어촌마을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나이는 그보다 한 살 어리게 행정처리가 되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그 시절 행정업무는 정상적이지 않았으니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다. 

음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그녀는 어린시절 꿈을 꾸던 음악에 대한 열정이 서울로 이끌게 되었다고 한다. 

김소영씨는 이때를 회상하며 “어렸을 때부터 저는 꽤 용감한 소녀였습니다. 18세 때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구로동에 있는 외가댁에 가방을 내려놓고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이 중구에 있는 그 당시 유명했던 손석우 선생님 댁이었어요”라며 그 당시 유명했던 가수 이미자씨를 꿈꿨기에 그렇게 집을 떠나 무언가를 하기 위해 용감해 질 수 있었더라 말한다.

하지만 고생스러웠던 상경길에 손석우의 가요교실을 찾아가서 음악과 피아노을 배우게 됐지만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고 한다. 
 

음악을 위해 어렵사리 상경한 서울에서

가요교실에서 학원 청소와 학생 접수 등의 일을 하면서 겨우 구로동과 중구를 오고 갈 차비만 받아가며 열심히 생활했어요.

그렇게 열심히 노래와 피아노를 배우는 중간에 손석우 선생이 노래 한곡을 주시면서 연습을 시켰어요. 시간이 너무 지나서 아실지는 모르겠지만 KBS국제방속국 연속극 ‘태백산맥’의 주제곡이었지요. 이를 처음으로 노래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주변에서 좀 더 젊은 층의 노래를 해보는게 어떻겠냐는 조언에 당시 ‘대머리총각’으로 유명하던 정만섭 선생님의 신곡 두 곡을 받아 가수 데뷔 준비를 했습니다. 
 

아버지의 부고로 가장의 역할을 위해 다시 삼척으로

하지만 호사다마랄까요. 갑작스런 아버지의 부고로 다시 삼척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어쩌면 꿈을 포기해야만 하는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힘들어 하시는 어머니와 동생들을 생각 안할 수 없어 가장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어요.

이때 집안에 콩나물시루가 몇 개가 있었어요. 어려워진 집안을 위해서 어머니가 콩나물을 키워서 내다 팔으셨던거에요. 가족들은 이걸 위해서 항상 물을 챙겨주고,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을 했어요.
 

하지만 식지 않는 음악에 대한 열정

집안 일에 어느정도 신경을 써오다가 결국 20대 초반에 서울로 다시 상경해 종로에 위치한 음악학원을 다시 다니기 시작하면서 음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이 당시에는 경양식집 같은 곳에서는 연주자를 많이 뽑던 시기였고 운이 좋게도 오래 배우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 당시 월 10만원이 넘는 좋은 조건으로 연신내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힘든 상황에서 취업은 가장의 역할을 해 오던 제게 너무나 행운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한다는 점도 좋았지만 가장으로서 가족들을 돌볼 수 있게 된 점도 말이지요. 동생들의 대학교 등록금도 책임을 졌고 결혼자금도 넉넉하게 도와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50여년 동안을 연주자로서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다 해왔습니다.

 

삼성동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 '뮤즈'에서 연주 중인 김소영씨.
삼성동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 '뮤즈'에서 연주 중인 김소영씨.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가 가장 중요

하지만 살면서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열심히 살아서 건물주도 되어 보았지만 IMF 통해 망해도 보고 이후, 큰 이탈리안 음식점도 운영해봤고 여러 가지 사업도 해 봤습니다. 물론 쉽게 되는 건 없었어요.

하지만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다시하면 돼! 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왔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꺼구요.
 

다시 한번 찾아온 음악에 대한 기회

어느날 지인이 제가 부르던 노래를 듣고 모 방송국에서 55세 이상의 시니어 트로트 경연대회 참가를 권유하면서 그 동안 간직하기만 해왔던 가수의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최근 노래 ‘신중년 소녀’를 발표했어요. 저를 아는 많은 분들이 관심가져 주심에 너무나 감사해 하고 있어요.
 

김소영씨의 앨범 '신중년소녀'
김소영씨의 앨범 '신중년소녀'

그리고 어렵사리 다시 시작한 꿈인만큼 앞으로의 활동을 위해 하루에 두시간 이상 헬스를 하고 일주일에 한번은 등산도 하면서 앞으로의 활동을 위해 건강관리에 힘쓰고 있어요.

요즘 백세시대라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이 중 60세 부터가 신중년 시대라는 주변의 말들에 저도 가수라는 꿈이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특히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제 가수의 꿈을 잘 아시기에 항상 가족에게 희생해 온 저에게 늘 언제나 미안해 하셨죠. 

그런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이후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던 가운데 너무 많이 들어서 늘어져 버린 테이프를 발견했어요. 그 카세트 테이프는 제가 부른 이미자씨의 노래를 녹음해서 드렸던 것이었습니다. 그걸 보고 어머니가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고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릅니다. 

이런 저런 일들을 겪고 “그래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생각과 나이는 결국 숫자에 불과하다고 가수는 노래만 잘하면 되는게 아닌가 해서 작년 10월 가수 등록하고 신곡을 받아서 정말로 원하던 가수가 되었습니다.

아직 늦지 않은 남아있는 시간들

이전에 경연대회를 이후로는 아직 방송 활동은 없지만 앞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려고 합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드리고 싶고, 가수로서의 자질 확인도 받아보고 싶고 또한, 요즘 힘들게 외면받는 신중년분들에게도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합니다. 

70년 넘게 살다보니 어찌 기쁘고 슬프고, 절망하는 일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하지만 모진풍파 다 견대내고 지금까지 오뚜기처럼 살았으니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살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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